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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 "친구가 보고 싶다"며 자살을 시도한 세월호 생존 학생의 소식을 접했다. 아무 일 없이 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지금 같은 땅,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겪을 수도 있는 고통을 그들이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 수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가슴 속 어디선가에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의 평화가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그들에게 연민이나 동정을 주는 것을 그만둔다는 것, 이것이 나와 당신, 그리고 이 땅의 공동체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단지 그 잔인함 또는 슬픔만을 기억하기 위함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가 언제나 그러했듯이 잔인하고 참혹한 현장에서도 자애와 희생, 용기와 친절이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역사 속 4.19, 5.18 중에 일어났던 참혹하고 잔인한 학살에서도, 공포와 두려움을 뚫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진실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은 4월 16일에 멈춰있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슬픔을 나누고 아픔에 연대하면서 치유와 극복을 위해 나아갔다. 그래서 2000년대 대한민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암울한 시대의 잔인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우리가 희망을 포기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어리석은 필부의 정신 승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여준 헌신과 봉사, 친절과 용기를 기억하자. 돌이킬 수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사소한 방식으로 실천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이 변화다. 변화의 중심에 세월호를 놓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현실의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도 마땅히 인간이 지켜야 할 근본적인 물음에 다시 답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 자체가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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