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동고서저의 지형입니다. 백두대간이 고고히 이 땅의 기운으로 살아있는가 하면 남도의 드넓은 평야지대는 우리의 생명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고, 북쪽으로는 남북한의 160만 대군이 경계를 펼치고 있습니다. 전국일주라고 한다면 그런 우리나라의 지리적 조건과 사회적 환경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고 길을 잡아나가야 하겠죠. 자전거 여행, 건강한 청춘이라면 자전거 여행에 대한 낭만적 꿈을 한번쯤은 그려보았을 겁니다. 필자 역시 대학시절부터 자전거여행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기대에 부풀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떤 꿈이든 실천하고 실행했을 때 그 결과를 자기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서만 맴맴 맴돌다가는 안개가 아침햇살에 사라지는 것처럼 잊어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니까..
아무래도 숙박과 식사 문제는 여행 도중에 가장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여행 경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만큼 처음에 대략적인 예산을 짤 데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죠. 먼저 출발 전에 텐트 유무를 결정해야겠지요. 여름에 가는 거라면 텐트와 취사도구를 준비해 캠핑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취사를 할 때는 식수를 얻을 수 있는 곳에 가까이 자리를 잡는 것이 좋고요. 도로변은 피하고 학교나 마을의 공터 같은 곳이 좋습니다. 학교에서 숙박을 할 경우 학교 숙직담당자나 경비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교회나 절, 심지어 민가에 찾아가 부탁하기도 했다는데, 그것은 각자의 얼굴 두께에 달렸겠지요. 그러나 저처럼 날씨가 꽤 쌀쌀해지는 11월에 갈 경우 야외에서 자는 것은 삼가는 게 좋..
새벽 5시 반, 제주항에 도착했다. 뱃멀미는 전혀 없었다. 유람선으로 이용되던 배이다 보니 바람과 파도가 좀 높아도 그렇게 심한 요동을 느끼지는 않았다. 다시 묶어놓은 자전거를 풀어서 끌고 하선했다. 여객선 대합실에서 나와 보니 사위는 깜깜하다. 이런 상태에서 달리는 건 좀 무리다 싶었다. 주위 식당이라도 있나 둘러보았지만, 여객항 주변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조금 더 밟아지면 출발하기로 하고 대합실에서 아침뉴스를 보며 기다렸다. 대합실에서 시간을 떼우니 어떤 아저씨가 오셔서 "자전거 여행을 하시우?"라며 말을 건넸다. 그렇다고 하니 제주도 여행에 대해 쭉 설명해 주고 어디어디는 가 볼 것 없고 어디어디는 꼭 들려서 구경해 보라는 조언도 해 준다. 마지막에는 제주시에 있는 자신의 민박집 명함을 주면서 제..
친구의 집은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이다. 부산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잘 몰랐는데, 정말 산동네가 참 많다. 산 꼭대기 가까운 곳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집들을 보면서 삶의 팍팍한 한 자락을 보는 것 같았다. 친구의 집도 그런 산동네에 지어진 집이다. 12일은 오랜만에 갖는 편안한 휴식이었다. 아늑하고 따뜻한 집에서 친구와 한이불을 덮고 늦잠을 잤다. 오후 늦게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산의 태종대를 찾아갔다. 태종대는 서울의 남산공원과 비슷한 느낌을 줄만큼 숲이 우거져 있었다. 하지만 바다가 접해 있어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고 다양한 볼거리들이 마련되어 있어 남산과는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길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오고 거기서 바다를 보면 맑은 날은 대마도까지 보인다. 친구는 용접공이다. 하지만 정식 ..
어제 언양읍내의 PC방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글을 올리고 난 후 잠잘 자리를 찾으러 나섰다. 이미 해는 어두워졌고, 애초부터 여관방을 잡을 생각이었는데, 식당의 주인부부가 알려준 등옥온천단지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여관방은 돈도 많이 들고 탕에 온전히 몸을 담글 수 없어서 찜질방을 찾아가기로 했다. 자수정 동굴(언양에서 유명한 관광명소 중 하나)을 찾아가는 길에 있다고 하는데, 이곳이 찾아가보니 산속이다. 차량통행도 뜸하고 가로등 하나 없는 왕복2차선 길을 더듬더듬 찾아갔다. 길은 3번이나 어긋나고 시간은 이미 8시를 넘어서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 걸까. 물어물어 가면서도 금방 가면 있다는 지역주민들의 말만 믿었는데, 정말 찾기 어려웠다. 탕에 들어가 씻은 후 집에 전화해 무사안착을 보..
하루를 앓았다. 그러니까 그저께 저녁 민박집에 들어가 약국에서 지어온 콧물약과 기침약을 먹었다. 약에 워낙 민감한 지라 한번 먹으면 낫겠지 싶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눈은 7시에 떠졌는데, 정신이 몽롱했다. 약기운인지 아니면 몸살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더 머물렀다. 강구라는 소읍을 둘러보기라도 했다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텐데… 쉬는 동안 과연 이 여정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일 끝까지 가기 어렵다면 어디서 마칠 것인지, 돌아가는 길은 어떻게 잡을 것인지, 자전거는 어떻게 보낼 것인지 내내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주를 목표로 잡았지만, 몸상태와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출발전부터 생각해 둔 것이었다. 머릿속은 그렇게 ..
몸안에 바람이 들어왔다. 목이 다 타들어간 것 같았다. 자꾸 물을 마셔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밭은 바람을 입밖으로 자꾸 쏟아냈다. 기침이다. 어제 좀 무리했나 보다. 거리도 거리지만, 그 수십개는 될 것 같은 언덕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바람은 또 어땠나. 전국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겨울 초입의 바람이다. 게다가 바닷바람이니 그 바람이 몸 안에 들어와 아무 일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있을 줄은 알았다. 기침이 좀 나올 뿐인가 싶더니, 손목이 아프다. 내리막길에서 무게 중심이 손목에 많이 쏠려서 그랬을 것이다. 아침에 약국에서 파스를 사서 붙였지만, 계속 손목에 힘이 들어갈 테니 그다지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다. 다리는 예전부터 언제 신호가 올까 조마조마했다. ..
청솔민박집을 나왔을 때는 8시가 되지 않았다. 어제 오후 늦게 컵라면 하나 먹은 게 전부였으니 배가 고플만 하다. 게다가 근처에 식당도 없다. 인사하는데 노부부는 아침 식사 중이었다. 민박집 노부부에게 밥을 얻어먹을까 했지만, 그럴 주변머리가 부족하다. 그러니 몸이 고생한다. 바람이 정말 심했다. 특히 언덕을 올라갈 때 맞는 맞바람은 정말 고통스럽다. 해안도로에는 차가 없다지만, 언덕이 많다. 울진까지 오면서 수없이 많은 언덕을 넘어야 했다. 언덕을 오르는데 1시간 걸린다면 내리막길은 고작 15분…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 부남리를 지날 즈음 해안도로가 이상하다. 비포장길이 나온 것이다. 여기저기 도로공사를 하는 트럭, 포크레인 등이 보인다. 그런데도 자전거 여행객을 막지 않는다. 길이 연결되어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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