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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빈 화분이 생겼다. 바쁘다는 핑계로 보낸 것도 있다. 미쳐 손쓸 틈도 없이 말라버린 것들에 미안하다. 그러나 빈 화분은 더더욱 황량해 보일 뿐이다. 그래서 화분 두개에 싱고니움과 홍페페를 들여 놓았다. 둘다 아주 일반적인 사무실 화초라는 데 여기서 내내 잘 지내기를 바래본다.


홍페페
◎ 원이름: 페페로미아(peperomia)
원산지: 브라질 원산인 관엽식물로
열대남미가 자생지인 다년생 식물.
종류에 따라 약간 다르나
대개 키는 10-15cm 정도 자란다.

환경: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그러나 빛이 너무 강하면 잎이 손상되어
관상가치가 떨어지고  너무 약하면
줄기가 길어지며 웃자라는 경향
이 있음.
열대 식물인만큼 추위에는 약해
겨울에는 12도 이상으로 관리.

물관리: 다육질(잎이 두툼함)의 식물로
물줄기는 대개 주1회 정도
. 단,
공중습도는 다습하게 관리해야 하고,
잎에는 자주 분무.
  성장기에는 쾌적할 정도의
습기가 느껴지는 토양을 좋아함.
번식: 포기나누기나 꺽꽂이(잎꽂이)


싱고늄(Syngonium)

원산지:  열대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약 20종이 자생한다.

◎ 특징: 덩굴성이며 줄기 마디에서
기근 (공기뿌리)이 내리며
다른 물체에 붙어서 자람.
◎ 성장: 어려서는 화살촉 모양의 단엽(홑잎)이다가
자라면서 잎 가장자리가 3갈래로 갈라짐.

◎ 모습: 잎에는 은색·흰색·노란색의 반점이 있음.
◎ 효과: 복사기, 팩시밀리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능력이 있어 사무실에 놓아두면 좋고,
가정에서는 그늘진 거실이나 베란다가 적합.

◎ 성장 환경: 반그늘을 좋아하며 고온다습한
환경
에서 잘 자람.
◎ 번식: 꺾꽂이.




그래도 재입사할 때(2008년)에 들여놓은 화분 중에 3개가 아직까지 잘 살아 있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오래동안 함께 보면 좋다. 부디 같이 살자. 봄이다. 사무실 책상에 화초 하나쯤은 있어야 이 삭막한 세상을 견뎌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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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iphonegrapher
시계 #iphonegrapher by 모노마토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국방부 시계? 네 안의 타임라인을 만들어라


사실 평화 시에 군대가 할 일은 별로 없지. 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대부분 보초 경계 임무에 많은 시간을 보내. 그저 총을 들고 전방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일이지. 보통 그런 일을 최소한 2시간~6시간을 한다. 정말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가만히 서서 앞만 쳐다보는 그런 허무한 일에 인생의 젊은 날을 소모하는 걸 생각하면 이 얼마나 국가적, 개인적 낭비인가 싶어.


내무 생활도 마찬가지야. 쫄병 시절에는 좀 바쁠 수 있지만, 계급이 올라 상병, 병장을 달면 시간이 남아. 그렇다고 국방부 시계만 주구장창 바라본다면 군생활에서 남는 것은 없지. 그렇다면 이 시간에 무엇을 할까?


물론 공부를 하는 병사들이 많아. 요즘 병사들은 다양한 자기 활동을 한다더라. 하지만 쫄병 시절에는 무조건 편지를 많이 쓰는 걸 권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그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고마움을 느끼면서 그런 마음을 글로 써서 전달해라.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 그리고 답장을 부탁해라. 군대에서 자존심은 버려. 그거 한줄 쓴다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너에게 별로 도움이 될 사람도 아닐 거야. 오히려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편지를 쓰겠지. 형은 상병 전까지 100통 가까이 편지를 썼어. 부모형제부터 가까인 지인들, 학교 선후배들까지 무언가 할 말이 있으면 그때그때 편지를 썼지. 편지라는 게 참 묘해서 그것을 받는 사람은 감회가 남다르거든. 또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이 있단다. 글을 쓰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날을 천천히 돌아보고 희망을 키우도록 하렴. 그리고 네 안의 집을 짓고, 나아가 더 넒은 영토를 개척하는 일도 글을 통해 정리할 수도 있어. 그런 과정들을 사람들에게 알려.


무엇보다 편지를 쓰는 일은 네가 가진 네트워크를 놓치지 않는 일이야. 지금 군대 안에서도 이메일 등을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쫄병 시절에는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어. 게다가 이메일에는 없는 편지만의 애틋한 정이 있잖아. 그걸 놓치지 마라. 네가 가진 네트워크, 인적 재산을 쌓아가는 데에 있어 편지만큼 좋은 게 없다.



Waiting for You
Waiting for You by jackleg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정리하며...

군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야.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법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지. 그러나 관계에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 모든 관계를 성공적으로 만든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에 목매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를 세워. 자신을 믿고 그 믿음을 실천해.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분단된 조국에서 군인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을 곰곰이 고민해 보길 바라.

마지막으로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하길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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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반 생활 - 네 마음 안에 새집을 지으렴.


국방부는 여전히 ‘훈련은 빡세게 내무생활은 편하게’를 외치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 구호가 역설적인 것은, 그만큼 내무반 사건사고가 많아서지. 게다가 내무 생활의 불만으로 인해 벌어지는 가혹행위나 병사간 폭력행위도 심심치 않을 거고. 사실 20대 열혈 청년 남아들이 모인 공간에서 아무 잡음이 없다는 것이 더 신비로운 일인 거야. 너희 형제들만 해도 하루에 열댓 번씩 싸우고 화해하잖아. 이런 것 때문인지 아무래도 내무생활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는 건 예나지금이나 마찬가지지. 그렇다면 내무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까?


훈련소에서의 내무 생활이라봐야 다 같은 또래들끼리 훈련병이라는 같은 계급장을 달고 있으니 그다지 큰 문제는 없지. 하지만 자대 배치 받고 나서부터 본격적인 군대생활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때부터가 고난의 행군길이야. 자대배치를 받으면 어찌됐든 같은 내무반 사람들끼리 제대할 때까지는 같이 먹고 자고 뒹굴고 할 인물들이다. 그러니 안좋은 관계는 두고두고 목의 가시처럼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어.


자세를 보면 계급이 보인다.





내가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 내 위의 선임병이 한 말이 깨더군.

“넌 갓난아기다. 갓난아기는 아무 것도 혼자 할 수 없다. 움직이는 것도, 밥 먹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네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뭐든 꼼지락 대고 싶다면 우선 나에게 먼저 물어봐라. 내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마라.”

우선은 그의 말대로 따랐다. 내무반이 점호 점검을 앞두고 청소한다고 난리가 아니어도 난 꼼짝없이 가만히 있었고,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 가고 싶으면 손을 들고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말하고 선임병 따라서 화장실을 갔지.


아무튼 그 선임병이 날 많이 갈구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친한 선임병이 됐어. 내무 생활에서는 진심이 필요한 거야. 처음엔 뭐 이런 게 다 있어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공간에서는 이런 룰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했지. 하지만 그 순간 선임병을 의심하고 내 좁은 생각대로 행동했다면, 군생활이 내내 괴로웠을 거다. 물론 상상하기 힘든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하고서 혼자 속앓이를 하지 마라. 사회에서라면 구타나 가혹행위는 충분히 기소감이고 심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폭력행위다. 군대라서 관대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너도 당하면 안되고, 네가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구타나 가혹행위에 대한 구제조치는 아주 다양하다. 이는 다음에 더 자세히 안내해 주마.


비정상적인 문제를 제외하면, 군생활은 세상의 인간관계와 같다. 쉽게 말해 평지 위에 집을 새로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먼저 지반을 다지고, 반석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거기에 대들보를 올리는 과정 같은 거 말야. 훈련소는 그 지반을 다지고 반석을 놓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어엿한 집을 짓기까지는 1년 정도가 걸려. 한해의 군생활을 거치고 나면 집은 완성되지. 그 다음은 집안을 꾸미는 거야. 너의 집에 사람들이 찾아와서 쉬거나 놀 수 있도록 하는 거지. 상병이나 병장 정도 되면 권력이 생기지. 그 권력을 유지하는 힘은 계급장만이 아니야. 권위와 권력은 존경에서 나와야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거지. 그것을 리더십이라고 한다. 그 존경을 받기 위해 집을 꾸며야 해. 힘든 사람이 찾아오면 편하게 쉬었다 갈 공간이 필요하고, 심심한 사람이 오면 신나게 놀다갈 공간이 필요하잖아.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와 마음의 위로와 만족을 얻으면 그것은 곧 존경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어. 그러니 한순간도 마음의 집을 짓는 걸 게을리 하지 마라. 이 집은 제대 이후에도 너를 지켜줄 안식처가 될테니 말이다.


물론 가끔씩 집에 들어와 깽판을 놓는 사람도 있을 거야. 왜 이거 밖에 못해 주냐, 다른 편의 시설은 없냐, 놀게 부족하다 등등. 게다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이들도 있겠지. 이건 막을 수 없어. 집을 열어놓은 이상 감당해야 할 변수지. 하지만 그런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을 거야. 종종 찾아오는 좋은 친구가 너의 집이 엉망이 된 걸 보면, 같이 팔을 걷어 부치고 같이 정리해 주겠지. 때로는 멀리서 소식을 들은 친구가 집에 필요한 가구나 가전제품을 보내오기도 할 걸.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큰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도 하니까 말야. 이것은 네가 너의 집을 알뜰히 가꾸고 살펴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 집을 잘 짓고 가꾸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아무리 집을 잘 지어도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은 있기 마련이지. 지진이나 홍수에 집이 떠내려가는 일도 있지만, 갑작스런 재개발 바람 같이 인위적인 환경의 변화도 있지. 군대는 그런 변화가 극심한 공간이고 시시때때로 그런 위기들이 엄습하는 곳이야. 그것은 군대가 철저히 개인을 종속변수로 본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지. 군대에서 군인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아. 목적을 위해 소모되는 수단에 불과하지.


한번은 큰비가 와서 근방의 동네가 물에 침수되는 등 물난리가 난 적이 있어. 이럴 때는 군대가 대민지원을 나가거든. 보통은 물난리가 난 동네를 청소하는 일을 하지. 한번은 옆에 부대가 양계장으로 대민지원을 나갔다고 하더군. 양계장이 온통 물에 잠겨서 수만 마리 닭들이 폐사한 곳이라는데, 그 상황이 어떻겠어. 군인들은 고작해야 전투복에 전투화만 신고, 거기에 빨간 코팅 장갑만 끼고 그것들을 치우라는 명령을 받았지. 결국 많은 군인들이 이상한 피부병에 걸리거나 몸살을 앓아눕기도 했잖아. 병사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대민지원 활동이었어.

군인이라는 조직만큼 철저히 개인을 조직의 효율에 맞추는 집단도 없어. 조직은 절대 개인의 안위 따위를 염두에 두지 않아. 조직의 보위를 위해 개인을 기꺼이 희생하는 게 조직이다. 군대라는 조직은 더더욱 그러하다. 여차하면 수백 수천명의 군인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워야 하는 곳이지.

괜한 인정에 기대어 ‘조직에서 나는 특별해.’라는 생각 따위는 버려. 애초에 그런 기대를 갖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 조직은 개인이 지은 '마음의 집' 따위는 한 순간에 아작을 낼 수 있어. 이건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야. 어떤 조직이든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려는 게 본질적인 속성이야. 개인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냥 단번에 먹잇감이 되는 것이지. 조직 안에서 너만의 영토를 개척해. 그리고 먼 바다로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체력과 지혜를 키워.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면서도 조직에 목매인 사람이 되지는 마라. 언제든 네가 조직을 떠나거나 버릴 수 있어야 한단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가벼운 바람처럼 말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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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지난 월요일 군대에 입대한 사촌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3회에 걸쳐 나누어 올린다. 군대에 대한 기억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군입대를 앞둔 그 때의 마음들은 다들 비슷하리라 본다. 또, 이 글의 일부 형식과 내용에서 "무한의 노멀로그-대학교에 입학하는 여동생을 위한 연애매뉴얼"에서 일정 부분 차용하기도 했다. 무한님의 글은 연애 그 이상, 인간과 인간이 가져야 할 관계의 예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또다른 청춘들에게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제대하는 날까지 건강하기를 바란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아마도 군입대를 앞두고 친구들을 만나서 밤마다 거리와 주점을 쏘다니느라 속도 좋지 않고 머리도 아플 텐데, 1년에 얼굴 보는 게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사촌형이 뜬금없이 편지를 준다니 어리둥절하겠구나. 군대 가는 놈에게 DSLR 카메라니, 넷북이니 하는 건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선물이고, 딱히 물질적으로 줄만한 건 없다고 본다. 물론 돈도 훈련병 시절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시계는 이미 장만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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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은어머니로부터 밤마다 석별의 정을 거하게 나누느라 바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아마도 그런 자리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게다. 하지만 군대 생활이라고 해서 주워들은 것들은 대부분 250%의 과장이 섞여 있거나 거짓말이 50% 섞여 있는 뻥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야기 중에는 “축구 잘 하면 군생활 풀린다” 혹은 “훈련소에서 특기 있는 사람 뽑을 때 무조건 손들고 나가라” 등등 근거 없는 이야기도 있었을 거야. 그러나 막상 훈련소나 자대 배치 받아서 조언대로 해 보면 들었던 이야기와는 아주 다르지. 술자리 이야기만 믿고 군생활 한다면 아마도 진도 9.5의 대지진으로 머리 속이 흔들리고 여진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밀려드는 쓰나미에 제정신을 놓치고 마는 참담한 결과를 맞을지도 몰라. 따라서 뻥이나 과장은 전혀 없는 순도 100%의 순수한 군대 생활에 대한 조언이 될 것이다.

제대한지 10년이 훌쩍 넘은 사람의 이야기이니만큼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데에 있어서 기본적인 룰과 매뉴얼만 안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군대는 훈련과 내무 생활의 단조로운 반복

군인은 단순하다. 군대가 단순하다는 건 그 안의 삶이 단순하다는 말이다. 얼마나 단순하냐면, 제대하고도 길게는 한달여 동안 밤 10시 되면 졸음이 쏟아지고, 아침 6시가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게다가 그런 단순한 삶이 전두엽을 지배하면서 꿈속에서 제입대하라는 통보를 주일마다 받는다. 이런 꿈은 길게는 1년 동안 꾸기도 하더라. 이 단순함이 몸에 배어 일어난 현상들이야. 그런데 그것을 복잡하게 만든다면 삶이 복잡해져서 군생활이 힘들어지겠지. 그러니 애써 복잡하게 만들지 마라. 일단 단순함에 몸을 맡기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해라.


다시 봐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장면, 생각난다, 지옥에서 올라온 조교의 목소리: “PT8번 온몸 비틀기 100회 시작!!!”




군대 생활은 크게 안 생활과 바깥 생활로 나뉜다.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린가 싶지? 전문용어로 말해주면 이해될 거야. 다시 말하면, 군대생활은 단순하게 ‘훈련’과 ‘내무반’으로 나뉜다. 이제 이해가니? 물론 간간히 휴가가 있고 체육대회니 민간 지원 활동도 있지만 휴가를 제외하고 모든 것은 훈련으로 통해. 따라서 군대는 훈련과 내무 생활만 잘 하면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어. 훈련과 내무 생활 둘 중의 하나라도 망가지면 군대 생활 전체가 망가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훈련소에서의 훈련이야 개개인의 능력을 군대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는 정도야. 그러나 자대배치 이후에는 개인훈련, 소대훈련, 중대훈련, 대대훈련, 연합훈련 등 부대 중심의 훈련이 중요하지. 물론 대표적인 개인훈련으로 유격훈련이 있는데, 그래봐야 1년에 2박3일(길면 3박4일)이 전부니까 그때만 눈 딱 감고 지나가면 되고. 자대 배치 이후의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우선은 훈련소의 훈련은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해. 그게 뭐 대단한 능력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 그래도 못하면 학교처럼 보충수업도 받아야 한다. 심하면 얼차려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일단 자기 능력을 교관이 요구하는 수준에 올려놓아라. 그래야 만사가 편하다. 괜히 반항한답시고 엉뚱한 행동을 하면 자기 몸만 피곤하다.

그리고 요령껏 해. ‘요령’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묘한 이치.” 또는 “적당히 해 넘기는 꾀”이더군. 하지만 ‘꾀’는 부리지마. 유감스럽지만 군대 생활은 단순하고, 그러기 때문에 꾀를 부리는 건 이미 교관이나 고참들에게는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처럼 하찮은 재주에 불과해. ‘묘한 이치’를 깨닫는게 중요해. 성실함을 보여 주는 건 좋지만, 무식하게 힘만 써서 일하는 건 피해라. 그렇지 않아도 고단한 군생활이다. 군대에서 몸 망가지면 보상도 개값이야.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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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대기업 회장 P씨는 비행기 안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서는 “P씨 탓에 항공기 출발이 1시간 지연돼 다른 승객들이 겪은 불편을 감안하면 벌금형은 너무 가볍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검찰 구형대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며 재판은 마무리됐다.


상황2.
서울 청계천 근처에서 옷장사를 하는 K씨는 경기 악화로 가계수표 2500만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그는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 기소됐는데, 입원 중인 남편 치료비도 모자라 쩔쩔매던 김씨는 결국 “벌금을 낼 돈이 없다”며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판사 앞에 선 김씨는 “어려운 형편을 좀 봐달라. 벌금형보다 차라리 징역형을 선고받는 게 낫겠다.”라고 하소연하였다.(2011년 2월 10일자 세계일보에서 발췌)


상황3.
지난해 8월, 한 스피드광이 고급 승용차를 몰고 고속도로에서 시속 300km로 광란의 질주를 벌이다가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고 곧바로 풀려났지만, 약 65만파운드(당시 환율로 약 12억원) 상당의 벌금을 내게 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역대 사상 최대의 벌금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1과 2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벌어지는 일이다. 물론 일반인에게 벌금 1000만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그러나 대기업 회장인 P씨의 경우 습관적으로 정치인을 대상으로 1만 달러를 1만원이라고 부를 정도의 배포와 재력이 있던 사람이다. 그의 셈법대로라면 1만 원짜리 벌금을 낸 셈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은 어떨까? 이 역시 인권의 원칙에 맞지 않다.


하지만 벌금 300만 원을 낼 수가 없는 K씨의 경우는 어떠한가. 사실상 가정 경제가 부도를 맞은 상황에서 교도소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에게 우리 법은 어떤 대안을 줄 수 있을까?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벌금형보다 징역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은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노역장 유치 규정을 두고 있는데, 사실상 경제적 약자에게 벌금의 자유형화(징역형화)를 조장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상황3은 벌금형의 차별화를 통해 부유층에게 막대한 벌금형을 준 사례로 일명 일수벌금제라고도 한다. 1920년대 스웨덴에서 처음 도입돼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행 중인 이 제도는 하루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과 10만원인 사람이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벌금을 각각 10만원, 1만 원 등으로 차등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 의견 표명”을 통해 이런 일수벌금제도에 대한 도입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법무부도 이전부터 탄력적 양형기준을 마련해 생계형 법규 위반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구체적으로 벌금의 자유형화라는 조항의 실질적인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형제도 폐지, 보호수용제 도입 반대, 범죄의 경중을 고려한 선거권 제한, 구류형 폐지, 외국에서의 수형기간을 형집행 기간에 포함, 정신장애자의 범위 명확화 등을 이번 의견 표명에 담았다. 모두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인권의 가치에서 논의되어 온 과제들이다.


형법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 만큼 인권의 관점에서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은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60 여년만의 총칙 부분에 대한 전부 개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축적된 판례와 발전된 형법이론 및 형법의 세계화 경향을 반영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크다. 하지만 인권의 측면에서 보다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형법 개정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인권이 보다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국가인권위원회 별별이야기에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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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뱃속에서 8달 만에 나온 아이라 부족한 두 달로 인해 늦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민서는 보통의 아이들만큼 자라고 있다. 돌도 되기 전에 걷기 시작한 것은 보통의 아이에 비하면 빠르다. 늦될 것이라는 말이 있었던 만큼 아이의 이런 성장 발달이 우리 부부에게는 경이롭기만 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유아용 용변기에서 변을 보기 시작했다(네, 지금 저는 아이가 똥 누는 것도 자랑이라고 글 쓰고 있습니다-_-;;). 보통은 18개월부터 배변 교육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민서는 불과 15개월 만에 용변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항상 용변기에서만 변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3번 중에 2번은 용변기를 이용하고 있다. 민서는 배에서 신호가 오면 뿡뿡이(소아용 용변기) 주변을 서성거리며 엄마 아빠를 부른다. 민서가 용변기에 앉아 똥을 누는 일을 즐거워한다는 점은 앞으로 배변 교육이 잘 진행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게 한다.

민서가 이렇게 일찍이 배변을 따로 보기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엄마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먼저 민서엄마는 유아용 용변기를 일찌감치 장만해 두었고, 용변기를 장난감 삼아 친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TV에 나오는 뿡뿡이 만화나 집안에 들여놓은 뿡뿡이 볼텐트 등은 아이에게 배변에 대한 친숙함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또 집에 엄마와 아기만 있을 경우, 엄마도 생리 현상을 해결하려면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그때마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민서를 안고 들어가거나 화장실을 열어놓고 일을 봐야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민서가 배변을 보는 방법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민서는 자신의 변을 신기해한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물질에 대한 호기심이다. 이런 아이의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민서 엄마는 아이의 호기심을 이용한다. 바로 변과 이야기를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변기에 버리는 과정도 보여주고 잘 가라는 인사도 나누게 한다. 이를 통해 변을 보는 모든 과정을 놀이와 유희로 만들어 준 것이다.

민서가 언제쯤 기저귀를 뗄 수 있을까?
물론 경제적인 이유로 기저귀를 빨리 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아이의 육아에서 가장 먼저 포기할 것이 욕심이라는 말을 들었다.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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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가 태어나고 전세 계약 만료일도 다가와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집을 구하자니, 턱없이 높아진 전세금으로 집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고 그마저도 물량이 없어 부동산 시장이 얼어 있다는 말이 실감났다. 결국 처음 예상했던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에 가까스로 전세를 구할 수 있었다. 물론 초과된 금액은 빚을 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계산을 해 보았다. 수도권에서 전세 2억짜리 아파트에서 산다고 했을 때, 하루 숙박비를 계산하면 얼마가 나올까? 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연 4%로 생각하고, 2억원을 은행에 넣어두면 받을 수 있는 이자 소득은 하루 18,630원 정도가 된다. 물론 이자에 대한 세금 15% 제외한 금액이다. 따라서 2억 원의 전셋집에서 살 경우 2만 원 정도를 매일 숙박비로 지불하는 셈이다. 물론 여타 생활비용(가스, 전기, 수도 등)을 제외하고 말이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은 약 2억7천만 원. 그중 부동산은 2억6백만 원으로 약 75.8%정도다. 게다가 가게 부채가 약 4천2백만 원인데, ‘빚이 없다면 부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을 사거나 전세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가구가 빚을 안고 살고 있다. 우리나라 4인 가족의 한달 평균 수입이 284만원으로 1년 연봉으로 3400만원 정도다. 1년 동안 번 돈 모두를 한푼도 쓰지 않아도 부채를 갚지 못한다. 가계 부채 중 부동산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요즘, 뛰는 물가 위에서 날고 있는 전세값의 고공 행진이 사람들 가슴을 억누르고 있다. 과연 우리의 주거권은 안녕할까?
 

지금의 전세값 고공 행진의 원인에 대해 신규 주택 공급의 부족과 신혼부부 등 신규 가계의 자연 증가 등이 맞물려 벌어지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많은 가계가 불안한 주택 가격의 변동으로 집을 구입하기보다 원금 보존이 가능한 전세 수요로 몰리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 있다. 집값 상승의 요인이 없지는 않더라도 대세는 여전히 관망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은 집을 주거의 공간, 문화의 공간이 아닌 재산적 가치로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경제적 가치를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더욱 특수한 부동산 역사를 가지고 있어, 집의 경제적 가치에 대중이 몰입하고 있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세 가격의 고공 행진, 부동산 가격의 불안 혹은 급상승 등은 주거의 본래적 의미를 퇴색시키고 말았다.
 

일반적으로 주거권이라고 하면 가장 가난한 사람들만의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예를 들어 철거민이나 홈리스, 저소득 임차가구 등의 권리는 당연히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일반 중산층이나 일부 고소득 임차가구 등의 주거권도 보호되어야 할 기본권이다.
 

여전히 강제 철거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분명 중산층의 주거권 문제는 인권적인 측면에서 그다지 시급한 문제로 취급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접근을 통해 주거권의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인권 활동이 필요하다.
 

1996년에 제2차 세계 주거 회의(Habitat Ⅱ)에서 채택된 의제는 주거권과 관련된 가장 포괄적이고 중요한 국제 문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주거권과 관련된 국제적인 합의들을 종합하고, 또 주거권의 실현과 관련한 주거권의 구체적인 여러 측면들을 검토하고, 실천의 지침을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국가가 적어도 다음과 같은 정책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적절한 주거를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주택을 거주 가능하고, 경제적으로 부담가능하면서 이용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다른 여러 가지 중에서 특히 다음과 같은 정책을 채택하여야 한다.

① 적절한 규제 장치와 시장 경제에 기반한 유인책을 통해 경제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주택의 공급을 늘인다.

② 가난한 사람에 대한 보조금과 임대료 및 다른 형태의 주택자금 지원을 통해 부담 능력을 향상시킨다.

③ 지역 사회에 기반한 협동 주택과 비영리 임대주택, 자가 주택 사업을 지원한다.

④ 집 없는 사람들과 그밖의 취약한 집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⑤ 주택과 지역 사회 개발을 위해 재정과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다양한 자원들을 혁신적으로 활용한다.

⑥ 경제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임대주택과 자가 주택에 대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장 경제에 기반을 둔 각종 유인책을 실시하여 민간부문을 활성화시킨다.

⑦ 일자리, 재화와 서비스, 편의시설을 쉽게 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간 개발 형태와 교통체계를 장려한다.

⑧ 집 없는 사람과 부적절한 주택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을 비롯하여 주거 조건에 대한 평가와 효과적인 감시를 하고, 취약한 인구 집단에 대한 상담을 통해서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주택 정책을 채택하고 공식화하며 효과적인 계획과 전략을 수행하여야 한다.


 

위의 정책적 권고들은 주거권 보장을 위한 주요 원칙으로 모든 계층에게 적용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도 있지만 문화적인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주거가 가지는 가치를 재평가하는 데에 있어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은 참으로 막중하다. 우리 사회가 주거권의 문제를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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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내가 만약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나를 생각하면서 슬퍼해주고 날 생각해 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얼마 전 그녀의 편지 묶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런 와중에 인터넷에서는 ○○○리스트라는 것이 돌고 있다. 뒤늦게 발견된 그의 편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이름들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타깝고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이에 대한 사람들의 복수심과 사회 정의를 내세우는 이들의 비분강개가 그 바탕에 흐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편지는 범죄 사실에 대한 제보 단계에 불과하다. 증거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한 일이다. 물론 죽음으로 사실을 알리고자 한 고인의 의도를 진실의 기초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편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여론 재판에 휘둘리도록 하는 것은 인권의 원칙에 맞지 않다.
 
그이가 자살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이 시대의 공권력이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믿음들이 넓게 퍼져 있다. 편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수사에서 경찰이 지나치게 저자세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질타는 곰곰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서민들을 수사할 때와 권력자를 수사할 때의 이중 잣대에 대한 불만들이다.
 
그녀가 자살을 통해 밝히고자 했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운가?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한국 사회에서 성과 권력, 돈과 성이 가지고 있는 관계가 얼마나 저열하고 치졸한 것인지는 컴퓨터 모니터, 휴대전화, TV,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날아드는 이메일과 문자 서비스, 외모지상주의와 성을 상품화하는 드라마나 광고, 낯 뜨거운 전단지와 명함 광고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 성매매에 대한 인식, 나날이 발전하는 성산업 등 그이를 죽음으로 내몬 한국 사회의 실체적 진실은 이것이 아닌가.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인 권리가 돈과 권력으로 무시될 수 있는 사회의 본 모습이다.
 
당연히 경찰이 그의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나는 인물들은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수가 아닌 변화라는 점을 인식하자.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말이 아니다. 인권을 침해하고 여성을 차별하는 법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한 산자들의 호의가 넘쳐나서 또 다른 인권의 침해가 벌어지고 있다. 분명 그가 원하는 바는 아니다. 죽은 이의 편지에서 ‘복수’를 이야기하였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말의 성찬이다. 죽은 이를 기리는 것은 ‘기억’이다. 산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호의는 그를 ‘기억’하고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는 그러한 삶과 죽음이 우리 세대, 다음 세대에서는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는 약속이 먼저 우리를 떠난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블로그 별별이야기에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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