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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부터 일어나 놀아달라고 떼쓴
민서를 벌주기 위해서
바지 속에 팔을 넣어봤습니다.
녀석은 가만히 있더군요.
벌써 자기의 잘못을 깊이 알고
반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빠,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여러분이 보기에도 그렇지 않나요?

암튼 저렇게 만들어 놓고
전 자전거 타고 출근했습니다.
아마 민서 엄마가 제가 나가자마자
풀어주었을 겁니다.

윗집에서 쿵쿵대는 소리며,
옆의 계단으로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
다세대 집구조이다 보니,
민서는 작은 울림에도 깜짝깜짝
잘 놀라는 듯합니다.

아이를 보면서 새삼 도시의 소음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37년을 살아오면서 이제 이 도시의
시끄러움에 많이 익숙해졌나봐요.
그러나 아이는 그렇지 않았죠.
결국 엄마 아빠가 잘 때는 조용조용
놀때는 시끄럽게 하는 방법 밖에는
없더군요.















민서는 지금 아내와 구례에 있습니다.
장모님 칠순 잔치를 앞두고
아내와 함께 미리 구례에 내려가 있죠.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공기 좋고 물 좋은 동네입니다.
최근에는 근처에 골프장 만드는 문제로
동네가 시끌시끌합니다만,
그래도 산수유, 매화,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는 동네죠.
거기서 아주 잘 지내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장모님 집이
인터넷도 안되고, 컴퓨터도 없어서
아내의 블로그도 멈춰버렸네요.
회사에서 하루에 한번씩 올라오던
아내 블로그의 민서 이야기가
저에게는 하루의 신성한 청량제였는데,
그게 없으니 무척이나 허전합니다.

4월 중순인데도 날씨가 춥네요.
그래도 지리산이 북동쪽에서 내려오는 꽃샘추위를 잘 막아주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아내가 산후통이 좀 심한데,
(친정)엄마가 해시주는 밥을 먹으면서
많이 나아져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아플 때는 엄마가 해 주시는 밥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오늘 통화해 보니,
민서는 똥도 잘 싸고,
잠투정도 덜 하고
아주 잘 논다고 하네요.

역시 시골 공기는 아이에게 좋습니다.
누구는 아이 교육과 미래를 생각해
강남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지만
맑고 밝게 키우려면 역시 시골에 사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저 생각만 이리저리 굴리며
역시 갈피를 못잡고 맙니다.

아내는 매일 민서 사진을 보내 줍니다.
정말 너무너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주말에 예정에 없던
구례행을 결정했습니다.
아무래도 민서 한 번 안아보지 않으면,
팔에 가시가 박힐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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