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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난 민서가 태어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민서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날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고통스러워하고 힘겨워 하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산의 고통에 대해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힘겨워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매우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고통은 여전히 내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 물론 당사자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둘째를 생각하고 있다.

내가 둘째를 가지는 것에 대해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내 재정 건전성이나 내 삶의 부자유 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힘들어 했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내가 그것을 잊었을 리가 없다. 적지 않은 나이라서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 단단히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둘째를 생각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딸 민서가 홀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 고통과 힘겨움을 무릎쓰려는 엄마의 모정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둘째를 가졌을 때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키워 보면 후회할 거라는 사람들의 말도 흘려 듣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갈 것이다. 미래에 저당잡혀 걱정하기 보다는 지금 아내와 나, 민서가 행복한 길을 찾는 게 정답이다.

아내가 둘째를 가지자고 한다. 아마도 잘 된다면 마흔 전에 아이 둘 키우는 아빠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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