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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삶을 살아갈 또 하나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에는 좀더 멀리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사는 건 이렇게 한걸음 더 내디딜 수 있다는 믿음에서 강해지는 것이겠다. |
도상 거리로는 47.3km가 나오지만 아마도 족히 50km는 달렸을 것이다. 지난 금요일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리는 회사 체육대회에 나는 자전거를 타고 참석했다. 그러니까 구로구 개봉동에서 미사리 조정경기장(행정구역상 경기도 하남시)까지 자전거로 간 것이다. 새벽밥을 챙겨 먹고 5시 30분에 출발해 약 2시간30분이 걸려 8시 경에 대회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포대교
장거리 자전거 주행은 정말 오랜만이다. 물론 틈틈이 자전거 출퇴근을 통해 체력을 단련해 왔지만 실상 50km에 가까운 거리를, 그것도 주어진 시간 안에 가야 하는 일은 나에게 있어 대단한 도전이다. 바로 그 전날 저녁까지도 그냥 가야할지 자전거로 가야할지 한참이나 망설였으니 말이다.
비교신학자 조셉 캠벨은 모든 사람에게는 '성소(聖所)', 즉 자기 자신만의 성스러운 공간이 있다고 했다. 나에게도 나만의 성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한강 길에 있다. 이른 아침 뻥뚫린 한강변길을 달리며 느끼는 질주의 느낌은 남다르다.
이 한강변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나만의 공상에 빠져든다. 나를 잊고 나를 찾는 신기한 경험이 여기서 빚어진다. 환기와 정화와 순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환기-귓볼에서 휘감고 나아가는 바람에서 느껴지는 것. 정화-몸안의 독소들을 길 위와 한강에 던지버리며 달리는 것. 순화-날카로워진 속살과 속마음들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
미사리 조정
올해 목표로 한 3000km 달리기는 아마도 어려울 듯싶다. 그렇지만 나는 궁금하다, 내가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지. 그 끝이 어디쯤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달리는 것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시끌벅적한 체육대회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체육대회를 꽤 격하게 치루었으며, 그 결과 얻은 영광의 상처들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동료 직원의 도움을 받아 집 근처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래도 삶을 살아갈 또 하나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에는 좀더 멀리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사는 건 이렇게 한걸음 더 내디딜 수 있다는 믿음에서 강해지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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