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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달이다. 시간은 참 잘 흐른다. 힘들게 치렀던 결혼식도 이제는 즐거운 옛 추억이 되고 있다. 아직 결혼식장에서 주는 사진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호성이가 넘겨준 사진이 있어 몇장 올려본다.


그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변화의 가운데에 내가 있음을 절절히 느끼고 있다. 그래서 많이 고맙다. 만났을 때는 참 많이 비슷하다, 라는 생각을 했고,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면서는 다른 점을 이해하며 살자,는 약속을 했더랬다. 돌아보면 우리 둘 참 잘 하고 있다.


새로 생긴 처조카들이다. 처조카 뿐만 아니라 그녀의 오빠와 언니까지 새로운 인연이 생긴 셈이다. 남자 조카 하나 있는데, 군대에 가 있다고 한다.

여자는 쓴 맛에 민감하고, 남자는 단 맛에 민감하단다. 유전자 특성에 새겨져 있는 것이라는데, 오래전부터 태아와 아이를 지키려는 여성의 모성 보호 본능에 기인한 진화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와 살면서 이래저래 여러 쓴 맛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르겠다. 다만, 난 어떻게든 내가 느끼는 이 달콤한 행복의 단맛을 그녀에게 설명하려고 애쓸 뿐이다. 그것이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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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늘어나는 뱃살을 줄여보고자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있다. 벌써 2주가 넘었으니 꽤 열심히 타고 있는 셈이다. 비가 오거나 저녁에 술약속이 있지 않는 한 꾸준히 타고 다닐 생각이다. 서울시가 2014년까지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무척 반갑다.
(관련뉴스:'서울 자전거 특별시' 출퇴근 풍경이 바뀐다) 지금까지 살펴보았을 때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도 거의 같거나 오히려 빠르다. 샤워를 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지만, 물수건으로 몸을 깨끗이 닦아줌으로써 땀냄새 등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가실 수 있었다. 가장 큰 걱정과 두려움은 역시 교통사고다. 안 쓰던 헬멧까지 제대로 갖추고 다니고는 있지만, 울퉁불퉁한 도로 갓길이나 무개념 운전자들을 만나다 보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혹시 술을 마시고 싶다면 비 오는 날 연락해 주시길... 그 날은 무조건 콜이다.

2.
황석영 작가가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그의 상상력은 대단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참여한다는 그의 진심을 왜곡할 마음은 없다. 단지 이명박 정부가 그 진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해 보겠다. 평화열차는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관련 글 :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3.
교과서 성적이 매우 안 좋았다. 그 여파로 5층에서만 벌써 4명이 퇴사했다. 이러다보니 교과서 실패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반성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담당자의 실패로 귀결되는 듯하다. 회사로서도 일의 기획단계에서 타당성이나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일이 한참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과 재정의 지원도 부족했다. 물론 진행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그 책임에 대해 따져볼 여지가 유야무야 없어진 셈이다. 무엇보다 회사 조직 내에 나쁜 선례가 남겨진 셈이다. 즉, 회사의 책임 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해당 진행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겨 버리고, 교과서 채택 실패는 곧 퇴사라는 이상한 공식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 조직 내 분위기를 이렇게 만든 데에는 나를 비롯해 같이 근무하는 다른 동료 직원들의 책임도 크다. 각자에게 있을 상처들을 냉철히 돌아보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올바르게 정리하여 새 출발을 하든 다시 새로운 각오를 다지든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다시 결론은 그렇다. 회사라는 조직은 개인을 하나의 도구로 볼 뿐이다. 자기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니 조직하라.

4.
음악 교과서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국어 전공자가 왜 음악이냐고? 국어니까 어떤 과목이든 할 수 있다는 게 논리다. 이참에 악기라도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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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판사에서 일하는 후배와 만난 자리였다. 여러 이야기 중에 드디어 나오고야 만 황석영 작가 이야기. 황석영이라는 작가를 편집자로서 가까이 보아왔던 그의 이야기는 또 다른 충격을 주었다. 그의 (문학적) 성향을 떠나 그의 인간성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면 단지 서운한 감정만은 아니었다. 누가 보아도 비상식적인 행동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간 그의 명성과 지위에 눌려 쉬쉬 되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그의 극적인 변신은 그간 물밑에서 차마 하지 못했던 많은 말들이 수면으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주류가 된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에서 경쟁 우위에 서 있다는 말일 것이다. 체제의 효과적인 시스템이 돌아가는 순환 논리를 재빨리 파악하고 거기서 발견되는 대중의 소비 욕구를 정확히 파악해 내는 것, 그리고 그 요구에 맞는 상품(재능이든, 지식이든, 물건이든)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우리 사회의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00년 전 예수가 지금 시대에 맞는 적절한 명언을 남겼으니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만큼 어려운 일이다'라지 않던가. 그만큼 현 체제에 잘 적응한 결과이며, 체제에 대한 비판 의식이라든지, 그 체제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향한 실천적 배려 등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부류라고 나는 결론 내렸다. 참고로 박노자의 교수 "양심적 지식인란 기린보다 드문 존재"라는 글을 추천한다.

황석영 작가의 행보와 말은 몇 번씩 곱씹어 보았다. 남북문제에 대한 그의 애착과 노력에 대해서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문제 있는 발언들은 많았다. 이는 귀국 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여전했다. 이명박 정부가 이 전의 어느 정부보다 신자유주의를 더욱 급속히 진행하고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음에도 이 정부를 '중도 실용 정부'로 인정하는 한심한 현실인식은 둘째치고라도, 그가 관심가지고 있는 남북의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몽골+2코리아'는 개성공단도 무너지는 지금 과연 의미 있는 해법일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렇게 말하는 작가가 정말 '객지' '삼포로 가는 길' '장길산'을 썼던 작가였는지도 의심스럽다.

다시 그날의 술자리로 돌아가면, 난 그날 황석영 작가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단순한 인터뷰 하나로 명망 있는 작가 하나를 망가뜨릴 수는 없다고 봤다. 그리고 어쩌면 황석영 작가를 좀 더 지켜보자는 쪽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석영 작가에게 간곡히 부탁하고자 한다. 제발 현실인식만큼 제대로 하자고. 참고로 손호철 교수의 글 중에 한 대목을 옮겨 온다.

황석영 씨가 개인적 인연이든, 노벨문학상에 대한 욕심이든, 어떠한 동기에서든 이 대통령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유라시아 평화열차'프로젝트처럼 민족의 미래에 대한 '대붕'의 통 큰 기획을 가지고 이 대통령을 현재의 극우적 노선으로부터 공약했던 중도실용노선으로 유도하기 위해 이 대통령을 돕고 있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대통령의 현 노선이 중도노선이라는 식으로 현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작가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길이다. - 프레시안, '황석영과 손호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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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 내가 체험한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육체적인 고통도 있었지만, 그 환상적인 체험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 지 매번 고민이다. 제일 앞에 놓을 사진을 생각하다가 법환포구를 지나 서건도 가는 길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보았다.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돌을 정리해 가꾸었을 저 길에서는 땀냄새가 났다. 그것은 짭쪼름한 바다냄새와는 달랐다. 그 순간 내 모든 감각기관들이 짜릿하게 정전기를 일으켰다.

등산이든 트래킹이든 첫날 걷는 것이 힘들다. 더군다나 숙소 문제로 꽤나 고생을 하는 바람에 이래저래 피곤했던 하루였다. 둘쨋날은 새로 숙소를 잡고, 차를 렌트하느라 오전 시간이 바빴다. 4월의 제주는 비수기라서 매우 저렴하게 차를 렌트할 수 있다. 아반테를 30시간 렌트하는데 6~7만원 정도. 제주에서 서귀포로 가는 택시가 3만원 정도하는 걸 생각하면 차를 렌트하여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레이싱걸? 뭐 차 옆에 있으면 레이싱걸이고 운전대 잡고 있으면 카레이서다. 멋대로 생각하고 즐기자. 여행이란 나를 낯선 곳으로 보내 낯선 나와 마주하는 것.





위의 사진은 숲터널로 가기 전 삼나무 숲길 사진이다. 실제 숲터널은 나무들이 도로 위를 덮고 있는 모습이다.(숲터널 사진 보기) 지도를 놓고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관통하는 길(5.16도로)에 있다. 차를 렌트한다면 한번쯤 드라이브 코스로 잡아도 좋다. 제주에서 서귀포방향으로 가다보면 사진처럼 삼나무숲길이 먼저 나오고 이후 나무들이 지붕을 만들어 왕복 2차선 도로를 덮고 있는 길이 나온다. 그곳이 숲터널이다. 제주의 해안도로도 좋지만 한라산의 숲터널도 추천할 만한 드라이브 코스다.






오늘 일정은 다시 찻집 솔빛바다에서 시작했다. 마침 제주 올레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에 설문조사에 잠깐 응하고 기념펜을 선물로 받았다. 출발하며서 만난 숲에 내리는 아리한 아침햇살이 어여쁘다.





7코스는 바다 산책로에서 시작된다. 조금만 가다 보면 외돌개를 만나고 일명 '폭풍의 언덕'에 도착한다. 왼쪽으로는 절벽 아래로 쪽빛바다가 넘실거리고, 오른쪽으로는 숲이 아름답다.








사진에 우뚝 솟은 바위가 외돌개이다. 그리고 외돌개 오른편 툭 튀어나온 곳이 일명 폭풍의 언덕. 이렇게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외돌개 주변은 남주해금강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로 유명해 중국과 동남아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왔다.








외돌개는 화산이 분출할 때 형성된 것으로, 바다에 외로이 서 있는 바위라고 하여 외돌개라고 불린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제주를 강점하고 있던 몽고인 세력 묵호를 평정할 때 이 외돌개를 장군으로 치장해 물리쳤다고 전해진다.





돔베낭길 가기 전. 노란 유채꽃과 보랏빛 자운영? 아무렇게나 내버려진 들판에 꽃들이 가득하다. 그 위로 바람이 지나는 흔적이 사진에도 보일까?  










어제의 사건과 사고, 피곤함도 금세 잊혀졌다. 아름다운 풍광과 길이 피로회복제다. 다리에서는 다시 힘이 나고, 발바닥은 금방 달아올라 가볍다. 인생의 목표는 길 끝에 있을지 모르지만, 인생의 지혜는 길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배움은 내 발자욱 밑에서 자라는 것이며, 많은 길 위에 더 큰 배움이 있다. 
 






 


돔베낭길. 제주 말로 '돔베'는 도마이고, 낭은 '나무'다. 즉, '돔베낭길'은 '도마나무 길'이라는 말이다. '도마'는 입이 도마처럼 넓은 나무를 일컫는 말인데, 이곳에는 그런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외돌개에서 돔베낭길까지 약 2.5km의 길은 올레길 전체를 통틀어서도 멋진 길 중의 하나로 이곳만 걷는 관광객들도 꽤 많을만큼 풍광이 좋기로 소문났다. 구간마다 해안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어 해안의 자연이 빚은 조각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했다.




어제도 보았던 나무들이였는데, 이렇게 지천으로 자라 천지를 피빛으로 붉게 물들여 놓았다.



어제 서귀포칼호텔로 들어가는 길도 쪽문을 통하더니 이날도 돌담을 약간 허물어 튼 길을 만났다. 선명하게 나 있는 파란색 화살표가 이곳이 올레길임을 말해 주고 있다.





미라 키가 훌쩍 커진 듯^^. 뒤에 주차된 차량만 아니었으면 꽤 좋은 사진인데 하는 아쉬움이...



호근동 위생처리장. 공공기관이지만, 이렇게 항상 문을 열어놓고 올레 여행객들을 반겨 주고 있다.
이런 친절한 배려의 안내판이 참 반갑고 고맙게 여겨진다.



 


속골 휴양지 가는 길에서.



속골휴양지 입구. 열대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 삼나무숲이나 플라타너스 나무 길과는 느낌이 사뭇 다른 묘한 감정을 자극한다.



길이 아닌데 미라는 개만 보면 사진에 담겠다고 다가섰다. 미라가 다가서는 그 길에도 개가 몇마리 묶여 있었다. 미라에게는 예전부터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는데, 결혼하기 전에 그만 저 세상으로 떠났다. 지금도 그 강아지(이름은 '동이') 얘기만 하면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올레길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길은 차도 옆으로 난 아스팔트 도로다. 길이 주는 피곤함은 거기서 배가된다.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니 그런 길은 사진으로도 담지 않았다. 다음으로 돔베낭길처럼 잘 가꾸어진 길도 길 자체로만 보면 위 사진의 길 보다는 하급이다. 그냥 경운기나 달구니들이 다녔을 법한 정다운 길이 좋다. 흙기운 때문인지 발도 덜 피곤하다.



스모루 소공원의 징검다리. 미라 앞에 가는 올레꾼의 모습. 돔베낭길을 벗어나서는 다시 사람이 별로 없다. 이날도 수녀 두분과 홀로 가는 저 앞에 남자 분, 그리고 젊은 여자 두 분 이렇게만 볼 수 있었다.







안내서에는 많은 지명들이 나오지만, 정작 해당 지역에서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속골휴양지-스로루소공원-철다리-징검다리 언덕길-바위를 뚫고 지나는 길-수봉로로 가면서도 제대로 알 수가 없어서 당혹스러웠다.

수봉로는 염소가 지나다니던 길을 2007년 김수봉 님이 손수 삽과 곡괭이로 돌을 놓고 길을 다듬어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이의 정성과 배려를 느낄 수 있을 길이지만 정작 정확한 지점에 안내된 표지가 없어서 안타깝다.



공물해안길.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다.



법환 포구 마을 진입 전. 포구마다 있는 마을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바다로 내려와 삶의 터전을 일구어 만든 곳, 포구. 포구들마다 하나둘씩 있을 만한 사연이 궁금하다. 그물을 다듬고 있을 어부나 망태를 들고 마을길을 돌아나오는 할망을 보면 마을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하늘과 땅과 바다가 만나는 마을에서 눈이 맑고 미소가 아름다운 그이와 함께 걷다보니 풍경들 하나하나가 가슴을 흔든다.
















 

서건도 바다산책길. 안내서에는 서건도로 나와있다. 시간이 좀 남는다면 서건도에 들어가 볼 수도 있었겠지만, 갈길이 바빴다. 올레길이 그리 만만히 볼 곳이 아님을 실감했다. 돔베낭길에서도 바닷가에 내려가 보고 싶었지만, 길을 재촉했던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사람들이 즐겨찾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오고가는 사람들이 꾸며놓은 조형물들이 제주의 뛰어난 풍경과 제법 잘 어우러졌다. 실상 제주는 잘 꾸며놓은 관광지보다 이렇게 자연이 빚은 예술품들을 감상하며 자신만의 예술품을 창작해 보는 것도 여행의 큰 기쁨이 아닐까?



차로는 절대 갈 수 없는 그 길. 올레길의 매력이다. 걷는 것의 즐거움, 내 어깨가 흔들리는 건 바람 때문일까? 아니 제 흥에 겨워 꽃들과 함께 어우러지다.







제주 청보리(일 거다). 제주의 밀인가 해서 찾아보니, 제주에서는 밀이 재배되고 있지 않다고 하는 정보가 있다. 아무리 봐도 난 사진발 정말 안 받는단 말이지. 





다시 바닷가 길로 접어든다. 곧 악근천을 만난다.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걸을 때 쯤 우리들 그림자도 많이 길어졌다. 꽤 시간이 흐른 것. 뒤에서 사진을 찍자 빨리 오라며 손짓했다. 뭘 하려 하나 보니 그림자 사진을 찍자고 한다. 녀석들도 우리 쫓아 오느라 고생이 많다며...


사진에서 멀리 끝 쪽에 악근천이 있다. 악근천을 바로 넘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악근천을 돌아 풍림리조트 후문으로 가는 길의 초입은 비닐하우스촌이다. 마을길을 좀 지나다보면 아스팔트길을 만난다. 그리고 얼마 안가 풍림리조트 후문이 나온다.



풍림리조트 안으로 악근천이 흐른다.





풍림리조트 안으로 난 올레길. 예쁘게 꾸며져 있다. 올레길을 안내하는 친절한 안내표지도 잘 되어 있어 반갑다.



주상절리대. 풍림리조트를 나가는 쪽의 우측 절벽 모습이다. 인공적으로 꾸민 것처럼 반듯하게 다듬어져 있지만, 자연의 손이 빚은 예술이다. 내일 8코스에 주상절리를 가는데 여기서 가까이 보니 좋다.



풍림리조트를 나와 얼마 안가면 화훼단지를 지난다. 옆으로 있는 비닐하우스가 화훼단지. 그리고 강정마을과 강정포구를 지나는데, 이 구간이 한창 공사중이었다. 7코스는 모두 좋았는데, 마지막에 트럭들이 내뿜는 흙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했다.



주민들의 편의와 삶을 위한 개발이라면 그도 인정할 수 있겠지만, 딱히 그런 것이 아닌 투자라는 명목의 개발이 이 땅에 만연해 있다. 그런 개발들은 꼭 강의 흐름을 막고, 산의 지형을 변화시킨다. 제주에서 오래 살았던 노인분들은 개발되기 전의 제주도가 훨씬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우리가 올레길에서 본 제주의 풍경들 중에서도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길들이 더욱 정감이 갔다. 이중섭 화가나 김영갑 사진 작가가 자신의 캔버스와 프레임에 담은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진정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월평포구. 포구라고 부르기에는 웬지 쑥스러울 정도로 작은 포구였다. 저 작은 포구도 폭풍이 몰아치고, 비바람이 불 때면 자기 안으로 숨어든 배들을 포옥 안아줄 것이다. 모든 포구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이로써 7코스도 마무리됐다.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할만큼 늦은 시작이라서 서두르다 보니 사진도 많지 않다. 돌아보면 같이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게 많이 아쉽다. 그러나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추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고, 함께 걸었던 그 길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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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중략)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


제주의 4월 하늘은 맑고 청명했다. 월요일 하루 내내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친 후라 그런 것일 게다. 하늘과 땅 사이에 충만한 기운이 넘친다. 걷기 좋은 날이다. 흙도 부드럽게 발을 감싸준다.

제주올레길을 걷겠다고 하니 사람들이 말렸다. 결혼 준비며 손님 접대며 이래저래 피곤할 터인데, 여행만은 편하게 쉬다 오라는 어른들의 말씀도 그렇고, 직장 다니면서 장기간 여행가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특별한 여행지를 찾아 가는게 좋지 않느냐는 친구들 말도 그렇다. 따지고 보면 제주도는 마음만 먹으면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니 굳이 고집피울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둘 다 편하게 하는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가만히 차려놓은 차림표대로 이곳저곳 데려다 주면 의미도 모른 체 구경하고 똑같은 사진 찍는 일은 불편하다. 그렇다고 해외 자유여행을 꼼꼼히 계획하고 실행할 시간과 여력도 쉽게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결정한 제주올레길 여행. 참 잘 다녀왔다. 지금도 제주의 하늘과 바람과 사람들이 우리 사이에서 춤춘다.




6코스는 쇠소깍에서 시작해 제지기오름을 오르고, 칼호텔과 파라다이스 호텔 앞을 지나 서귀포 시내를 관통하고, 다시 천지연폭포 생태공원을 둘러본후 외돌개로 오는 코스다. 아스팔트길이 많아서 첫날코스로 잡는다면 좀 힘들 수도 있다. 또 중간에 식사를 하겠다면, 정확한 장소를 잘 파악하는 게 좋다. 인터넷에서 뽑은 올레코스 지도에 나온 식당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미리 김밥이나 간식거리를 준비한다면 좀더 수월할 것이다.




 
바로 엊그제 결혼을 한 우리는 사실 피곤하기도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하자고 주문을 걸어보지만 결혼식이란 게 어디 그리 편하겠는가. 긴장감으로 굳은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시간으로 하루는 짧은 감이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저 호텔방에 죽치고 앉아 멀뚱멀뚱 먼 바다만 바라볼 일도 아니다. 언제나 창조는 시작에서 비롯되고, 그 시작은 결단에서 나온다. 우리가 진정으로 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면 하늘이 우리를 돕는다. 길을 나서니 봄꽃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쇠소깍은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효돈천 끝에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깊은 소이며, 쇠소깍의 '쇠'는 '효돈'의 옛이름이고, '소'는 연못, '깍'은 제주 방언의 접미사로 '끝'을 의미한다. 이곳은 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으로 빼어난 풍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신분의 문제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남녀가 이곳에 육신을 내던졌다는 쇠소깍 전설은 여느 이름 있고 아름다운 소에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물은 생명과 죽음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니,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소에 몸을 던져 죽은 이들이 이승에서 못이룬 사랑을 저승에서라도 이루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구전된 것이리라.





위 사진에서 보면 오른편에 파란 화살표가 보이고 왼편 위쪽 나뭇가지에 걸린 천쪼가리가 보인다. 올레길을 안내하는 표지이다. 궁색하기 그지 없지만,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길을 헤맨다 싶을 때면 나타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제주의 풍경에는 집들도 한몫한다. 평범한 서민의 집들도 그렇지만, 부유한 사람들의 별장이나 여행객을 유혹하는 펜션들은 그림 같다. 옆의 사진의 집 입구는 저렇게 나무를 인위적으로 휘어서 꾸며놓았다. 대문을 대신하는 나무의 그늘이 들어서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하겠지만, 웬지 나무들이 서글퍼 보인다.
























 
제주를 삼다도라고 한다. 바람과 돌과 여자가 많다고 한다. 사진 한장에 담아본 돌과 바람과 여자. 돌담길은 정겹다. 거기에 얼키설키 담쟁이 덩쿨들도 반갑다. 바람이 불어 준다. 돌담길을 따라 흐르는 바람을 맞아 활짝 웃었다.




제지기 오름 초입.
옆의 이주일 별장은 사진에 담지 못했다. 코메디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주일 씨가 말년 폐암과 싸우던 그 집이었는데,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지금은 담배를 끊었지만, 금연 광고에 출연한 이주일 씨의 말은 웃음을 앗아간 무서운 담배의 존재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주일 별장을 옆으로 끼고 제지기 오름으로 오르는 길이다. 아스팔트길을 걷다가 피곤하던 차에 다시 산길로 들어서니 반갑다. 흙길이 좋다.



제지기 오름.
제지기 오름은 야트막한 오름이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쉬지 않고 간다면 15~20분이면 충분하다. 정상에는 동네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이 있고, 전망이 좋은 곳은 잘 정비되어 있어 다리쉼을 하기도 좋다. 여기서 우리는 가져온 맥주를 하나 나누어 마시고 쉬었다. 바닷가 공기와 숲의 바람이 어우러져 나른한 봄날을 전해주었다.




제지기 오름에서 바라본 보목항구. 오밀조밀한 집들과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오름길에서 만난 오름들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여력이 된다면 꼭 올라보길 바란다.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재미다.


보목항구의 집들. 대문 대신에 있는 줄, 돌담 위의 빨랫줄, 햇볕 좋은데서 말리고 있는 해초... 작은 항구 마을에서 목격하는 정다운 풍경들이다. 여행은 평범한 것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의 여행은 평범을 향한 다가섬이어야 한다. 일상의 다정함을 끌어들이는 것, 그것이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다.


보목항구 근처에서.
모든 자연이 하늘과 바람과 물과 대지의 기운에 힘입어 꽃을 피운다. 담장 위에도 아스팔트 사이에도 들판에도 산에도 꽃들이 활짝 피어난다. 누군가가 그랬다. "여행이란 '여기 아닌 어딘가'로 가는 것이며, '어제 같지 않은 내일'을 확실하고도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이다"라고. 겨울의 문이 닫히고 봄이 생동하는 지금, 이 길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 길은 끝나지 않으리라.





















 


4월의 제주도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북적인다. 웬만한 관광지에는 학생들의 생기발랄한 떠들석함으로 시끄럽다. 지방 여기저기서 모여든 아이들의 귀여운 사투리를 듣는 재미를 안다면 그리 불쾌하진 않으리라.


유채꽃도 다 졌겠지, 싶었는데 막상 돌아다니다 보니 여전히 화려하게 잘 피어나고 있더라. 멀리 보이는 외로운 섬과 바닷가에 피어난 유채꽃이 아름답다.































비닐하우스 안을 기웃거리니 어여쁜 꽃들이 또한 지천이다. 아마 난꽃이 아닐까? 잘 아시는 분 있다면 코멘트 부탁드린다. 색깔이 고왔다.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지난해 여름(7월)에 왔을 때는 해안가에서 한라산을 보기 어려웠다. 아마도 너무 습한 기온이 연무현상을 일으켜 한라산을 지운 것 같았는데, 요번에는 어디서나 가리는 것만 없다면 내내 한라산이 우리와 동행했다. 사진처럼 항상 꼭대기 부근은 흰구름을 걸치고 앉아 있었다.




보목항구에서 서귀포칼호텔로 가는 중.
멀리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다. 이중섭 화가도 저 섬을 배경으로 풍경화를 그렸는데,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자연이 주는 영감은 옛사람과 시공을 초월하여 만나게 해 준다. 

보목항구를 나와 보목 배수펌프장과 구두미포구를 지나 서귀포칼호텔로 들어간다. 보목항에서 칼호텔까지는 좀 지루한 길이다. 내내 아스팔트길을 걸어야 해서 발도 아프다. 이런 길은 자전거로 달리면 제격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서귀포칼호텔로 들어가는 입구. 문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틈새에 길을 낸다고 했을 때 적합한 말이 무엇이 있을까. 그것도 호텔로 들어가는 길이라서 그럴까. 어릴적 골목길에서 놀다가 옆집으로 넘어간 공을 찾으러 몰레 남의 집에 갈 때처럼 설렌다.

























 


서귀포 칼호텔의 호수 풍경. 칼호텔은 제주시에도 있고 서귀포에도 있다. 서귀포 칼호텔은 이처럼 넓은 정원과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반면 제주 칼호텔의 경우 제주시내에 위치해 있어 공항과 가깝게 위치한 편의성으로 업무차 방문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우리 둘다 취향이 비슷하다는 점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겠다. 여행, 특히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시골을 좋아하며, 자연을 향한 동경도 비슷하다. 이번 여행도 어쩌면 힘들고 피곤했을 텐데, 단 한번의 투덜거림도 없이 항상 씩씩하게 다니면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 건강함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듯하다.


 
서귀포 칼호텔 내부의 야자나무길. 중문관광단지 안에는 많은 특급호텔이 있는데, 저마다 아름답고 거닐기 좋은 정원을 잘 꾸며놓았다. 이곳 서귀포칼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의 내부가 올레길에 포함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마음껏 날아보는 이유다.
















 







 



 




몇몇 관광지에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제외하고 올레길 대부분은 정말 조용히 단 둘이 걸을 수 있었다. 아주 간간히 올레길을 걷는 여행자들을 보기는 하지만 한코스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의 수에 불과했다.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제주올레가 널리 알려졌고, 웬만한 택시기사들도 올레길을 다 알고 있을만큼 보편화되었다고 하지만 주중에 올레길을 찾는 여행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더 고즈넉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을 것이다. 마치 우리 둘만을 위해 온 세상이 꽃길을 가꾸어 놓은 것처럼 말이다.



호텔을 벗어나 소정방폭포로 가기 전. 돌담을 약간 허물어 일부러 길을 낸 것 같았다. 길은 경계를 허물고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나에게서 너에게로 말이다.

6코스에서는 보목항구를 벗어나 칼호텔까지의 길이 좀 지루하다. 그리고 호텔들을 벗어나면 정방폭포로 향하는데 이 길은 지루하지 않지만 관광지라서 소란스러움이나 번잡함은 각오해야 한다. (물론 길에서는 한적하다, 관광지 가서 그렇다는 말이다.)

사진은 파라다이스 호텔의 대지였을 것이다. 제주 특유의 돌로 만든 계단과 옆으로 가늘게 뻗은 대나무들이 자여스럽게 그늘을 드리워주었다. 봄날의 따가운 햇볕을 시원하게 녹여준다.


















 

 


소정방폭포. 올레길에서 정방폭포 전에 있는 소정방폭포. 정방폭포는 입장료를 받지만 이곳은 그냥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한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저 밑에서 폭포수 안마를 받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올레6~7코스는 이렇게 인위적으로 잘 꾸며놓은 길들이 참 많다. 정갈하고 깔끔한 모습이 보기는 좋지만 자꾸 보니 실증도 나기 마련. 어떤 이는 이런 6코스가 가장 재미없다고도 한다. 인공적인 맛, 마치 미원으로 맛을 낸 것 같은 느낌이라서가 아닐까.



정방폭포. 유명 관광지인만큼 사람들이 많다. 결혼 시즌이라 그런지 커플들도 눈에 많이 띄지만, 그래도 아이들만큼은 아니다. 단체관광을 온 노인분들도 보인다. 시원스레 쏟아지는 물줄기는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모르지만, 장관이었다.





정방폭포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해산물들. 이게 만원어치이다. 한소쿠리에 2만원씩 하는 거 우리는 사정해서 만원어치만 달라고 했다. 소주도 팔고 있다.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정방폭포 옆에 있는 서복전시관. 우리가 갔을 때는 내부 공사중이라서 구경할 수 없었다. 서복전시관은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와 관련된 서귀포 지명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어 잠깐 시간내서 읽어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정방폭포를 나와 소낭머리 전망대를 지나 서귀포 초등학교로 갔다. 관광지에서 내내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과 비명 소리를 들었음에도 여기 초등학교에서 듣는 아이들의 소음은 정겹기만 하다. 피시방 등에서 보면 아이들이 쏟아내는 욕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아프다고 소리지르는 데 어른들은 끊임없이 아이들을 경쟁의 세계로 내몰고 있다. 국제중학교에 일제고사에,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것은 못난 어른들이다. 

서귀포초등학교를 지나 이중섭 미술관을 찾았다. 여기는 시내길이라서 자칫하면 화살표를 잃을 수 있다. 안내표지를 잘 찾아서 이동하고, 가급적이면 시내 지도를 이용해 이중섭 미술관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이 좋다.

이중섭 미술관 일대는 이중섭 공원으로 만들어 이중섭 화가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의 삶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중섭 미술관 내 포토존. 강한 붓터치에 붉은색 톤의 소 그림이 방금 막 그려낸 듯 생생하다.

이중섭 미술관 옥상에서 바라본 서귀포. 멀리 보이는 게 아마 섶섬이 것이다.(틀리면 지적해 주세요^^) 즐비하게 서 있는 관광버스들. 서귀포의 풍경이다.




























 




이중섭 공원을 나와 천지연생태공원. 보이는 붉은 잎들은 처음부터 붉게 나지는 않은 듯하다. 녹색이었던 잎들이 마치 단풍이 들듯이 불게 물들었다. 봄날의 단풍구경하는 듯 신기하기만 하다.





어느 꽃은 이미 져서 저렇게 골목길 담장 아래에서 마지막 붉은마음을 적시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봄은 매우 짧다.


6코스의 막바지에 있는 어려운 코스 삼매봉이다. 물론 여길 오르지 않아도 되지만, 산사람 미라와 나는 이 길 또한 놓치지 않는다. 기어이 또 오르기 시작했다. 한때 제철을 만나 흐드러지게 피었을 꽃잎들이 길 위에 뿌려져 있다. 사뿐히 즈려밟고 나아갔다.






















 
 
 
 
 


한참을 걸어 여기까지 왔으니 피곤할만도 한데, 어디서 그런 체력이 샘솟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짧은 언덕길에 불과하지만 등줄기를 흐르는 땀은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정상에 올라 멀리 한라산을 바라본다. 이번 여행에는 한라산을 넣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꼭 저 산에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





삼매봉 언덕에 있는 체육공원. 주민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잘 된 편이다. 설치 뿐만 아니라 보존 및 관리도 중요하다. 부디 흉물로 방치되지 않기를...




사실 이 날 10시 30분에 시작한 올레길 여행은 삼매봉을 올랐을 때는 4시를 훌쩍 넘겨버리고 말았다. 이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된 점심식사도 하지 못했다. 기껏 준비해 간 육포와 맥주, 과자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제주올레 웹사이트에서 추천한 식당은 여간 꼼꼼하지 않으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당초 계획했던 식당을 놓치니 그대로 끼니를 거르고 만 것이다. 게짬뽕을 간절히 부르짖어 보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들려왔다. 지금 이 시간도 제주의 게짬뽕은 어떤 맛일까 무척 궁금하다.




삼매봉을 내려오면 외돌개로 길은 곧장 이어진다. 잘 가꾸어진 길이라 반갑긴 하지만 차라리 저 나무판 길이 없었다면 어떨까 싶다. 그냥 풀과 흙과 돌들이 어지러운 길을 따라 간다고 해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사람들의 발자욱으로 만든 작은 오솔길도 걸을 만하다. 굳이 이렇게 아까운 나무들을 또 베어냈을 것을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외돌개 가는 길. 바다 빛깔이 참 좋다.




외돌개 초입의 해안가. 당일날에는 여기가 외돌개인 줄 알았다. 다음날 외돌개라는 명칭의 뜻을 알고, 진짜 외돌개를 보았지만, 이곳 풍경도 매우 아름다웠다. 바람과 파도가 빚은 온갖 형상들이 청록색 바다빛깔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화를 만들어냈다.



 
전부터 짐작은 했지만, 미라는 남자로 태어났다면 개구장이로 한 시대를 풍미했을 것이다. 왼쪽 사진의 경우 나도 오르기 힘든 바위 위를 어떻게 올라갔는지,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고 웃고 있다.



























6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솔빛바다 찻집. 많은 올레꾼들이 여기에 모인다. 주인장이 추천한 여러가지 차로 여행의 피로를 달래고 여행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즐거운 추억을 나누는 재미도 좋다. 시내로 나가는 택시를 불러달라면 주인장이 친절히 직접 전화해서 불러 주니 도움을 요청하자. 



 


 


이로써 제주 올레 6코스 여행을 마쳤다. 안내서에 따르면 15km로 나와 있지만 관광지에 들어가고 삼매봉에 오르고 한 것을 생각하면 족히 16km 이상은 걸었을 것이다. 그것도 아침 한끼 먹고 10시 30분에 시작해서 5시 30분에 끝났으니 얼마나 피곤할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여행 내내 함께한 동행이 있어서 가능했다. 길은 우리 뒤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이 길을 만들고 언제나 나아갈 힘만 있다면 길은 우리 앞에서 계속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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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관계의 추를 가지고 있지요. 그것이 흔들리는 것은 어찌보면 불안해 보이지만, 일정한 간격과 시간을 두고 있다면 평형 상태의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일정하게 움직이는 시계추처럼 말이죠.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이라는 아주 희귀한 시간을 보내고 온 것일 수도 있지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임에는 분명하지만, 희귀하다고 해서 오직 한번뿐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장소가 어디이든, 그리고 언제가 되든 다시 그 희귀한 시간을 불러 올 것입니다. 그 열쇠는 삶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겠지요.


















어른이 되면서 가장 무서워했던 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누구나 나이듦의 두려움이 있겠지만,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젊을 때가 아니면 못한다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 하기 어렵다는 그 많은 것들(사랑, 공부, 노동, 오락, 운동 등등)에 대한 욕구들 말입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나이듦은 따지고 보면 상처가 아무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사랑도 공부도 노동도 낡아 퇴색되어 갈 때,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도 시간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이와 함께 나이듦이 무섭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아니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은 사랑대로 상처는 상처대로 기쁘고 슬퍼하고 노여워하다가도 깔깔대며 즐거워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이 세상 떠날 때에면 염치없을지 모르겠지만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만큼 지루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나는 그래서 매일매일 그대와 만납니다. 일상을 일상으로 만드는 것은 평범한 시선에 있으며, 일상을 일상 그 이상으로 만드는 것은 조그마한 관심과 배려에서 시작됨을 알기 때문에, 매일매일 보지만 언제나 새롭게 그대를 만납니다.

언제나 우리 사이에는 넓은 들판이 있고, 거기서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작은 들꽃과 나무와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늘과 대지의 모든 것들이 우리를 자극하며 마음을 설레게 하는군요. 그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이렇게 설레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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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도 잘 마치고 여행도 잘 다녀왔습니다.

여행으로서는 최고의 날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첫날 비가 오긴 했지만, 처음 계획 때부터 호텔에서 쉬는 거였는데, 비바람이 부는 제주도의 풍경을 창밖으로 보면서 고스톱을 치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ㅎㅎ

그리고 계획한 대로 제주 올레 6~8코스를 돌아보았습니다. 장장 60여km에 이르는 대장정이라서 걸을 때는 피곤하기도 하고 때로는 힘겹기도 했지만, 행복한 동행과 함께 하니 발걸음은 내내 가벼웠습니다^^

제주올레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하는데, 내내 바쁘기만 하고 회사 분위기도 요새 아주 좋지 않아서 도통 시간이 잘 나지 않는군요. 게다가 집에 새로 들여놓은 컴퓨터도 좀 말썽을 일으켜서 쓰지 못하고 있었지요. 이번주 안에 올레 이야기를 코스별로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저희 결혼식에 찾아와 주신 분과 멀리서 축하해 주신 많은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행복하고 정다운 모습 내내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__)(^^)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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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포스팅을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연애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면 이해해 주시겠지요? ^^
아무튼 짧은 연애 끝에 긴긴 결혼 생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쁘시겠지만 오셔서 노총각 노처녀가 마련한 자리를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클릭하면 제대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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