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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달에 길거리 접란을 들여온 적이 있다(관련글 >> 접란이 들어오다). 식물 카페에서 보니, 접란이란 종자는 어디서나 잘 죽지 않으며,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번식도 활발하다고 들었더랬다. 내가 들여온 접란도 아주 잘 자라주었다. 게다가 삐죽하게 올라왔던 줄기에서 여러 개의 새끼 접란을 틔우기까지 했다. 사실 분양이나 옮겨 심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른다. 모르면 더 용감해지는 것. 과감하게 옮겨 심는 걸 시도해 보았다. 새끼 접란을 줄기에 최대한 가깝게 잘라내서 사무실의 빈 화분에 대충 심고 물을 듬뿍 주었다. 그렇게 지금은 다섯 개의 화분에서 접란이 자라고 있다. 모두 건강하다.


지금은 본 화분에서 벌써 또 다른 줄기가 하나 자라고 있다. 옮겨 심어야 할 새끼 접란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이러다가 사무실 곳곳이 접란으로 수북해지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사무실로 오자마자 더피(줄고사리과 식물>>관련글)로 시작한 화초 키우기는 어느덧 내 책상 주변을 화초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식물과의 거리를 가까이 하는 것은 온갖 최첨단 기계와 통신 장비로 내 삶을 채우기는 여전히 공허한 느낌 때문이었다. 특히 생명의 자람은 기계가 주는 딱딱한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인간이 자연에 대한 동경을 잃어버린다면 삶은 더 황폐해질 것이다.


사무실 책상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식물로 채우다 보면 반대로 비워야 할 일도 많아진다.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고민하는 것부터 이미 살아있는 것들과의 공존을 생각하는 것이다. 식물이 주는 여유는 그것만이 아닐 것이다. 분양을 하면서 다른 이에게 이런 마음을 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물론 키우다가 죽인 화초도 여럿 있다. 모든 식물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목숨을 이어간다. 죽어가는 것들은 나의 정성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어찌할 수 없는 병충해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내 책상의 한켠에서는 이렇게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오간다. 그런 것들이 삶에 자극이 된다. 그리고 그런 자극 속에서 나의 항상심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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