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 2003년 10월 22일 정은임의 영화음악, 오프닝 멘트.



▲ 고 정은임 아나운서. ⓒMBC

▲ 고 정은임 아나운서. ⓒMBC



사실 정은임이라는 이에 대해 잘 모른다. 새벽에 하는 영화음악 프로그램이 내 일상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그때만해도 가능했던 지난 라디오 듣기를 통해 듣다보면, 인간과 영화에 대한 정은임이라는 이의 생각에 감전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곤 했다. 위의 멘트 역시 직접 들은 건 아니었지만, 그이가 불의의 사고로 떠난 후에 접한 멘트였다. 숱한 아나운서들이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예쁜 얼굴과 고운 목소리로 웃음을 던져주고 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누군가는 물도 전기도 끊긴 저 어두운 공장의 뜨거운 열기들을 걱정하며 시원한 바람 같은, 차가운 냉수 같은 말을 보내줄 이는 이제는 없는 것일까.

내일(8월 4일)은 정은임 아나운서가 이 세상을 떠난지 5주기가 된는 날이라고 한다. 5주기를 맞이하여 이번에도 추모 바자회는 열린다(관련기사). 만일 정은임 아나운서가 살아있다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을 향해 어떤 오프닝 멘트를 날렸을까. 그의 목소리가 그립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