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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콘트라베이스>(명계남의 모노드라마)를 보고

어느 누구나 자기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다. 콘트라베이스든, 첼로든, 팀파니든 각자가 고유한 역할과 소리가 어우러져 합중주든 오케스트라든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박수갈채를 받는 대표는 지휘자이거나 좀 더 나아가면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다. 이쯤 되면 다른 악기들의 불만도 있을 법하다. 왜 저들만 나서야 되냐구요~

그런 불만이 가장 큰 것은 콘트라베이스일 것이다. 하긴 그럴만한 게, 역대 유명 짜하다는 작곡가 중에 이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독주곡을 만들어 준 사람은, 없다! 현악기 중 가장 낮은 저음으로 오케스트라에 무게를 실어주고 중심과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악기인데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작곡가들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프랑스의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스가 이 무식하게 큰(총 길이 190cm) 녀석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썼고, 한국의 괴짜 연극배우가 2시간여 동안 혼자 연기를 했다고 한다. 결국 음악 쪽에서 인정받지 못하다가 문학에서 등단하고 연극 무대에 서게 된 콘트라베이스, 이것을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작가의 필력인지, 배우의 연기력 때문인지, 책은 불티나게 팔렸다고 하고 배우는 10년 만에 앙코르 공연을 다시 열고 있다. 이 놀라온 흡입력은 지옥 끝에서 울려나오는 우울한 저음의 콘트라베이스의 마음을 어여쁜 메조소프라노의 앳된 볼처럼 발갛게 달아오르게 만들 만하다. 평생 변변한 독주곡도 하나 가져보지 못한 콘트라베이스에게 이는 참으로 낯설고 황당한 경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찌됐건 첼로와 비올라의 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 기회를 통해 콘트라베이스가 제일 낮은 음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 콘트라베이스와 나의 경계는 조금씩 허물어져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 나는 프랑스의 해괴한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스의 소설 <콘트라베이스>을 과감하게 인터넷 구매했다. 거금 4,800원!

어찌됐거나 참 재미있는 연극이었다. 이 연극을 보여준 K양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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