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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여행0 - 프롤로그

혼자 갈 뻔했는데, 가기 이틀전 한명이 합류했습니다.
뒷모습만 봐도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겠죠.
오동도 가는 길, 
해양수산청 지방사무소 건물인 듯한데,
그 담장 안쪽으로 벚꽃들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잎이 떨어지려면 아직 멀었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길 옆으로는 빨간 꽃이 보이실 겁니다.
동백꽃입니다. 역시 한창이었습니다.
가끔 거센 바람이 불면 꽃봉오리째 뚝뚝 떨어지는데,
그 모습은 어찌나 서글퍼 보이는지...
비와 바람과 구름이 가득한 여수 여행길 사진
하루에 조금씩 업데이트 합니다.


여수 여행 1 - 여수로 가자

여행 하루 전.

신명이의 전화가 왔다. 9일날 결혼식에 꼭 와달라는 전화였다. 일전에 했던 약속이 있어서 차마 못가겠다는 말은 못하고 또다시 가겠다는 허언을 늘어놓았다.

밤늦게 또 한통의 전화가 왔다. 친구였다. 4월 말에 결혼하는데, 9일날 저녁에 친구들한테 얼굴 한번 보자는 전화였다. 여수 간다고, 그래서 못가겠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끊고 나서 거짓말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먼길을 떠난다는 것은 설렘이다. 내면의 어떤 에너지가 점차 그 떠남을 준비하다 보면 밤잠을 이루기도 어려운가 보다. 일찍 잠들었지만 첫잠을 깬 것은 새벽 3시반이었다. 그렇게 시간마다 잠을 깨다가 5시 반에 일어나 전날 만들어 놓은 김치볶음밥을 데워 아침을 해결했다.

기차 시간은 7시 50분 용산발 여수행 새마을호. 평생 무궁화호만 이용하다가 새마을호를 타려니 기분이 묘하다.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보는 것도 처음이다. 이게 다 KTX덕분이다. 분에 넘치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무궁화호는 보기 드물게 되었고, 교통비는 억지로 뛰어올랐으니 말이다.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돕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심란한 이 마음을 하늘이 알아 준 것인지 모를 일이다. 기차는 빗속을 달려 12시 50분경 여수에 도착했다.

봄날 여행지로 여수를 선택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어느 블로그에서 본 여수 여행일지에 혹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선택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다음으로 봄을 준비하는 바다를 보고 싶었다. 겨울이 막 물러가고 봄의 물컹거리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바다를 본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다. 무엇보다 여수는 봉오리를 툭툭 떨어뜨리는 동백꽃이 잘 어울리는 항구가 아니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여수 여행 2 - 자산공원과 오동도 

오동도는 여수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오동도까지 가는 길도 벚꽃과 동백꽃이 화사하게 어우러져서 매우 아름답다. 벚꽃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지만 동백은 10월에서 4월까지만 피며 겨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꽃이다. 그런 두 개의 꽃이 여수를 온통 정신없이 물들이고 있었다. 릴레이 경주의 마지막 주자가 배턴을 터치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지만 오묘한 조화가 멋들어지게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오동도 바로 옆에 자산공원이 있다. 여기에서 보면 여수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아름다운 미항이라고 불리는 여수는 작지만 알찬 도시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자산공원에 오르면 멀리 경남 남해가 보이고 이순신 장군의 전라좌수영 앞바다가 훤하게 펼쳐져 있다. 오동도로 나있는 방파제 길로 사람들이 오간다. 방파제 입구에서는 오동도로 들어가는 관광열차(?)가 운행하고 있다. 오동도 입장료는 1600원. 관광열차 승차료는 500원. 우리는 걸어서 오동도로 들어갔다.

여수와 오동도를 잇고 있는 방파제.


 


 

여수 여행 4 

다음 일정은 방죽포 해수욕장. 녹동식당에서 나와 여수시내로 들어가는 택시를 탔다. 진남관까지 기본요금(1600원)이 나왔다. 그곳에서 돌산 향일암으로 들어가는 버스 111번을 탔다. 버스는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갓김치로 유명한 돌산으로 들어가고 약 30여분을 달린 버스는 마침내 방죽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방죽포에 도착한 시간은 5시. 예상보다 많이 늦었다.


방죽포 해수욕장은 매우 작은 해수욕장이다. 모래톱이 약 200M정도 될까? 모래사장 뒤로는 키 큰 소나무들이 방풍림을 조성하고 있었다. 작지만 그래도 소담한 풍경으로 찾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도착하니 다시 비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자잘한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왔다. 구름 덕분에 평소보다 주위는 빨리 어두워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여행을 수행하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민박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묵고 갈 방문에는 전라남도의 지원을 받은 시설이라는 것과 요금표가 적혀 있었다. 주중 2만원, 주말 3만원, 성수기 5만원의 표준요금을 받고 있었다. 큰 창문으로 방죽포 앞바다가 훤하게 보였다. 날씨만 좋다면 이곳에서 일출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아저씨도 날씨가 흐려 손님들이 일출을 보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또다시 난관에 부딪힌 것은 근처에 식당이 없다는 거였다. 원래대로라면 향일암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할 예정이었는데, 방죽포 해안은 워낙 한적한 곳이라 변변한 매점도 찾기 힘들었다. 다행히 주인아저씨의 도움으로 차를 타고 나가서 몇가지 술과 요기거리를 사올 수 있었다.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 술과 이야기로 한밤을 달렸다. 밤새 유리창을 때리는 바람소리와 창문 너머로 바닷가 콘크리트를 때리는 파도소리가 참 좋았다. 12시 즈음 잠자리에 들었고, 파도소리는 술기운과 어울려 오히려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쉽게 잠들 수 있었다.

새벽 즈음 눈을 떴으나 날이 흐려 일출맞이는 어려울 듯싶었다. 후배는 바람소리와 파도소리 때문에 걱정도 되고 겁도 나서 잠을 설쳤다고 했다. 9시가 넘어 민박집을 나왔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향일암 방향 버스가 한대 지나가고 있었다. 여수 여행에서 대중 교통, 특히 버스의 시간대를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배차간격은 최소 30분이었고, 우리는 정류장에서 약 40분 정도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방죽포 해수욕장의 소나무 숲
△방죽포 해수욕장
△ 빗속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방죽포 방파제에 정박된 어선들
△민박집에서 바라본 방죽포 해수욕장
△ 밤새 파도가 민박집 밑의 방파제를 때렸다.
△ 거센 파도와 바람 속에서도 낚시를 준비하는 사람.

 


 

여수 여행 5 - 향일암

9시반 경에 나왔지만 버스는 10시가 넘어서 탔다. 시간을 잘못 맞춘 것이다. 이곳을 오가는 버스가 30~50분 간격으로 온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다. 방죽포에서 향일암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렸다. 돌산도의 해안가를 달리는 버스는 작은 어촌마을에 멈추고 내 고향 산골마을과는 사뭇 다른 내음을 전해 주었다.

향일암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향일암 주변에는 많은 민박집과 식당들이 즐비했다. 어제 저녁에 이곳에 와서 저녁을 먹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향일암으로 오르는 길 양옆으로 돌산의 명물 갓김치를 파는 상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즉석에서 김치를 담그면서 오가는 손님들을 불러 한입씩 물려주었다. 그 틈에 나도 갓김치 맛을 보았는데, 짜고 매운 맛이 전라도의 손맛이라는 말이 아마 이 갓김치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었다.

향일암에 오니 또 가랑비가 오락가락 했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 그리고 관음전까지 둘러보았다. 대웅전의 부처님은 먼 남해 바다를 지긋이 응시하는 모습이 속세인들의 발걸음 소리에 괘념치 않는 듯했다. 조그만 터에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는 절이지만 길목 하나 바위 하나가 오밀조밀한 멋을 보여주는 절이었다.

향일암에서 내려와 버스를 탄 시간은 대략 12시. 여수 시내 중앙동에서 점심을 먹었다. 좀 특별한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전주식당에서 콩나물해장국을 먹고 말았다. 시장기가 원수다.

△향일암 오르는 길. 수많은 계단은 부처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씻어야 하는 업보.
△향일암은 작은 절이다. 작고 오밀조밀한 절이 바닷가 절벽쪽에 붙어 있는데, 절도 아름답지만 절에서 바라본 경치는 더욱 아름답다.
△향일암의 대웅전 앞으로 남해 앞바다가 보인다. 이곳은 일출 전망대로 유명하다.
△ 곳곳에 동백이 피고 지고...
△바위에 동전을 붙이면 복이 온다는 얘기에 방문객들이 동전을 붙이고 있다.
△ 관음보살과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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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경 | 여수 돌산갖지 정말 맛있는데.. 김장할때 같이 담아서 일년이상 묵힌뒤에 잎을 쫙펴서 밥을싸서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는데..막 담근건 아무래도 짜고 맵기가 쉽습니다. 익혀서 먹어야 제맛이 나므로..


여수 여행 6 - 진남관

점심을 먹고 여수역을 향하던 중간에 잠시 들른 곳은 진남관. 이곳은 여수 8경중의 4경이라고도 불리우는 곳이다.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에 속한 건물로 임진왜란이 끝난 직후에 축조되었다가 1716년에 불에 타서 1718년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지방 관아 건물로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건물 하나하나에 새겨졌을 목수와 인부들의 땀과 눈물이 세월의 흔적에서도 역력히 드러났다. 규모면에서 보면 종묘의 영녕전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나무와 돌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은 여태껏 보아온 고건축물 중 단연 오래되어 보였다.
1시가 조금 넘어 진남관에 도착했고, 관람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2시 20분 여수발 용산행 기차를 타기 위해 진남관을 나온 시간은 1시 50분경이었다. 진남관은 여수역에서 택시로 기본요금(1600) 거리에 있다.

에필로그.

아스팔트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서 처연함과 함께 끝까지 아름다움을 놓지 않으려는 절규를 보았다. 어디까지나 나를 위로하는 여행이었는데, 든든한 동행이 되어 준 현상군에게 감사한다. 여행이란 어차피 돌아오기 위한 잠시의 일탈이다. 하지만 떠나기 전과 돌아온 이후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번 여행이 그런 내 안의 변화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자신의 마음의 깊이를 측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전히 흔들리면서 일상을 살고 있지만, 결코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며 내 어깨를 툭 치고 가는 동백꽃을 만나고 왔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본다.

△ 진남관의 전체 모습
△ 진남관에서
△ 현상이와 함께
△ 진남관의 보
△ 기둥과 처마

 

문현경 | 두사람의 그림도 훌륭하지만.. 두사람다 따로 따로 두사람이면 하는 마음입니다.

강대진 | 알았어^^ 담에는 그렇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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