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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나온다. 가장 큰 갈등은 물론 형사(조필성)와 탈옥수(송기태)의 갈등이다. 여기에 서울의 무술 경관을 중심으로 한 특수수사대와 지방경찰서의 형사들 간의 갈등이 곁들여진다. 또 매끄러운 서울말씨를 쓰는 송기태와 예산 지역 건달들의 갈등도 한몫 크게 한다. 조필성과 그의 아내 사이의 갈등 역시 조필성의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경찰서 내에서 반장(상사)과 조필성(부하직원)의 갈등도 보인다.

이 모든 갈등의 해결은 모두 하나로 결론 내릴 수 있다. 즉 탈옥수 송기태를 잡는 일이다. 마치 하나의 깔때기로 물이 모이는 것처럼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 있던 골치 아픈 문제들은 바로 조필성이 송기태를 검거해야 끝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시골 형사, 그것도 정직 먹은 형사가 무술형사 5명을 단숨에 때려잡은 탈옥수 송기태를 잡아낼 수 있을까. 어, 그런데 잡는다(그러니 영화겠지만).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게 이런 것일까? 물론 영화는 그런 우연으로 사건을 풀어가진 않았다. 영화의 재미는 바로 그런 시골 형사의 집요함과 치밀함과 끈질김을 그려내는 게 관건이었다.

이것이 ‘거북이 달린다’라는 제목이 나온 이유다. 날고뛰는 토끼를 잡는 방법은 거북이의 끈질김과 집요함이라는 걸 영화는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영화 보도자료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설정이 좀 애매하다. 어찌 보면 도망 다니는 탈옥수는 토끼가 아니라 사나운 멧돼지이고, 쫓는 조필성과 경찰들은 거북이가 아니라 사냥개가 아닌가? 사실 여기에 거북이는 없었다. 이 영화는 평범하게 집이나 지키던 똥개가, 서울로 압송되던 중 탈출한 멧돼지에 밟히더니 독기를 품은 사냥개가 되어 마침내 그 멧돼지를 잡고야 만다는 얘기다.

영화 끝나고도 뒷맛이 씁쓸하다 싶었는데, 거기에 거북이는 없었다는 생각이 뒤통수를 쳤다.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이 영화는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거북이(서민)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 어찌 어찌하여 멧돼지를 잡은 평범한 사냥개(경찰)를 위한 영화일 뿐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을 돌아보자. 잘 다려진 정복을 입고 경찰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나타난 조필성 형사와 동료 경찰들이 아이들 앞에서 멋지게 경례를 한다. 이런 배달의 기수, 경찰편인가?

그래도 영화 전개는 빠르고 연기자들의 연기는 재밌다. 하지만 차라리 “야! 4885! 너지.”를 낮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부르던 김윤석이 그립다.



거북이 달린다
감독 이연우 (2009 / 한국)
출연 김윤석, 정경호, 신정근, 선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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