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기억이 나지는 않아. 엄마의 자궁은 그냥 아늑했어. 하루종일 웅크리고 있었지만 불편하지 않았거든. 물론 가끔 기지개를 펴기도 했어. 그때마다 엄마는 놀라서 손으로 나를 쓸어주었지. 그러면 기분이 아주 좋았어. 하루종일 잠만 잤지만 그래도 행복한 시절이었지. 엄마아빠는 날마다 나를 위해 노래 불러주었고, 책도 읽어주고, 바깥 세상의 꽃과 나비, 해와 구름, 바람과 숲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어. 그때는 잘 몰랐지만, 참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언제까지 거기에 있을 수는 없는 거였나봐. 엄마의 몸이 나를 밑으로 자꾸 밀어내고 있었어. 작은 문이 거기에 있다는 걸 느꼈지. 물론 나도 엄마아빠가 말하는 그 세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되었던거야. 좀더 많이 먹고 자고 놀면서 몸..
수많은 SNS(social network service)들이 나오고 있고, 이것이 저것 같고, 저것이 이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조금씩 다르다. 그 차이는 직접 운영해 볼 때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는 선배가 중학교 다니는 아들을 학원에 보내면서 떠오르는 단상을 담담하게 쓴 페이스북의 글에 대해 위와 같은 댓글을 달았다. 경쟁적 교육의 상징이자 아이콘이 된 학원에 보내는 엄마의 고민과 그와 함께 찾아올 경제적인 부담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에 보내달라는 아들의 청원에 대한 생각 등을 담은 그 글("나는 엄마다")은 그렇게 심각한 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댓글은 마치 사교육에 맞서는 전사와 같은 문체로 그이에게 준엄한 논리로 조언(혹은 충고)를 했나 보다. 댓글을 작성하는 동안 사교육..
어젯밤 민서 재우면서 민서 손을 꼼지락 꼼지락 만지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들려준 이야기. "글쎄, 오늘 낮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 민서가 배변의자에서 의자 뚜껑을 만지면서 노는 거야. 그건 민서가 쉬야나 응가가 하고 싶다는 표시거든. 그래서 내가 '민서, 응가 하고 싶어?'하고 바지 벗겨서 앉혀 놓고 같이 노래 부르며 응가하는 놀이를 했지. 그런데 응가가 아니고 쉬야더라. 아주 많이 싸놨더라구. 이제 거기서 쉬야 하는 게 재미있나봐. 아무튼 그렇게 쉬야해놓고 다시 바지 입히고 난 급하게 일이 있어서 일보고 있는데, 어디서 물소리가 들려. 돌아보니까, 아이구, 민서가 자기 오줌물을 가지고 놀고 있더라. 심지어 자기 얼굴에 막 바르며 세수 하는 흉내까지 내는 거야. 그걸 보고 내가 '민서야!!!'하고 ..
접이식 자전거 블랫캣3.0은 오랜만에 기지개를 폈다. 관절들이 굳어 있을까 걱정했지만 녀석은 무리없다고 자신만만했다. 얼마전에 기름치고 점검해주었더니 기고만장이다. 그러나 얇은 옷속에 숨어있던 내 속살들은 파고드는 아침 기운에 넌더리를 쳤다. 아무래도 방풍쟈켓이라도 하나 더 입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다. 페달을 돌리는 힘이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시간을 기다릴밖에. 그렇게 조심스럽게 자전거를 밀고 나아갔다. 불과 5분만에 길을 헤맸다. 목감천에서 안양천으로 접어들었다가 곧장 고척교로 오르는 길이 사라진 것이다. 예전에 있던 정수사업장 옆의 샛길이 공사로 바뀌어서 못알아보고 지나쳤다. 너무 오래 쉬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같은 길을 오래 달리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몸이 먼..
겨우내 빈 화분이 생겼다. 바쁘다는 핑계로 보낸 것도 있다. 미쳐 손쓸 틈도 없이 말라버린 것들에 미안하다. 그러나 빈 화분은 더더욱 황량해 보일 뿐이다. 그래서 화분 두개에 싱고니움과 홍페페를 들여 놓았다. 둘다 아주 일반적인 사무실 화초라는 데 여기서 내내 잘 지내기를 바래본다. 홍페페 ◎ 원이름: 페페로미아(peperomia) ◎ 원산지: 브라질 원산인 관엽식물로 열대남미가 자생지인 다년생 식물. 종류에 따라 약간 다르나 대개 키는 10-15cm 정도 자란다. ◎ 환경: 빛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그러나 빛이 너무 강하면 잎이 손상되어 관상가치가 떨어지고 너무 약하면 줄기가 길어지며 웃자라는 경향이 있음. 열대 식물인만큼 추위에는 약해 겨울에는 12도 이상으로 관리. ◎ 물관리: 다육..
시계 #iphonegrapher by 모노마토 국방부 시계? 네 안의 타임라인을 만들어라 사실 평화 시에 군대가 할 일은 별로 없지. 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대부분 보초 경계 임무에 많은 시간을 보내. 그저 총을 들고 전방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일이지. 보통 그런 일을 최소한 2시간~6시간을 한다. 정말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가만히 서서 앞만 쳐다보는 그런 허무한 일에 인생의 젊은 날을 소모하는 걸 생각하면 이 얼마나 국가적, 개인적 낭비인가 싶어. 내무 생활도 마찬가지야. 쫄병 시절에는 좀 바쁠 수 있지만, 계급이 올라 상병, 병장을 달면 시간이 남아. 그렇다고 국방부 시계만 주구장창 바라본다면 군생활에서 남는 것은 없지. 그렇다면 이 시간에 무엇을 할까? 물론 공부를 하는 병사들이 많아. 요즘..
내무반 생활 - 네 마음 안에 새집을 지으렴. 국방부는 여전히 ‘훈련은 빡세게 내무생활은 편하게’를 외치고 있을 거야. 하지만 그 구호가 역설적인 것은, 그만큼 내무반 사건사고가 많아서지. 게다가 내무 생활의 불만으로 인해 벌어지는 가혹행위나 병사간 폭력행위도 심심치 않을 거고. 사실 20대 열혈 청년 남아들이 모인 공간에서 아무 잡음이 없다는 것이 더 신비로운 일인 거야. 너희 형제들만 해도 하루에 열댓 번씩 싸우고 화해하잖아. 이런 것 때문인지 아무래도 내무생활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는 건 예나지금이나 마찬가지지. 그렇다면 내무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까? 훈련소에서의 내무 생활이라봐야 다 같은 또래들끼리 훈련병이라는 같은 계급장을 달고 있으니 그다지 큰 문제는 없지. 하지만 자대 배치 받고 나서부터 ..
아래의 글은 지난 월요일 군대에 입대한 사촌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3회에 걸쳐 나누어 올린다. 군대에 대한 기억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군입대를 앞둔 그 때의 마음들은 다들 비슷하리라 본다. 또, 이 글의 일부 형식과 내용에서 "무한의 노멀로그-대학교에 입학하는 여동생을 위한 연애매뉴얼"에서 일정 부분 차용하기도 했다. 무한님의 글은 연애 그 이상, 인간과 인간이 가져야 할 관계의 예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또다른 청춘들에게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제대하는 날까지 건강하기를 바란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아마도 군입대를 앞두고 친구들을 만나서 밤마다 거리와 주점을 쏘다니느라 속도 좋지 않고 머리도 아플 텐데, 1년에 얼굴 보는 게 다섯 손가락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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