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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존 키건(역자 정병선)
출판사 : 지호
정가 : 18,000원

두 달 전이었을 거다. 인터넷으로 한꺼번에 책을 구입했다. 그 중에 하나였고, 책에 대한 평이 괜찮아서 구입했는데, 중간중간 들쳐보니 어느 부대가 어쨌느니, 진형이 어쨌느니, 병사들의 상태가 어쨌느니 하는 이야기라 재미없다 싶어서 뒤로 미뤄두다가 요즘에야 차근차근 읽고 있다.

우선은 의외로 재밌다. 아니, 흥미롭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순간 전투(혹은 싸움)의 극도의 흥분상태를 경험해 본 이들에게 가장 공식적이고 파괴적인 폭력인 전쟁의 전투가 어떤 모습이며, 그것을 움직이는 역동적인 힘이 어디에 나오고, 그리고 각각의 병사들이 전투의 순간에 경험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전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처럼 객관적이고 간결하고 자세히 묘사할 수 있다는 데서 놀라울 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쟁이나 전투에 한번도 참여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놀랍다.)

저자의 기록은 종전의 전투기록이 영웅적 리더십과 상투적 이미지, 그리고 승자 중심의 기록(선별적 기록) 등으로 전쟁(전투)의 본래 모습을 많이 가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대의 전투기록을 서사적으로 묘사한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도 이러한 사실은 잘 드러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병사들은 두려움 때문에 싸운다. 첫째는 전투 거부의 결과(처벌)에 대한 두려움이고, 둘째는 잘 싸우지 못한 결과(살육)에 대한 두려움이다.]

전쟁은 무서운 폭력이다. 그것은 살육에 대한 두려움을 극한으로 몰고 가며, 광기에 어린 흥분으로 문명을 지우는 행위이고, 인간성의 최저점으로 치달아가는 야만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이런 폭력이 더 이상 문명(혹은 인권)의 이름으로 치장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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