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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권이 생긴 이래 대통령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었다. 직접적인 선거 활동을 한 경우도 있었고, 간접적인 지지-반대 발언을 온라인 공간에서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말 꺼내기가 쉽지 않다. 줄곧 지지했던 민주당에 표를 주기가 어렵다.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생긴 건 서울과 부산시장에 후보를 냈을 때부터다. 그때 민주당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말로만 반성하는 관행, 서민을 위한 정책 실종,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신, 민중을 외면하는 나라 살림...

무엇보다 변하지 않은 공포와 분노 마케팅. 언제까지 보수세력에 대한 반대 이익만 취득하며 살 건가? 이런 이유로 당연히 민주당은 이제 심판의 주역이 아닌 대상이 되고 말았다.  

누군가는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 우리가 더 지지해 주지 않아서... 우리가 더 밀어주지 않아서... 우리가 더 열심히 응원하지 않아서... 한국 사회가 뒤로 가는 열차에 올라탄 것일까?  마치 "나에게 표를 안주면 국힘당이 되는데, 그래도 좋아?"라며 사람들을 길들여 왔고, 그렇게 몸집을 키워오더니 이제 스스로 괴물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잃어버렸다.

당연히 국힘당 윤석렬은 최악의 후보다. 그런데 그 최악의 후보와 민주당은 졸전을 치르고 있다. 역시 민주당 주변인들은 최악의 후보를 막아야 한다며 표를 달라고 한다.

물론 윤석렬에 비해 이재명 후보는 좋은 후보다. 대장동 의혹도 부풀려진거라는데 동의하며 그의 성품이 좀 모질고 막가는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선택받았다는 것은 그것을 상쇄할만한 그의 장점이 더 크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민주당도 그러한가?

나에게 "윤석렬을 막기 위해 이재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은 오히려 더더욱 나를 망설이게 한다. 민주당은 언제까지 국힘당의 반대파로만 살려고 하나? 결국 국힘당과의 적대적 공존으로 생명을 유지하겠다는 거 아닌가? 마치 남북의 보수 세력들이 분단체제를 이용해 온 것처럼 말이다.

허상과 꿈을 쫓는 일이 되겠지만, 그냥 이 땅이 일궈온 민주주의를 믿기로 했다. 어떤 세력도 어떤 권력도 민주주의의 시스템에서 권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이재명이든 윤석렬이든 그들 역시 이 제도의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번 선거는 이 지겨운 가스라이팅에서 깨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해왔듯이 다시 민주당에 표를 준다면 민주당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땅의 대통령 선거는 승자독식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변화와 민주주의의 승리를 꿈꾸는 나는 이번 선거의 목표를 민주당 심판과 양당체제의 균열에 두겠다. 아마도 이 기조는 민주당이 다당제 정착 및 결선투표제 실천이 없다면 계속 이어질 것이다.

더이상 공포와 분노 마케팅으로 표를 구걸하지 마시라.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겠다면 평소의 행동으로 보여달라. 매번 이렇게 선거 때만 하겠다고 하지 말고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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