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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교과서 대단원 표지 사진촬영을 위해 부산에 갔었습니다. 교과서의 대단원 표지는 해당 단원의 내용을 압축해 보여주면서도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죠. 교과서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서 삽화나 사진, 혹은 삽화와 사진의 합성, 일러스트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날은 중2 음악교과서의 표지 작업을 위한 촬영이었죠.
 
예전 교과서의 경우 대단원 표지가 간단하게 제목만 나열하거나, 자료 사진이나 간단한 삽화로 대치해 왔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국가인권위의 교과서 권고 이후 교과서 내용을 비롯해 사진과 삽화에서 인권적인 접근을 중요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로 사진이나 삽화에서도 고정관념에 따른 성 표현을 삼가하고, 삶의 다양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장애인과 국제결혼 2세대 자녀들을 고려하는 편집을 강조하게 된 것이죠.

부산예중에서 촬영에서는 뇌병변장애를 겪고 있는 하은이가 초대되었습니다. 하은이는 중1음악교과서에서도 대단원 표지 사진에 종종 등장하고 있는 아이인데, 웃는 모습이 참 어여쁜 아이였습니다. 더군다나 사진 촬영에도 익숙해서인지 또래 아이들 중 어느 아이보다 환하게 웃어주었고, 장시간의 지루하고 힘든 촬영 과정을 아주 잘 견뎌냈지요. 

하은이의 촬영을 위해 오가는 과정에서 시설들에서 느껴지는 고충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촬영이 있던 부산예중의 교실은 5층에 있었는데, 승강기가 없어서 어른 셋이서 휠체어에 탄 하은이를 들어서 이동해야 했죠. 어른들이 힘든 것은 그렇다쳐도 하은이도 꽤 무서웠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즐거워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학교에 장애인이나 약자를 위한 승강기가 없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비록 촬영을 보조하고 돕는 역할만 했지만, 하은이와의 촬영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또 사진 촬영 계획부터 하은이를 고려하고 배려하였던 음악교과서 담당자의 속깊은 마음도 느껴졌던 시간이었죠.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며,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 이런 내용들을 교과서에 담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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