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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를 만나다                                




지난 토요일은 아내의 친한 동생네 돌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멀리 남양주에서 열리는 돌잔치라서 이왕 나서는 길, 가족 나들이 계획까지 세웠더랬죠. 아침 일찍 나와서 쁘띠프랑스를 둘러보고 청평휴양림에서 산림욕을 즐긴 후 마석공원 미술관에 들렀다가 저녁 6시에 있을 돌잔치에 참여하자는 거창한 계획은 때아닌 장마 소식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대신 쁘띠프랑스만 둘러보고 돌잔치에 다녀왔지요.

쁘띠프랑스는 입장료가 대인 8,000원이었는데, 그 가격만큼 볼만한 게 있었는지는 회의적입니다. 여기저기 다채로운 행사를 하던데, 아기를 안고 다니기에는 사실상 어렵더군요. 그래도 좀 큰 아이들은 신나 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소설 <어린왕자>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잃어버린 순수의 세계를 되찾아야 한다는 생텍쥐페리의 이상이 <어린왕자>에 드러나 있죠.

어린왕자는 장미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 갔다.
그는 꽃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은 데가 없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 하나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누구 하나 길들이지 않았어. 옛날엔 내 여우가 꼭 너희들같았지. 세상에 흔해 빠진 여우들과 뭐 다를 데 없는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지. 그러나 내가 친구로 삼았고 이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됐어."
그 말에 장미꽃들은 몹시 난처했다.
어린왕자는 말을 계속했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비어있어.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 죽을 수는 없는거야. 물론 나의 꽃인 내 장미꽃도 멋모르는 행인은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꺼야. 그러나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덮개를 씌워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준 꽃이기 때문이야. (나비가 되라고 두 세 마리는 남겨 놓았지만)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것은 나의 장미이기 때문이야."

나만의 장미, 나만의 여우, 저에게는 민서와 아내가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제 그들에게 기들여져 있어 그들 없이 세상을 건넌다는 게 저에게는 무의미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들에게 물을 주고, 유리덮개를 씌워주고, 바람막이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길들여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쁘띠프랑스는 좀 실망스러웠지만, <어린왕자>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내가 아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 곁에 항상 어린왕자를 두고 있어야겠네요.



동자승이 된 민서                                           


일요일에는 부모님까지 참석한 작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민서 머리 깎기'. 이전부터 머리를 한번 싹 밀어주자는 아내의 요청이 있었는데, 자꾸 미루어 오다가 어제 드디어 거사를 진행했죠. 민서가 숨넘어가는 울음을 울거라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민서는 머리를 깎는 내내 아주 침착하고 조용히 있더군요. 물론 좀 귀찮다는 듯 머리를 도리질 치긴 했지만 그다지 큰 어려움 없이 일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발기를 이용해 깎긴 했지만 너무 바짝 자르지 말라는 아내의 요청이 있어서 이발기에 보조기구를 대고 잘랐더니 밤송이 같은 머리가 나왔네요. 아내는 배냇머리를 잘 간직했다가 붓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걸 대행해 주는 곳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아기의 배냇머리를 고이 간직했다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선물과 함께 준다고 합니다.

민서는 머리카락은 엄마를 닮아서인지 얇고 숱이 적은 편입니다. 저를 닮았다면 무성하고 빳빳할텐데 말이죠. 깎아 놓고 보니 어느 절의 동자승처럼 아주 귀엽습니다.

아내도 민서 머리 깎은 기념으로 더불어 결혼 이후 줄곧 길렀던 긴 머리를 잘랐습니다. 머리가 기니까 아기를 업을 때 여러가지로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고, 무엇보다 머리를 다듬고 신경써야 할 일이 많다는 게 피곤하다는군요. 처음 만났을 때 짧은 단발머리였기에 오히려 전 환영했습니다. 아내는 짧은 머리가 아주 잘 어울리거든요.

이렇게 모녀가 함께 머리를 다듬은 날, 기념 사진을 하나 찍었습니다. 왼쪽은 before 오른쪽은 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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