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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뜨는 별/서가에 피는 꽃

야근을 없앨 수 있는 단칼의 해법은?_쾌도난마 한국경제







야근이 싫다. 야근은 삶의 구체적인 계획들을 어긋나게 한다. 일을 정규 근무 시간에 마무리 짓지 못하고 밤늦게 혹은 주말까지 겹쳐서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기 계발에 투여할 시간을 잡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해도 일주일에 1~2회 정도 주기적으로 학원에 가야하는데, 이런 시간을 잡을 수 없어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쌓여 가는 야근 시간은 그만큼 스스로를 속박하고 옥죄어 주어진 일밖에 할 수 없는 기계적인 노동자로 만들 뿐이다. 창의적으로 일하고 자유분방하고 활기차게 일하는 노동자를 죽이는 제1의 공로자가 바로 야근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 중에서 최장의 노동시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함에도 최근 들어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이 4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100명 15명이 일자리가 불안하거나 없는 사람들이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해법이 왜 안되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꽤 높은 경제 성장을 일구어냈다. 세계 유수한 나라들 중에서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이다. 경제적으로 잘 산다는 것은 단순히 잘 먹고, 좋은 옷 입고,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낮은 가격으로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최소한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을 일이 없는 것, 그것이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경제 발전 정책이 내세운 목표들은 이렇게 대부분 실현되었다. 그 시대 우리 아버지들이 가난을 물리치려는 이유 중의 하나가 먹을 게 없어 굶어야 하는 일이 없고,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고, 돈 없어도 학교에 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 아니었나.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 세대에 대해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 짧은 시간에 이만큼의 업적을 이루어낸 위대한 분들이다. 

물론 엄청난 희생이 따랐다. 후진적인 정치 문화는 지금도 그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인권 의식은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다. 경제 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소홀하거나 의도적으로 억압했던 부분이다. 복잡한 한국 사회의 모순들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이렇듯 깊은 괴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또 1997년 외환위기 주기적으로 오는 경제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최장의 노동시간을 가지고 있으며, 유래가 없는 비정규직 비율을 보이는 비정상적인 노동 시장에 대한 마땅한 해법은 없을까.

영국 게임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장하준 교수와 국민대 경제학부 정승일 교수는 이 책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날카롭게 후벼파고 있다. 더불어 지금의 한국 경제가 쳐한 위기를 돌아보게 하고 그 대안을 고민하는 열쇠를 던져 주고 있다.

이 책은 크게 '1부. 우리의 과거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와 '2부. 우리는 후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로 나누었다. 1부에서는 박정희 시대의 개발 독재와 재벌의 문제를 다루면서 지금의 시장 개혁이 의미하는 바를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따지고, 자본과 노동의 화해를 모색하며, 관치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교정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대타협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논의들은 결국 성장에 목매인 한국 사회의 의제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사회는 과거의 그 어려운 가난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났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도 깊이 들어가 보면 과거에 못지않은 고통이 상존해 있다. 비정규직을 착취하고,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고, 여성과 아동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고, 소수자에 대한 인권 유린을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국민소득만 높아지면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일까? 참고 견뎌서 국민소득 4만불이 되면 해결될 문제들일까? 그렇지 않다. 어느 정부든지 성장률과 국민소득에만 목메고 있고, 빈곤과 좌절, 소외, 범죄와 현실도피, 차별과 인권유린 등에 대해 대안을 내놓지 않고 사람들에게 참고 인내할 것만 강요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정부를 폐기해야 할 것이다. 삶의 질을 고민하지 않는 정부나 경제학은 암적 존재일 뿐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가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 일이 없고, 적은 비용으로 기본적인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아프면 병원에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듯이, 이제는 누구나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고, 일 때문에 괴롭거나 상처받지 않으며, 일을 통해 자신과 가족,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지금의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과제다.

다시 야근 문제로 돌아와 보면, 올해를 지나 내년부터 회사 업무 특성상 많은 사람들의 일거리가 없어진다. 반면 다른 분야의 직원들은 작년과 같은 살인적인 야근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지금 당장 우리들 안에서부터 일자리를 나누고 함께 공생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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