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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민서




4월 19일이 결혼 1주년입니다. 비록 아내와 딸은 멀리 전라남도 구례 산골짜기에 있지만, 저로서는 남다른 날을 남다른 방법으로 기념해 보렵니다. 불과 1년 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들떠 정신없이 결혼식을 치렀던 기억들이 이제는 아주 오래전 기억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자리에 사랑하는 아내와 그만큼 또 사랑하는 딸, 민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는 금방 멀어지는 법이죠. 이렇게 저에게 1년 만에 사랑하는 여인이 둘이나 생겼습니다. 세상이 맺어준 인연 아내와 하늘이 맺어준 인연 딸. 둘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일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새벽 5시에 출발해 다시 4시간여의 먼 길을 달려 아내와 민서에게 갔지요. 여전히 운전은 서툴고 낯설지만(2007년에 면허를 땄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길은 즐겁기만 했습니다. 9시 반쯤 장모님 댁에 도착해 보니 아내와 민서는 곤히 자고 있었지요. 주말 아침의 늦잠은 그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은 거라 가만히 옆에 앉으려 했는데, 민서가 먼저 깨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아빠를 쳐다보네요. 그리고 아내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서 일어났지요.

민서는 일주일동안 많이 달라졌습니다. 서울에서는 4~5일마다 변을 보았는데, 시골에 와서는 거의 매일 황금변을 내놓았습니다. 스스로 손을 모으고 물건을 잡는 시늉을 하고, 가만히 물건을 쳐다보거나 손을 쳐다보는 행동을 합니다. 안아주는 사람과 눈을 잘 마주치고, 엄마가 움직이는 대로 자기 시선을 돌립니다. 옹알이도 많이 늘어서 민서가 가장 기분 좋은 아침에는 아주 시끄러울 정도입니다. 뭐라고 하는지도 모를 말에 넙죽넙죽 대꾸를 잘하는 엄마가 있어 다행이지요. 상상력 부족한 저는 대답할 말을 못 만들어 내고 그냥 "어~ 어~"라고만 하지 말입니다.

이날은 아내와 딸을 데리고 자동차로 지리산 성삼재에 오르려 했으나 계속되는 이상저온으로 대신 쌍계사길 드라이브만 다녀왔습니다. 쌍계사 벚꽃 길은 아내가 예전부터 꼭 가보아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던 터라 저 역시 기대감이 컸는데, 정말 쌍계사 벚꽃 길의 아름다움은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 길에 비할 바가 아니더군요.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때는 벚꽃이 많이 지고 난 뒤였지만, 남아 있는 꽃잎과 떨어지는 꽃잎 속에서 이전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쌍계사에서 아내와 민서




민서는 아직 자동차 여행에 익숙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작아서 아기띠를 해도 그다지 편안해 보이지 않았지요. 그리고 콧바람 신나게 쐬고 온 하루였습니다. 나중에 아장아장 걷게 되면, 산과 들로 더 신나게 다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인간과 자연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이번 짧은 여행에서 아내와 나는 다시 한 번 민서와 약속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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