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 인문학 열풍의 이유

2020. 6. 17. 11:53사막에 뜨는 별/서가에 피는 꽃

한때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인문학이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교양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먹고사니즘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데 인문학은 왜 인기를 끌었을까? 

2019년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25~64세)의 49%가 대학교육을 이수했다. 이는 조사 대상 46개국 중 가장 많은 것이었다. 조사 연령대를 낮추어 25~34세의 성인은 거의 70%에 가까운 대학 교육 이수율을 보인다. (기사 링크

이처럼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인문학’은 그리 어렵지도 않은 학문이다. 우리는 인문학의 주요 학문 분과를 ‘교양’이라고 부르며 대학 시절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해 왔다. 이른바 ‘문-사-철’ 즉, ‘문학’ ‘역사’ ‘철학(윤리)’ 등이며, 여기에 ‘정치’ ‘경제’ 등도 엮여 있다. 시작은 아마도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한마디였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회사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을 중요시한다는 언급이었다. 시장은 인문학을 상품화했고, 다양한 책과 강연, 모임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그런 흐름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비결은 우리가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고자 했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보다 품위 있는 관계(?), 즉 지적 대화를 위해 인문학을 탐하고 있다. 저자 채사장은 모 방송국 강연(유튜브)에서 인문학 공부 열풍을 비판했다. 인문학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는 모습을 지적했다.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가 ‘교양’일 수도 있다. 그것은 지적 대화를 위한 폭넓고 상식적인 개념화된 지식을 익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큰 의미로서 ‘인문학’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며, ‘사회는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고, ‘나와 사회의 관계’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를 위해 채사장은 ‘역사, 정치, 사회, 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풀었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그 깊이는 매우 깊을 수 있어서 책 한 권에 자세히 풀어내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재미있는 비유와 쉬운 어휘를 사용하는 저자의 능력은 우리를 보다 쉽게 인문학의 도입부에 발을 디딜 수 있게 해 주었다. 여기에 집필 당시의 사회적 문제를 대입하여 나름의 시각에서 해석을 얹었다. 인문학의 응용이다. 잘 쓰는 저자와 탄탄한 기획과 시대적 흐름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여기서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겠다.


먼저 ‘역사’ 편에서는 지금의 자본주의를 설명하기 위한 생산수단의 개념을 설명하고 원시 공산사회에서 고대 노예제 사회, 중세 봉건제 사회, 근대 자본주의까지의 단계별로 생산수단의 변화와 생산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후 근대 자본주의가 태동한 후 자본주의의 모순에 의해 세계대전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다음 ‘정치’ 편에서는 흔히 말하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하는 기준과 방식이 결국 경제 체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적 구분에 따라 결정되는 것임을 설명하며 현실 정치 즉 FTA, 무상급식, 민영화 등에서 경제 체제적 관점에서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주의의 문제점과 독재 정치와의 구분, 자유민주주의, 공산주의, 사회 민주주의를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생산수단과 자본을 가진 보수층이 사회의 프로파간다를 조작하거나 장악하면서 정치적으로 보수를 지지할 수 없는 서민, 노동자, 자영업자, 농민 등이 보수를 지지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사회’ 편이다. 사회에서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헌법에서 규정하는 의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개인과 사회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개념적 차이가 무엇인지, 자연권의 탄생과 발전, 전체주의와 세금의 문제 등을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에 대해서는 ‘미디어는 어떻게 거짓을 말하는가’를 통해 자본의 지배를 받는 미디어의 속성과 그로 인해 보수화될 수밖에 없는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윤리’ 편이다. 우리를 시험에 빠뜨리는 윤리적 상황, 즉 딜레마에 대해 다룬다. 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이 가장 윤리적일까에 대한 논란의 역사를 통해 윤리의 문제를 정리하고 있다. 먼저 윤리적 판단, 의무론과 목적론, 정언명법, 목적론과 공리주의 등 인류가 가진 윤리의 문제를 각각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나아가 어떤 사회가 윤리적인 사회인지에 대해서는 이 책이 쓰일 당시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송파구 세 모녀 사건’을 화두로 던졌다. 사회 변화를 위한 과정과 절차, 그리고 최종 목적이 모두 조화로울 수 있을까? 여전히 우리가 가져가야 할 윤리적 화두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8점
채사장 지음/웨일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