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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이 떠났고, 국어교과서팀이 2층 국어팀으로 흡수됐고, 3명의 보직 변경이 있었다. 이는 모두 검정교과서 실패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책임자였던 J실장은 개인적으로 ‘죽고 싶을 정도였다’라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마치 거대한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바닷가처럼, 대지진이 일어났던 도시처럼 폐허가 됐다. 듬성듬성 빈자리는 섬처럼 외롭고 거대했다. 남은 사람들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아닌 비겁함과 자괴감을 가슴 속에 심었다.

검정교과서 당락은 운칠기삼(運七技三)? 이런 말이 나온 데는 심사의 기준과 과정, 절차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한권의 교과서 검정에 심사비료를 수백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받으면서 불합격 판정 사유서는 달랑 A4 2~4장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만으로 저자들이나 편집자들이 결과를 수긍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저자는 불복신청을 하겠다며 펄펄 뛰는가 하면 어떤 저자는 심사위원의 자격을 말하며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러나 합격과 불합격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다. 자기합리화도 자기 반성이 없다면 공허하다.
또 편집자 중에는 부실한 저자의 불성실한 태도를 비난하기도 한다. 물론 검정교과서에서 저자가 차지하는 몫은 매우 크다. 그러나 숨은 편집자의 역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J실장은 편집자와 저자의 책임을 반반이라고 말했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결과는 저자와 편집자가 고루 나누는 것이라는 지적이다(편집자와 저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언급해 보겠다).
실패 이유에 대해 자기합리화나 그럴듯한 변명으로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 냉철한 자기반성과 비판이 있어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사회는 두 번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보수적인 교과서 출판계의 흐름을 보았을 때, 두 번의 실패라는 것은 편집자의 자세와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고 그 결과는 업계에서 퇴출을 의미한다.

다시 한 번 자리 이동이 있을 예정이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할 세 명의 직원을 맞이하기 위한 자리 배치이다. 나 역시 지금 이 자리를 떠나 다른 자리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주 다함께 단합대회 겸 MT를 떠난다.
시간은 벌써 2009년도에 이루어야 할 작업 시간의 절반 정도를 지나고 있다. 11월 제출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지옥 같은 야근의 계절이 올 것이다. 시간은 조금씩 목줄을 죄여오고 있다. 다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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