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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집을 나섰지. 그러니까 민서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우리 둘이 나가는 외출이었어. 그동안 민서가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돌아보면 나도 참 무신경했다. 당신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영등포의 카페에서 차 한잔하고, 점심 먹고, 영화 한편 보고, 술 한잔 마시는 그다지 평범한 데이트 일정이었는데,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당신은  9개월 전 한 아이의 엄마가 됐지. 처음 되어 보는 엄마, 당신에게 걱정과 근심이 왜 없겠어. 하지만 그보다 희망과 행복을 기꺼이 맞아들이는 환한 웃음이 있었다. 그 어떤 부정적 생각보다 더 크게 자리잡은 긍정의 미소, 그랬지, 난 그 미소에 흠뻑 빠져있더랬지. 그래서 참 고맙다. 나에게 부정적인 생각이 끼어들 작은 틈마저도 환한 미소로 꽉 채워준 당신은 남다른 사람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모든 말이 무색하다. 표현이 무색하니 그저 "사랑한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좋다고 웃어주는 그이다. 사랑이 언제나 뜨거울 수는 없다.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사랑할 일이다. 사랑을 말할 때는 차갑게, 사랑을 표현할 때는 뜨겁게, 그렇게 사랑하며 살자.





이제 당신은 엄마가 됐고, 난 아빠가 됐다. '엄마'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기도'(김종철 시인)라고 하지 않던가. 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먼저 배우고 아빠를 알아가듯이, 엄마는 우리 가정의 가장 큰 바탕이 되는 사람일 거다. 부디 당신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집은 비록 작고 가진 것이 없어도 아이의 마음 속에는 커다란 운동장을 만들어 주자. 1+1=2라는 단순한 공식 너머의 진실을, 당신과 내 마음을 합치면 온 우주가 된다는 믿음을 아이에게 보여주자. 가진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보다 더 큰 세상이 있음을 당신과 내가 보여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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