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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옆을 향해서 살지만 잡초는 늘 위를 향해 살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잡초는 없는 것이다.
동물이든 새든 곤충이든, 혹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든,
생명 있는 모든 것은 어느 것이나 더 나아지려는 의욕과 에너지를 갖고 있다.
모든 것은 있는 힘을 다 쏟고 있다.
향상심이 없는 생명은 하나도 없다.
                                                                                       - 이나가키 히데히로, <풀들의 전략> 중에서  



찬 바람을 가르며 안양천을 내달리다 이대 병원 근처에서 줄줄이 늘어선 거대한 굴뚝들을 보았다.
아마도 난방용으로 보이는데, 특히 겨울에 눈에 잘 띄는 것은 굴뚝에서 나오는 저 연기 때문이다.
안양천 변에는 어김없이 어른 키보다 높게 자란 억새들이 굴뚝마저 가릴만큼 무성하다.
이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땅속에서 에너지를 끌어들여 스스로를 뜨겁게 하는 식물들이다.
불을 떼지 않으면 상온을 유지하기 어려운 인간에 비해 이들은 얼마나 위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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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김유정 문학관에 다녀왔다.
안타깝게 일찍 요절한 김유정을 그리워했다.

국어시간에 한참 졸았어도 김유정의 <봄봄>이란 작품은 웬만하면 안다. 김유정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봄봄>은 이야기 자체가 워낙 재미있고, 해학적인 면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봄봄>은  점순과 혼인하고 싶어 머슴살이를 하는 주인공 '나'와 혼인을 핑계로 '나'를 이용해 먹는 교활한 장인어른이 나온다. 혼인 문제로 티격태격하며 반발해 보지만 끝끝내 이용만 당하고 끝내 이용만 하는 교활한 장인 어른이 나온다. 혼인을 핑계로 주구장창 4년을 밤낮으로 일을 했지만, 장인은 성례시킬 생각을 안한다. 맨날 졸라보지만 키가 더 자라야 한다며 고개를 젓기 일쑤다. 그러다가 마침내 장인과 대판 싸움이 났고, 자기편을 들어주리라 기대했던 점순이마저 아버지 편을 들면서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가 있나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떡해?"
하니까,
"성례시켜 달라지 뭘 어떡해."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빨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친다.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더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장님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게다.
길게 길러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튀기며,
"그럼 봉필씨! 얼른 성례를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 걸……"
하고 내 짐작대로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이 삿대질로 눈을 부라리고,
"아 성례구 뭐구 계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하니까 고만 멀쑤룩해져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장인 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주리라 생각하고 짖궂이 더 댕겼다. 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 놔라."
그래도 안되니까, "애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던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 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 하겠지---.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귀를 뒤로 잡아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하게 해 놓고 장인 님은 지게 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내려
조졌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하려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그는 젊은 날에 요절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농촌 소설들이 가진 묘사와 해학 풍자는 당대를 넘어섰다.
농촌의 꾸밈없는 삶을 그려내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사랑과 미움에 담긴 자잘한 감정들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무엇보다 세세하게 전개된 농촌의 삶을 묘사하는 곳에는 은근히 당대의 모순을 드러내는 재치도 숨어 있다.
이 작품에서도 많지 않은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 딸을 이용해 노동을 착취하고
작인들에게 부당하게 압력을 넣거나 행세를 하는 장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김유정이 젊은 날에 요절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고 보니 작년이 김유정 탄생 100년이었던 해란다.
그래서 이곳 실레마을(김유정 문학관이 있는 곳)에서는 여러 행사가 열렸었나 보다.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김유정의 작품을 읽고 싶다면 김유정 탄생 100주년 기념 추진위원회에서 만든 사이트
<봄봄스토리페스티벌>에 가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봄봄> 외에 <동백꽃> <만무방> <안해> <금따는 콩밭> 등등의
원본과 개정본 모두를 볼 수 있다.





문학관을 나와 김유정역으로 향하는 길에서
빈논에 눈사람이 덩그러니 있다.
지금의 쓸쓸한 겨울농촌의 모습을 보면서 김유정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저런 눈사람을 만들며 헛헛한 웃음을 짓고 있진 않았을까?





김유정역이다. 원래는 '신남역'이었는데,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을 복원하고 가꾸면서
2004년 12월1일부터 역이름도 김유정역으로 바뀌었다. 플랫폼에도 나가 구경해 보고 싶었지만 평상시에
문은 잠궈놓고 있는지 열리지 않았다. 간이역 풍경을 즐기고 싶었는데 아쉽기만 하다.






김유정역
주소 강원 춘천시 신동면 증리 859
설명 당역의 소재지가 춘성군 신남면이었기에 지명을 따라서 신남역으로 하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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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덕수궁



소한이다. 대한이가 얼어 죽는다는 소한이라고 하는데, 오늘의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높다고 한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고 하는데 춥지 않으니 그것도 걱정이다.
새해 들어 처음 맞는 절기 중의 하나인 소한이 제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겨울철 가장 추운 날은 소한부터 시작해 대한까지라고 하는데
이대로 가면 소한이가 대한이네 가서 얼어 죽을지도 모르겠다.

예전 농가에서는 소한부터 입춘이 오기까지의 혹한기를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시기라고 한다.
'섣달 그믐이면 나갔던 빗자루도 집 찾아온다.'라는 속담이 말해 주듯 혹독한 겨울나기의 시작이 바로 이때부터이다.
지금은 이맘 때쯤, 우리는 진행 중인 새해 계획을 점검하고, 작심삼일로 끝내야 할 무리한 계획을 수정하고
보다 힘있게 추진해야 할 계획들에 대해 자신을 더욱 독려할 때이다.

새해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절기가 소한인데, 춥지 않다.
아무래도 어느 때보다 더 혹독한 추위를 넘겨야 하는 우리네 어려운 사정에 대한 하늘의 따뜻한 동정이 아닐까?
겨울이 춥지 않다는 것은 도시 생활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다. 난방비도 적게 들어가고 활동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춥지 않다는 날씨 예보를 믿고 자전거를 끌고 출근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허벅지가 뻐근하다.
그래도 새벽공기를 가르는 기분이 좋다. 무척이나 건조한 날씨다보니 차량이 내뿜는 매연의 냄새가 어느 계절보다 진하다.
마포대교를 건널 때 도시의 빌딩 위로 낮게 떠 있는 태양이 반가웠다.
앞으로 자주 대면해야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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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다 똥이 되고 만다고 하지만, 좋은 음식을 먹어 본다는 경험만큼 뿌듯한 기억이 있을까. 그러기에 여행에서는 그 지방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빠질 수 없는 과정의 하나다. 그렇다면 여행에서 만나는 음식은 어떻게 느끼는 게 좋을까? 좋은 맛이라는 건 단순한 혀의 감각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의 색과 요리가 되는 소리, 그리고 요리에서 나는 냄새 등이 모두 어우러질 때 그 아름다움이 더한다. 물론 음식을 먹을 때의 분위기와 곁들여 먹는 음식, 그리고 음식을 함께 즐기는 사람이 누구인가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우리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고추장에서는 붉으죽죽하게 펄펄 살아 숨쉬는 기운의 색감이 느껴진다. 이 색감이 우리나라 전통의 요리 색감이다. 매콤하고 시큼하게 달려드는 맛이 혀에 착 감겨온다. 우리 맛의 기본이 여기서 시작된다. 춘천 닭갈비 역시 그런 음식 중의 하나다. 붉은색의 양념은 그 가게의 유일한 비법으로 절대 공개되지 않으며 다른 가게와는 다른 독특한 맛을 내는 요소다.


닭갈비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닭’과 ‘갈비’의 결합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육고기에 비해 저렴한 닭을 고급 요리인 ‘갈비’처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일 것이다. 닭갈비는 토막낸 닭을 포를 뜨듯이 도톰하게 펴서 양념에 재웠다가 갖은 야채와 함께 철판에 볶아 먹는 요리이다. 양념에 재워야 하는 만큼 이 양념의 맛이 그 식당의 성패 여부를 가른다.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를 안 먹어볼 수 없다. 택시 기사에게 닭갈비 맛있는 집을 추천해 줄 수 있냐고 물으니 ‘우미닭갈비’를 가보라고 한다. 어디든 다 비슷한데, 보통, 사람 많은 집이 맛있는 곳 아니겠냐고 하신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다.


닭갈비 먹으면서 소주 한 잔도 하셔야죠.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고기 먹을 때는 꼭 소주가 필요해요. 허허. 아 그래도 이왕 춘천에 오셨으니 닭갈비에 소주 한 잔 드시고 밥 한공기 볶아서 뚝딱 해치우면 든든하죠.



춘천 닭갈비의 역사를 봐도 닭갈비는 서민들의 음식이다. 1960년대 말 선술집 막걸리 판에서 숯불에 굽는 술안주 대용으로 개발된 닭갈비는 값이 싸고 맛있다보니 춘천 군부대의 군인들이 외출을 나와 즐겨 먹었고, 자연스럽게 젊은이들 사이에서 값싸고 맛있는 음식으로 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70년대에 닭갈비 한 대 값이 불과 100원에 불과해 ‘대학생 갈비’ ‘서민갈비’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옛날에는 도시락에 비벼 먹었다고 하는데, 이는 지금도 닭갈비를 먹고 나서 밥을 볶아 먹는 풍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11월 한국전화번호부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춘천 닭갈비’ 식당은 총 639개. 그중 춘천에 있는 ‘춘천 닭갈비’ 식당은 단 14곳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춘천에는 닭갈비 집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역시 자료에 따르면 227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춘천 닭갈비’는 지방향토음식을 넘어 전국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닭갈비의 인기는 올해(2008년) 축제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8월 29일부터 9월 3일까지 춘천일대에서는 춘천 닭갈비․막국수 축제가 열렸다. 분리되어 열렸던 축제가 하나로 통합된 첫해의 성과는 대단했다. 통합 첫 회임에도 75만명이 방문하는 대성황을 이뤘고 311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83억원의 소득유발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춘천시도 이에 발맞춰 2011년까지 닭갈비를 명품화하겠다고 나섰다. 국비 15억원 등 모두 30억원의 재원이 투자될 이번 명품화 작업은 역량 강화 컨설팅, 농가와 음식점의 교육·견학, 명품화 연구·마케팅, 지리적 표시제 도입, 업소 이미지 개선 지원, 인증패 부착, 청정사육 환경 및 유통지원 등으로 나눠 추진된다.






우민닭갈비는 골목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4시 반 경에 들어갔는데도, 빈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여기저기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의 맛있는 냄새가 허기를 더욱 자극했다. 닭갈비는 서민음식이니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에서 먹기 보다는 이런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좋다.

시끌시끌한 분위기와 왁자지껄 떠들썩한 소리 속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의 냄새와 잔을 쨍하니 부딪는 소리들이 어우러지는 곳에서 먹어야 맛있다.

닭갈비가 어느 정도 익어간다 싶으면 먼저 떡을 먼저 먹으면서 허기진 속을 살살 달래준다. 닭갈비는 부드럽고 씹기 편한 만큼 양배추 등 야채와 같이 해서 먹으면 씹히는 맛이 있어서 좋다. 어느 정도 닭고기를 다 먹었다면 밥 한공기를 볶아 달라고 하자. 바닥이 살짝 눌어붙을 만큼 되면 그때부터 살살 긁어먹는다. 적당히 눌러 붙은 밥을 긁어 먹으면 고소하니 맛있다.

그럼 누구랑 먹는 게 좋을까? 소주 잔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친구가 좋다. 애인이 술친구도 해준다면 금상첨화다. 소주 한 병은 금세 동이 날 것이다.

그렇게 두어 시간 남짓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 어느새 춘천 시내는 어둠이 깔려있다. 춘천의 명동거리를 거닐어 보면서 소화도 시키고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들을 담은 사진들도 보면서 키득키득 웃어보자. 배도 부르고 웃음도 나오니 이 아니 즐겁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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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분 토론을 본 후

유시민은 참 조근하게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다. 보통의 사람들이 보면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을 잘 풀어나갔다. 진중권은 네티즌들의 환호를 받을 만큼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내질렀다. 독설가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신해철은 낮게 깔린 저음으로 매우 날이 선 원론적인 비판을 해냈다. 보통의 대중들은 그의 말을 잘 이해하기 힘들었겠지만, 관련 문제에 대해 관심 있는 이라면 그의 말이 꽤 인상적으로 들렸을 듯하다.

이 정도가 내가 평가하는 어제의 백분토론 논객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흥미를 끌었던 것은 MBC의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설문조사 결과였다. ‘잘했다’라는 평가는 6.5%에 그쳤고 ‘잘못했다’는 평가가 49.7%나 나타나 아주 혹독한 평가를 내렸으면서도, 내년 전망에 대해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40.8%에 이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과연 유시민의 말대로 ‘제발 잘 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라는 절박한 호소였을까? 민주당 의원이 그랬고, 나경원 의원이 그랬듯, 그건 아전인수식 해석일 뿐이다.

문제는 평가에 관한 설문에서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43.2%의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던진 기대치였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런 기대치를 거는 대중들의 심리가 참으로 애석하다. 그것이 지금의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배경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정신적 가치 보다 물질적 가치에 연연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는 신해철의 말에서도 잘 지적되었다.



"이번 토론회 주제가 이명박 정부라하니 주변에서 '큰일났다, 보복당한다'고 한다. 유모차 부대 엄마를 수사하고, 공무원을 물갈이하고, 방송을 장악하고, 교과서가 편향됐다며 왜곡하고 있다. 심지어 전문가 집단에도 이념을 들이댄다.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게 사회 각계 각층으로 확산되고 파급돼 경직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데 있다.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해도 (이런 현상은) 쉽사리 되살아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모습은 전두환의 모습일 뿐이다."

 

경제는 언젠가 되살아나겠지만, 훼손된 민주주의 가치와 유린된 인권은 수십년을 거쳐도 회복되기 어렵다. 고로 내년뿐만 아니라 앞으로 적게는 10년, 멀리는 20년 동안 이 정권이 싸질러놓은 똥을 치우느라 고생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대중의 인식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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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키장에서 산타기






























스키장에서 산을 탄다면 우습게 들리려나? 어떤 이는 스키 때문에 겨울을 기다린다고 하지만, 스키를 못타는 나 같은 사람들은 그저 사부작사부작 걸어다니면서 천천히 유람이나 하는 등산이 최고다. 폭폭 썩어가는 낙엽 냄새도 좋고, 등줄기로 또르르 굴러가는 땀방울의 느낌도 좋다면 비발디파크에 가서도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원래는 팔봉산 등산을 하려 했는데, 입산 금지라 할 수 없이 비발디 파크의 오크동 뒷편으로 해서 두능산 산책길을 걷기로 했다. 그야말로 산책길 정도로 제일 킨 코스가 고작 3.5km에 불과해 천천히 걸어도 2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작은 산인데도 리조트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다양한 산책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거창하게 자연 휴양림을 붙였지만, 휴양림이라고 하기에는 숲이 좀 부실하다는 느낌이다. 앞에서 말한 3.5km의 A코스는 두능산 정상을 오르는 길이다. A코스는 두능산 정상을 오르는 만큼 정상에서 만나는 풍경이 좋다. 구름이라도 낮게 깔리는 날이면 그 풍경이 장관이라고 하는데, 이날은 날이 아주 맑았기에 그 풍경을 만날 수는 없었다. A코스와 달리 B와 C코스는 2.5km로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고 하며, D와 E코스는 각각 1.5km와 1km의 짧은 코스로 아침 산책이나 식사 후 산책 코스로 즐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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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유격장은 이제 그만


역시 맨 뒤에서 쫓아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이번에 함께 두능산 산책길에 나선 사람들 대부분을 잘 모르는 사람었지만, 등산은 그런 어색함을 덜어주는 데는 그만이다. 초입에서는 마치 유격장 같은 시설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회사나 단체 단위의 단합대회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일일 군입소 체험이니, 해병대 체험이니 하며, 여러 형식의 군사훈련을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생기고 있다. 함께 하는 모험과 도전에서 서로간의 우정과 사랑이 더 돈독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모험과 도전이 아니라면 그것은 의미없는 노동에 불과하다.

우리 중 아무도 그 구조물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저 나만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스키장이라서 그런지 두능산 정상까지 오르려는 사람들은 우리 외에는 볼 수 없었고, 푹신한 낙엽들이 고스란히 발끝에서 차이고 있었다. 


 



두어번 쉬면서 올라왔는데도 금새 두능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조망은 좋았다. 퇴색되어 가는 붉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한겨울이지만, 마치 가을의 끝자락을 보는 느낌이다. 멀리 홍천강 굽이길도 눈에 들어왔다. 강원도의 산세는 역시 꽤 거칠다.






정상에 다다를 즈음 길은 약간 질퍽거렸다. 날씨는 그정도로 따뜻했던 것이다. 양지바른 곳에는 이끼가 다복하게 자랐다. 옹기종기 모여 작은 이파리들을 부대끼며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이끼들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한겨울이라 그런지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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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가 없는 산


하산길에는 잘 만들어진 숲속 카페도 만날 수 있었다. 겨울이라 열지 않았다. 여름이였다면 여기저기 사람들이 시원한 얼음을 띄운 차 한잔을 마시면서 산등성이를 넘어온 바람을 만나고 있었으리라. 여름에는 햇볕을 피해 숲속으로 들어가지만 겨울철에는 햇볕을 쫓아 야외로 나오고, 등산을 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는 겨울철 등산을 하면서 방에 웅크려 있으면서 쌓였던 노폐물을 땀으로 배출하고 햇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타민 D를 얻는다. 즉 겨울 등산을 하면서 몸을 청결히 할 수 있고, 뼈와 근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들도 집을 비웠다. 모두들 어디로 간 걸까?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사람들이 만들어 준 집에서 살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리조트가 들어서고 여기저기 스키장과 골프장이 만들어지면서 새들은 이곳이 지겨워졌는지도 모른다. 새들이 찾지 않는 산, 새들이 떠난 산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발걸음 소리도 죽이면서 내려왔다. 새들이 떠난 이유는 멀리서 들려오는 스키장의 요란한 음악 소리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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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교과서편집 전체 MT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나름대로 고생한 것에 대해 보상한다며 보내준 MT이지만, 토요일이 껴있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맘때면 대부분의 교과서 출판사들이 해당 부서에게 이런 행사를 가집니다. 어떤 회사는 직원들에게 열흘간 휴가를 주었다는데... 예전 모출판사의 경우 직원 모두를 필리핀에 보내주어 부러움을 샀지요. 제가 다니는 출판사는 예전에 제주도 여행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이건 그나마 교과서 사업이 잘 풀릴 때 이야기이고요. 요즘에는 대부분 간소하게 행사를 진행하는 추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잘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곳은 강원도 홍천. 관광버스 2대에 거의 꽉 채워서 갔으니 90여명의 직원들이 참여했죠. 비발디파크 좋더군요.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놀러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키와 보드, 수영장(오션월드), 등산과 찜질방 등에서 선택하여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저녁에는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시면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들도 풀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새벽에는 복도를 어슬렁거리는 좀비가 되어 버렸고, 아침에는 시체놀이를 하며 방바닥을 애무하고 다녔지만 말입니다.

편집자, 디자이너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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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 10점
강양구 지음/뿌리와이파리




지난여름이었다. 냉장고가 고장 났다. 전원은 들어가는데, 냉장고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일부 오래된 음식은 이미 썩어갔다. 냉장고 음식들 중에서 중요한 음식들은 김치 냉장고로 옮겼다. 음식들을 옮기면서 느낀 것은 냉장고에 쌓아 둔 식재료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다. 집안에서 그렇게 음식을 많이 해 먹지 않는데, 이 많은 식재료들은 왜 여기 쌓여 있는 것일까. 정작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 일부는 냉동실에서도 썩어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 회사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도시락을 드시는 분들의 반찬도 있고, 야식용으로 먹다가 남은 음식들도 냉장고로 들어간다. 냉장고는 미어터질 것 같고, 이상한 냄새도 난다. 매번 자기 음식을 정리하자고 하지만, 정작 넣어둔 사람들도 잊어버려서 매번 대대적인 정리를 해 음식을 버려야 한다. 냉장고가 작아서 그런다는 사람도 있지만, 커진다고 이런 일이 없어질까?

냉장고만 그럴까? 아니다. 전 세계의 식량운용을 보면 더 아이러니하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전 세계인이 골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영양과잉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지구 한편은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식량 생산을 위한 과학기술이 발달한 지금, 우리는 왜 이런 세상의 고통을 목격해야 할까?

이제는 집집마다 있다는 자동차 이야기를 해볼까? 요즘 나오는 자동차 중에는 최고 300km까지 달릴 수 있는 엔진을 장착했다고 하지만, 출퇴근 도심의 자동차 평균 속도는 15km 내외라고 한다. 옛 문헌에 따르면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 마차의 속력이 시속 17km였다고 하니 우리는 지금 마차를 타는 것보다 느리게 도시를 달리고 있다. 또 나는 자전거로 출근할 때 회사까지 약 16km의 거리를 한 시간 안에 간다. 자동차와 비슷한 셈이다. 그래도 자동차인데, 도심이 아니라면 더 멀리 더 빨리 갈 수 있는 자동차가 좋은 게 아니냐고 한다면 다음 이야기를 해 보겠다.

서울에서는 한 여름이면 창문을 열어놓기 어렵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켜야 한다. 시골 바람과 서울 바람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시골 바람은 논두렁을 내달려와 대나무 숲을 지나 대청마루로 올라오지만, 도시 바람은 공장 굴뚝의 연기를 품고, 자동차 배기가스를 지나, 열로 한참 달궈진 아스팔트와 시멘트 건물을 타고 올라온다. 여름이라지만 창문을 꽁꽁 닫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기오염이 가져온 결과다. 최근의 대기오염의 주범이 자동차인 만큼 자동차가 좋을 이유가 없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 삶에 다양한 불편을 주고 있다. 편리만을 추구하다 빚어진 모순이다. 더군다나 잘못 사용된 과학기술은 차별과 전쟁, 파괴에 활용된다. 그러기 때문에 과학기술은 단순한 편리를 넘어 인권과 평화, 환경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도 들어오면서 과학기술은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저버리고 자본의 이익에만 종사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황우석 사태에서 보이듯이 돈이 된다면 기꺼이 거짓과 왜곡을 벌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과학기술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된다고 하니 그것을 묵인해야 한다는 대중의 의식에 우리의 과학기술은 위태롭게 서 있다.

프레시안
의 강양구 기자는 오랫동안 돈에 지배되고 있는 과학기술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과학을 이야기해 왔다.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도 모두가 그를 떠받들 때부터 조용히 그 위험성과 편향성을 지적해 온 실력 있는 기자다(그가 <녹색평론> 2005년 1-2월 호에 보낸 '과학기술의 덫에 갇힌 언론'을 볼 것을 추천한다). 그가 쓴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는 주로 과학기술자를 꿈꾸는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였지만 과학기술에 관심 있는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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