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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여행자/백두대간 이야기

백두대간의 발견

구상나무 구상나무 2008. 7. 5. 12:51
 

산이 강을 건너고 강은 산을 넘고 있다.

자원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산맥지도.

백두산에서 비롯된 큰 줄기’ 백두대간(白頭大幹).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지리책 어디에서도 백두대간이라는 단어를 만난 적이 없다. 이렇듯 중요한 백두대간을 왜 우리는 배우지 못했을까? 백두대간이라는 말은 언제 생겼을까? 최근에 생긴 말일까? 우리가 배우고 베스트셀러 소설의 제목이 되기도 한 ‘태백산맥’은 잘못된 말이었을까?

‘백두대간’이라는 말을 고문헌에서 찾아보면, 이익의 ‘성호사설’(1760년경)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볼 수 있다. 여기에는 “도선이 지은 <옥룡기>에 ‘우리나라의 산은 백두산에서 일어나 지리산에서 끝났으니’라는” 설명을 인용하고 있다. 백두대간의 줄기를 명확히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도선이 10세기 인물이니 백두대간은 천년 전에도 이미 이 땅의 주요 지표 중의 하나였다 의미다.


만일 그렇다면 천년을 이어온 백두대간을 우리는 배우지 못했을까. 천년을 이어온 백두대간은 이 땅이 외세에 침탈되면서 운명을 같이했다. 일본학자 고토 분지로가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지질조사 후 새로운 산맥체계를 발표했다. 그것이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태백산맥, 소백산맥, 차령산맥, 노령산맥이다. 이런 산맥체계는 1910년 전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백두대간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불과 30년도 안됐다. <대동여지도>를 연구하던 재야 지도연구가이자 산악인인 이우형 선생이 우연히 고문서 <산경표>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산경표>는 1800년대 초 여암 신경준에 의해 편찬된 것으로 보이며 이 책에는 ‘백두대간’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산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체계가 확립되어 완전한 백두대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우형 선생이 발견한 <산경표>는 1913년 조선광문회가 활자본으로 간행한 것으로 <대동여지도>를 연구하던 이우형 선생에게는 오랜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강은 산을 건너지 않고 강은 산을 넘지 않는다.

<산경표>에 따른 산맥지도.

이후 산악인을 중심으로 산 관련 잡지와 단체에서 백두대간에 대한 종주가 시작되고 백두대간 관련 학술지가 연이어 발간됐다. 박용수 선생에 의해 조선광문회본 <산경표>에 해설과 함께 영인본으로 나오고 조석필은 1993년 <산경표를 위하여>를, 1997년에는 이를 보완한 <태백산맥은 없다>를 펴냈다.


2005년 1월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새로운 한반도 산맥지도가 나왔다. 이 지도는 놀랍게도 신경준의 <산경표>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일치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지질학자들은 현행 산줄기는 지질학적 근거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즉 산의 마루금을 연결하여 만들어낸 산줄기인 백두대간은 땅속의 지질을 근거로 한 산맥체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준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세계의 산맥들도 모두 이러한 지질분석에 따라 만들어져 있다며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땅속의 지질에 따라 산맥체계로 분류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기 위해 땅속을 알아야 하는 개발시대의 논리다. 산을 산 그대로 보고 강을 강 그대로 보는 자연 중심의 지도가 아닌 것이다. 백두대간은 '산은 강을 건너지 않고 강은 산을 넘지 않는' 그야 말로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땅속의 지질구조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산맥체계는 지질학적인 연구의 필요로 남겨두자. 그러나 실제 땅위를 달리는 산줄기의 지도는 백두대간을 살려야 한다. 백두대간에 따라 같은 산줄기에 사는 사람의 말이 비슷하고 먹는 게 비슷하고 사는 모습도 비슷하다. 산줄기를 따라 강이 같이 흐르고 마을이 생기면서 도시가 발전했다. 백두대간과 우리 민족이 함께 살아온 것이다. 백두대간을 알아간다는 것은 곧 우리의 삶을 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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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이트 http://www.anga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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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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