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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사진을 보세요. 어떤 공통점이 있죠?”
학생들은 머뭇거리는 듯했지만 조그마한 목소리들이 하나둘씩 나온다.
“흑백이요.”
“한 사람이네요.”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어요.”
“사진의 질감이 거친데요.”
때로는 대답에 칭찬하고, 때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며 학생들의 수업의지를 북돋우고 있는 이는 한금선 사진작가. 학생들은 광운대학교 미디어학부 학생들. 한금선 작가는 내가 만드는 잡지와도 꽤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분이다.
“그래요. 그런 공통점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 그 안에서 이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럼 그게 무엇일까요?”
그야말로 토론수업이고 현장학습이었다. 학생들은 주위에 서성이는 관중들을 조금은 의식하는 듯해 보였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나 스스로도 사진을 보는 관점과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배운다.
 


한금선 사진작가를 비롯해 김중만, 노익상, 박여선, 성남훈, 이갑철, 이규철, 임종진, 최항영 등 10명의 사진작가들이 국가인권위와 함께 얼마전에 사진집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를 발간했다. 그리고 현재 광화문 조흥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고 있다.
참여한 사진작가가 많은 만큼 다양한 사진기법을 관람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포토에세이, 포트레이트 등 작가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2005년 한 해 동안 도시의 뒷골목과 집회현장, 농촌, 어촌, 산간벽지 할 것 없이 전국을 떠돌며 봄부터 초겨울까지 우리의 모습을 기록했다.
거기에는 차별에 관한 열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뷰파인더에 잡힌 그늘은 보호시설의 정신장애인, 난민, 중국 동포, 장애인과 그 가족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노인들과 어린이만 남은 농촌, 한국으로 시집온 아시아의 여성들, 산간벽지의 여성들, 조손가정의 어린이 등이다.
그렇다고 내내 어둡기만 하지 않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 사진은 단란하게 보이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다. 조손가정의 어린이들 모습에서는 애잔한 미소를 머금어도 좋다.
이번 전시회는 3월 17일날 시작되어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조금만 발품을 판다면 괜찮은 구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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