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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처음으로 찾아간 북촌손만두집.
만두가 유명하다고 해서 함께 간 이들은 만둣국을 주문했고
난 얼큰 칼국수를 주문했다.

만둣국보다 먼저 칼국수가 나왔다.
국물은 육수가 아닌 채수를 내린 것인지 깔끔하다.
얼큰함과 칼칼함도 조화롭다.
버섯과 계란지단 등 고명도 나쁘지 않다.

면도 잘 끊어지지 않으면서도 질기지 않고,
밀가루 냄새도 나지 않으며
미끄덩거리면서 목구멍으로 잘도 넘어간다.

7500원의 가격이면 싼 건 아니지만
요 동네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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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회사 사람들과 공덕동의 "e-문어세상"이란 곳에 갔다. 사람들 설명에 따르면 이곳이 나름 맛집으로 소문났다고 한다. 연말의 분위기인만큼 사람이 많다. 미리 예약도 했단다. 그럼에도 맨끝자리 바로 문앞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재미가 있었다.


회사 같은 띠 모임이었다. 내가 속한 BU에만도 3명의 편집자가 같은 띠이다. 유일하게 한 명 있는 여직원은 말 놓자고 우겨서 편하게 지낸다. 비슷한 파트를 맡고 있는 남직원은 뭔가 아직은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가 많다. 본사 기획팀 직원과 총무팀 직원이 또 같은 띠다.


술자리에 먼저 도착해 자리 앉으니 두부와 김치가 나온다. 두부는 적당히 지져 놓아서 먹기 좋다. 김치는 한지 얼마 안되었는지 상큼하고 아삭하다. 그럼에도 양념이 잘 배어 있고 매운 맛이 강해서 많이 먹긴 힘들었다. 두부와 김치의 조합이 일품이었다.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직급도 비슷하다. 직급을 떠나 회사 경험, 사회 경험이 비슷하니 이야기가 쉽게 풀린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 편집자의 애완도 술잔을 재촉하는 안주거리다. 그 와중에 총무팀 직원은 말이 없다. 워낙에 편집 업무 이야기만 나오는 터라 그런 것도 있고, 총무팀이라는 이유로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답답함도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이 집의 명물 해천탕이 나왔다. 살아 있는 해물들이 여전히 힘차다. 홍합들은 바로 먹을 수 있다고 한 걸 봐서는 한번 끓여서 나온 듯하다. 홍합을 오래 두면 국물이 짜진다고 한다. 문어와 전복들의 움직임은 나로 하여금 육식 동물의 본능을 일깨우나 보다. 입안으로 침이 고인다. 해물들 속에 파묻힌 닭도 고이 자리잡고 있다. 5명이서 3~4인용을 주문했지만 결과적으로 꽤 양이 많다. 남자가 4명 여자가 1명이지만 칼국수 2개까지 먹고도 좀 남는 양이다. 역시 마지막 국물은 많이 짰다.


2차는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따뜻한 정종이 이야기를 연결해 주었다. 좀더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여행, 영화, 사랑... 이제 점점 박제화 되어 가는 단어들처럼 40대 초반에서 갖는 그저그런 삶의 관성들은 존재한다. 다시 "미생"이다. 우리는 장그래도 될 수 없고, 오차장도 아니다. 그렇고 그런 대리들같이 위로 눈치보고 아래를 가르치는(혹은 억압하는)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꽃보다 청춘이다. 미래는 두렵고 세상은 전쟁같아도 술잔은 평등하고 애정은 따뜻하고 희망은 높게 가지는 것.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인 것이다.


공덕동 "e-문어세상"은 맛집으로 손색이 없다. 종업원들의 부지런한 자세와 나오는 음식들의 성실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렵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식탁과 항상 꽉 채운 손님들의 이야기는 서로가 경쟁하는 듯 시끄럽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의 이야기도 힘들다. 그저 먹고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나쁘지 않다. 




ⓒ김상큼님의 블로그(http://blog.naver.com/sahdlfj/220164870679) << 해당 블로그에 더 많은 사진과 설명이 있습니다.)







e문어세상 / 해물,생선

주소
서울 마포구 공덕동 105-237번지
전화
02-782-3673
설명
-
지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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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권도 일종의 유가증권이라고 할 수 있다. 돈으로 바꿔주는 곳은 없지만 특정한 곳에 가면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직원 중에는 밥값으로 현금을 거둬, 식권으로 냄으로써 현금을 확보하는 영리한 분들도 있다) 오늘 그동안의 야근 정도에 따라 식권이 지급되었다. 내가 받은 아홉장의 식권. 나는 그동안 아홉번의 야근을 했다는 거다.

아, 그러고 보니 증권이라는 말만 나오면 자지러질 분들 많겠다.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진 증권을 보면서 누구는 휴지조각이 됐다느니, 쓰레기가 됐다느니 하는 말이 있는데, 그나마 이 식권은 공덕동의 몇몇 식당에서는 밥이라도 되어주니 주식보다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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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정오 즈음의 공덕동. 참, /한/산/하/다/.
보통 아침 출근시간이면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거대한 물결을 이룬다.
오늘 회사로 가는 내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다.
일이 귀찮고 힘들어서가 아니다.

2차세계대전 독일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한 바가지의 물이 배급되었을 때
그것을 생존을 위해 마셨던 사람보다
인간의 존엄을 위해 얼굴과 몸을 씻는 데 썼던 사람들이
더 오래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어느 심리학 박사의 이야기처럼

일상적으로 오고가는 지루하고 상투적인 출퇴근 길도
아주 짧은 여행으로 생각하는 여유가
나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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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마포를 지나 공덕오거리를 지나면 공덕동이 시작된다. 진입로만 보자면 왕복 8차선과 10차선을 넘나드는 큰 대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고, 길가로는 서울 어느 거리보다 가지런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도시의 표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2002년에 있었던 공덕동의 래미안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2,213대 1을 보여주기도 했다. 말하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 본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일대의 거리는 서울 도시 근대화의 멋으로 불릴 만한 곳이다.


그러나 그 스카이라인 뒤로는 여전히 허름하고 무너질 것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내가 일하는 출판사 뒤편으로도 그런 집들이 옹기종기 지붕을 맞대고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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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동(孔德洞)이라는 이름을 보자면, 한자의 공덕(孔德-공자의 덕)이라는 말에서 온 것 같지만 실상 순 우리말 ‘큰 더기’에서 유래하였을 것이라고 한다. ‘큰 더기’는 우리말로 조금 높은 고원의 평평한 곳의 더기 또는 덕, 언덕을 일컬은 말이다. 한강둑의 언덕을 비롯해 아현동 언덕, 만리재 고개 등 공덕동으로 들어서는 길은 어찌했든 작은 언덕들을 넘어와야 하는 곳이다. 옛날에 이 지역을 큰더기, 큰덕으로 불리된 것이 비슷한 한자음을 빌려와 쓴 게 공덕동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이 공덕동 주변 언덕들에 자리 잡은 그렇고 그런 허름한 집들도 재개발을 앞두고 있거나 기다리고 있다. 사진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이미 이곳의 골목길 풍경을 렌즈에 담아내고 있다. 김기찬 사진가는 1969년부터 30여 년간 골목길 풍경을 담아왔는데, 그 풍경 안에는 이 공덕동 골목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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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는 것은 의미 있다. 문명이라는 그늘이 만들어내서 지워지는 자취를 기록함으로써 미래의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껴야 할 향수를 자극하자는 것도 있겠지만, 단지 휩쓸리듯 흘러가는 세태를 잔잔히 돌아보며 성찰하는 자료로서 충분히 의미 있다고 본다. 고로 나는 기록한다, 그리고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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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사 옥상에서 바라본 모습


보통 내가 일하는 곳을 물어 보면 나는 마포구 공덕동이라고 한다. 공덕동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오래전에 이곳에서 근무를 한 일이 있기 때문에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이라면 깜짝 놀라곤 한다. 그렇다, 나는 다시 컴백했다.


예전처럼 교과서를 만들 것이다. 내년에도 교과서도 만들고 지도서도 만들고 교재도 만드는 일을 할 것이다. 일이 일을 만들고 그 일이 다시 일을 까는 그런 수렁에 다시 들어왔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의 심정이다. 그래 알만큼 알고 겪을 만큼 겪어봤기 때문에 두려울 게 없다는 심정이다.


하여튼 다시 공덕동이다. 아무래도 이제 이곳에서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다. 놀아보니 그렇다. 오래 놀면 마음 약해지는 거다. 그러니 내가 뒤늦게 철드니, 이제 조직에 투항하니, 뭐 그런 이상한 말 하지 마라. 그냥 살아가는 거고, 살아가는 현장이 여기일 뿐이다.


그런데 공덕동이다. 그렇게 살아야 할 곳이기에 애정을 가지고 보기로 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 애정을 보면 하루하루가 새로울 것이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도 여행이고, 야근을 위해 저녁 먹으러 가는 길도 여행이다. 그래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기로 했고, 심심풀이로 공덕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 웬만하면 하루에 하나 정도 포스팅을 하자는 게 내 생각인데, 일이 많은 곳이다 보니 이것도 쉽지 않다. 하루이틀 빼먹는다고 삐딱한 시선으로 보지 않기로 하자.


이름하여 공덕동 프로젝트. 말은 그럴싸해도 사소한 신변잡기다. 내 일터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동네 사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루 24시간 중 최소한 8시간 많게는 13~15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쓸 얘기는 솔찬히 있을 것이다. 없다고 해도 만들어 보는 게 내 사는 재미다. 일터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들을 내 역사의 한페이지에 차곡차곡 쌓는 것.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아야 사는 것처럼 사는 사람이다.


암튼 지금도 야근 중인데, 몰래 포스팅하고 있다. 차장님이 내 블로그를 알지만, 뭐 때리기야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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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동은 복잡한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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