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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무실에는 정수기가 하나 있습니다. 커다란 물통을 거꾸로 뒤집어 꽂아 놓는 형태죠. 매번 이 물을 마실 때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5층까지 이 무거운 생수통을 들고 오셨던 생수 회사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한번 나를 때면 보통 5~8개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옮기시는데,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사무실까지 올라온 생수를 생수기에 꼽는 건 남자 직원들 몫입니다. 물론 여직원들이라고 못하겠습니까만, 보통 남자가 있는 사무실에서는 남자가 하기 마련이죠. 아무튼... 이 신성한 업무(?)는 또한 사무실에서 제일 젊고(?) 가장 가까이에 있고, 또한 만만하게(좋게 말하면 편하게) 생긴 저에게 많이들 부탁하십니다.

그럼 저는 흔쾌히 임무를 수락하죠. 먼저 생수통을 생수기 옆으로 가져온 후, 뚜껑의 비닐을 벗기고, 휴지를 떼어다 적셔서 생수통의 입구를 깨끗이 닦아줍니다. 그리고 생수통을 팔로 감싸 안은 다음 허리와 다리의 힘을 이용해 들어 올린 후 팔을 뒤집어 주는 데,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꺾으면서 생수통 입구와 생수기 입구를 잘못 마칠 경우 상당히 곤란한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우리가 마시는 깨끗한 물은 참 많은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옵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에는 인간을 생각하고 생명을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가 듬뿍 담겨 있죠. 그래서 ‘물은 생명’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종종 잊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택의 쌍용자동차 노조에게는 이 말이 더욱 실감이 날 것 같습니다. ‘해고는 죽음’이라고 외치는 이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것이 이 갑갑하고 막혀 있는 협상을 속시원하고 깨끗하게 뚫어줄 생명의 물이 되지 않을까요. 국가인권위는 쌍용차 노조에 대해 음식과 식수, 의약품이 차단된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였습니다(지난 7월 24일자 보도자료 :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긴급 성명7월 30일 보도자료 : 쌍용자동차 농성장에 식수 및 의약품 반입 등 긴급구제권고 결정).

오늘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소나기가 왔습니다. 이 물이라도 평택의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게는 단비와 같을 수도 있죠. 지금 이 시간에도 협상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명의 물을 공급함으로서 ‘해고는 죽음’이라며 절규하는 그들에게 여름날 단비 같은 삶의 실마리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은 어쩌면 물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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