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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분 토론을 본 후

유시민은 참 조근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면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을 잘 풀어나갔다. 진중권은 네티즌들의 환호를 받을 만큼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내질렀다. 독설가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신해철은 낮게 깔린 저음으로 매우 날이 선 원론적인 비판을 해냈다. 보통의 대중들은 그의 말을 잘 이해하기 힘들었겠지만, 관련 문제에 대해 관심 있는 이라면 그의 말이 꽤 인상적으로 들렸을 듯하다.

이 정도가 내가 평가하는 어제의 백분토론 논객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흥미를 끌었던 것은 MBC의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설문조사 결과였다. ‘잘했다’라는 평가는 6.5%에 그쳤고 ‘잘못했다’는 평가가 49.7%나 나타나 아주 혹독한 평가를 내렸으면서도, 내년 전망에 대해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40.8%에 이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과연 유시민의 말대로 ‘제발 잘 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라는 절박한 호소였을까? 민주당 의원이 그랬고, 나경원 의원이 그랬듯, 그건 아전인수식 해석일 뿐이다.

문제는 평가에 관한 설문에서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43.2%의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던진 기대치였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런 기대치를 거는 대중들의 심리가 참으로 애석하다. 그것이 지금의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배경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정신적 가치 보다 물질적 가치에 연연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는 신해철의 말에서도 잘 지적되었다.



"이번 토론회 주제가 이명박 정부라하니 주변에서 '큰일났다, 보복당한다'고 한다. 유모차 부대 엄마를 수사하고, 공무원을 물갈이하고, 방송을 장악하고, 교과서가 편향됐다며 왜곡하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 집단에도 이념을 들이댄다.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게 사회 각계 각층으로 확산되고 파급돼 경직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데 있다.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해도 (이런 현상은) 쉽사리 되살아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모습은 전두환의 모습일 뿐이다."

 

경제는 언젠가 되살아나겠지만, 훼손된 민주주의 가치와 유린된 인권은 수십년을 거쳐도 회복되기 어렵다. 고로 내년뿐만 아니라 앞으로 적게는 10년, 멀리는 20년 동안 이 정권이 싸질러놓은 똥을 치우느라 고생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대중의 인식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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