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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입구에서 시작해 사당역까지 걸었다. 5.8km의 코스로 5-2보다 짧다. 


날은 여전히 좋았다. 관악산 입구에서 좌판을 벌린 노점상들이 부지런히 가게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가로운 오후의 시작을 알리는 가게들 사이로 우리 가족의 둘레길 여행을 시작했다. 아이는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밝다. 전날 여의도 물빛 공원에서의 물놀이가 무척이나 즐거웠나 보다. 이날도 즐거운 가족나들이로 한껏 들떠 있었다. 


서울대 정문에서 바로 둘레길을 찾지 못해 약간 헤매었다. 등산복을 입고 오가는 사람들을 따라 서울대 안으로 들어가 보다가 다시 지도를 자세히 보니 잘못된 길이다. 서울대에서 낙성대로 가는 길은 서울대 정문을 보고 왼편으로, 서울대를 오른쪽에 끼고 걸어야 한다. 표지판도 그리 되어 있건만, 둘레길 초보자의 흔한 실수이다. 가야할 길이 멀지 않으니 길을 잘못 들어도 여유롭다. 쉬엄쉬엄 걷기, 놀면서 걷기, 천천히 걷기, 도란도란 걷기... 아이와 함께 걷기 위해 필요한 원칙이다. 


얼마 안가 산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서 낙성대까지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숲길이 이어진다. 5-2코스가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면 여긴 자연그대로의 숲길이다. 오르고 내리고 타박타박 걷다 보면 5-2코스에 비해 지루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람과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아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루한 아이는 금방 지쳐했고 어깨가 축축 늘어졌다. 아이를 달랠 엄마의 한 마디. "조금만 가서 아이스크림 사 먹자~"


낙성대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공원 가게로 들어갔다. 이 가게에서는 자전거도 대여해 주는지 자전거를 빌리려는 아이들이 줄을 섰다. 이런 날에는 '쭈쭈바'를 먹어야 한다는 아내의 주장에 셋이 다 쪽쪽 빨아 먹는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야외 의자에 앉았다. 고요한 숲속을 거닐다가 가까운 도로에서 들리는 차량들 소리를 들으니 무척 시끄럽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피곤도 몰려오는 기분이다. 아내는 이내 쭈쭈바 빨면서 걷자고 우기기 시작했고 나이 마흔 넘은 중년의 배나온 아저씨가 쭈쭈바 물고 다니는 참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낙성대(落星垈), 별이 떨어진 자리. 이곳에는 사당이 있는데, 사당의 주인은 고려시대의 무장 강감찬 장군이다. 이곳은 그가 태어난 터라고 한다. 그가 태어날 때 별이 떨어져서 이곳 이름을 낙성대라고 지었다. 강감찬 장군은 고려 현종 때 쳐들어온 거란(요나라)의 대군을 물리친 귀주대첩이 유명하다. 84세까지 살았고 무신으로는 우리나라 3대 대첩(을지문덕의 살수대첩, 강감찬의 귀주대첩, 이순신의 한산도대첩)의 하나인 귀주대첩을 이끌었으며, 문신으로도 고려 때의 최고위 관직인 문하시중까지 올랐으니 그에 대한 신화적 이야기들이 숱하게 많이 내려오지 않을 수가 없다. 출생 설화에 대한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전해져 왔던 것일 거다. 옛이야기에서는 왕마저도 그를 구국의 영웅으로 떠받들었던 이야기가 나온다. 


강감찬이 3군을 거느리고 개선해 포로와 노획 물자를 바치니 왕이 친히 영파역(迎波驛)까지 나가서 맞이하는데 채붕(綵棚)을 맺고 풍악을 치며 장병들을 위해 연회를 배설했다. 왕이 금으로 만든 여덟 가지의 꽃을 손수 강감찬의 머리에 꽂아 준 후 왼손으로는 강감찬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축배를 들어 그를 위로하고 찬양해 마지않으니 강감찬은 분에 넘치는 우대에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사의를 표시했다.

- 《고려사》 권 94, 〈열전〉 제7, 강감찬


걷기 여행이 여유 있게 걷는 건 좋은데, 낙성대 안을 두루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여유롭지 못했다. 아이와 함께 걷다보니 걷는 속도는 많이 느렸고, 다른 길로 빠져서 힘과 시간을 쓰는 게 어렵다. 낙성대안 강감찬 장군의 사당까지도 가보지 못하고 다시 옆길로 들어가 서울 둘레길을 마저 걸었다. 


▲ 출발 전 한껏 신난 아이


▲ 선풍기도 목에 걸고... "아빠, 이 길 맞아?"


▲ 걷기에 빠진 아내. 좁은 길에서는 아내가 앞에 서고 뒤에 아이가 서고 내가 맨 뒤에 서서 걸었다.


▲함께 걷는 엄마와 딸


▲ 도로에서 옆길로 빠져 산길로 들어섰다.


▲바닥에는 나무에서 나온 꽃잎들이 잔뜩 떨어져 있다. 


▲가면서 나무도 한번씩 만져 보고...


▲ 5-1코스는 관악산의 북사면을 걷는 길로 조용하고 고즈넉한 산길이 대부분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잎이 땅을 뒤덮었다.


▲봄이 한창 무르익어 가는 5월의 하순


▲낙성대에 들어섰다.


▲낙성대 안국문 앞. 여기서 둘레길은 안국문 안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른편 길로 빠진다.


많이 쉬었다 걸어서 그런지 아이는 더 힘들어 했다. 낙성대를 지나 다시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산길이다. 이런 길이 관음사까지 이어진다. 낙성대에서 다시 산길로 들어서자 하얀 꽃잎들이 하늘하늘거리며 떨어진다. 낙화(落花). 오후의 햇살 사이로 떨어지는 꽃잎들이 반짝거린다. 떨어지는 꽃잎을 맞으며 하얀 꽃길을 걸으니 다른 세상에 온듯하다. 숲은 계절에 따라 바뀌고 자연은 오묘한 조화 속에서 자체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우린 그저 바라보고 느끼면 될 뿐. 숲이 주는 따뜻한 선물에 마음이 녹아든다. 


쉴자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우리 세식구 누울 돗자리 깔만한 공간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5-2코스의 그 소나무 숲이 흔한 게 아니다. 낙성대 이후 이어진 길에서는 그리 오래지 않은 여러 잡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간신히 좁은 터를 발견하고 김밥을 먹고 간식을 먹으며 허기를 잡고 다리를 쉬었다. 아이의 생명력은 팔닥팔닥 거리며 다시 살아나 재잘거리기 바쁘다. 잠깐 누워서 숲의 공기와 바람을 느껴 보는 우리만의 의식도 가졌다. 


낙성대에서 이어진 숲길은 다시 관음사까지 줄곧 이어진다. 산중의 절이 다 그러하겠지만 고즈넉하고 조용하다. 큰 절이 아니라서 그런지 일요일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다. 절 중앙에 샘이 나오는데, 보기에도 시원하고 맑은 물이 졸졸 흘러내린다. 한모금 들이키고 다시 절을 본다. 관음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관음보살을 모시는 사찰이다. 관음보살(觀音菩薩)은 '중생의 소리를 본다'라는 뜻으로 중생이 말하는 소리를 보고 구제한다는 말이다(용어풀이). 불교를 믿는 것은 아니나 무릇 베풀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상대의 말을 듣고 눈을 맞추어야 하는 법이니, 관음보살의 존재가 그것을 알려 준다. 사람이 살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얼마나 잘 듣고 이해하려 하는가. 가까이 자신의 남편이나 아내, 부모나 아이, 형제자매의 말도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의 그런 답답함이 관음보살에 투영되었던 것이 아닐까. 우리 가족은 관음보살 앞에서 각자의 기도를 마음 속으로 올렸다. 사람들의 간절함은 통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지쳐서 어깨가 처진 아이


▲힘들어 하는 모습. 지난번보다 구간은 짧았지만 전날에 이어 이날도 많이 걷다 보니 힘들어 했다. 


▲ 떨어지는 꽃잎, 산길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하얀 꽃잎들이 뿌려져 있었다.


▲산 중턱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 다시 손 꼭잡고 힘내서 걷는다.


▲ 누워서 발을 모아 보자. 애쓰는구나. 


▲ 무당들이 제를 올리는 작은 동굴


▲기운내서 씩씩하게 걷는다. 


▲숲길 곳곳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봄꽃들


▲관음사


▲관음보살. 남성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여성이라는 것이 주요 학설이다. 


▲저 바가지들은 치우고 찍을 걸 그랬다.


▲맑은 물이 흘렀다. 한 모금 마실만 하다. 


▲300년된 느티나무가 절 한 가운데에 있다. 큰 나무가 있는 집은 얼마나 편안한가.


▲사당역으로 가는 주택가 화단에서 만난 꽃. 참 예쁘고 신비로롭다. 꽃잎이 안과 바깥에 따로 있다. 





우리가 걸어온 거리

 - 이날 걸은 거리: 5.8km  

 - 올해 걸은 거리: 12.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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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와 걷다               

걷는 걸 좋아했다. 결혼 전 아내도 나도 많이 걸어다녔다. 아니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렇게 돌아다녔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육아의 책임이 주어지면서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어디를 돌아다니는 일은 여행 준비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 조금만 걸어도 다리 아프다, 벌레 무섭다, 졸립다 그러며 안아달라 업어달라 하니 돌아다니는 일도 어렵다. 게다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풍광이나 경치를 찾는 것도 어렵고, 아이의 취향이 담긴 여행길도 찾기가 쉽지 않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데리고 가는 일도 있지만, 잠깐 둘러보다가 실증을 내는 일이 잦았다. 놀이가 필요한 아이에게 그곳은 지루한 장소였던 것이다. 

"아이가 언제쯤 우리랑 같이 돌아다닐 수 있을까?"

우리 부부는 가끔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게 엊그제 같더니 어느새 아이는 이만큼 자라 엄마아빠보다 저 앞에서 걷고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둘레길을 걸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얼마전 일이다. 회사 동료들과 남산 둘레길 일부를 걸을 때 아이를 데리고 함께 걸었는데, 제법 잘 걸었다. 자신이 생겼고, 이제 어느 정도 걷기 여행은 가능하겠다 싶었다. 다양한 풍경과 경치를 만나는 것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벌레에 대한 무서움증도 어느 정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스스로 업어달라거나 안아달라고 하지 않고, 옷자락에 매달리지 않는다. 돌길을 오르는 걸 좋아하고 바위타기를 신나한다. 숲길을 발랄하게 걷기 시작해 나무들 사이로 들리는 새소리 바람소리에도 놀라지 않는다. 


그래서 걷기로 했다. 5월 14일, 우리 가족은 걷기 여행의 첫발을 내디뎠다. 



2. 우선 서울부터...          

아직 차멀미를 하는 아이때문에 멀리 가는 건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은 서울부터 시작했다. 아내가 관악산을 찍었고, 내가 코스를 잡았다. 서울 둘레길 5-2코스로 석수역 출발해 서울대 정문까지 이어진다. 관악산 정상으로 오르진 않고 산 주변을 걷는 길이다. 


가벼운 옷차림에 웃옷을 하나 더 걸치고 집을 나섰다. 처음 걷는 길이라 길찾기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코스 안내가 잘 되어 있다. 석수역에서 나오자 마자 만난 둘레길 안내판이 반갑다. 자주 등장하는 안내판은 둘레길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었고, 아이와 함께 보면서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에 대해 가늠해 보기도 했다. 역사나 유래가 있는 장소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 있다. 미리 알고 간다면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석수역에서 출발하는 관악산 초입에서는 김밥 등 간식거리를 살 수 있는 곳이 많으니 미리 준비하지 말고 여기서 사는 것도 좋다.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밥집이나 주점도 있는 듯하다. 만일 석수역이 하행길이라면 여기서 막걸리 한잔 하는 것도 또한 즐거운 일일 것이다. 


  



이곳 둘레길에서 먼저 만나는 길은 '호압사 산책길'이다.산책길은 완만한 산행길로 호압사에서 석수역까지 이어진 길을 이른다. 약 3.7km구간으로 5-2코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산책길에서 다양한 숲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사람들의 산에 대한 기원과 바람도 곳곳에 남아 있다. 신선길이 대표적이다. 신선길에는 많은 돌탑과 산성이 있다. 특히 호압사 입구에서 시작해 호압사 폭포까지 연결된 나무데크의 '호암늘솔길'은 정말 편하고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물론 인공적인 나무데크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은 그 옆길의 자연숲길을 걸을 수도 있다. 아내는 일부러 자연숲길을 걸었다. 


 

우리는 잠시 나무데크에서 떨어져 소나무숲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솔잎이 가득 뿌려진 평평한 곳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 나무 사이를 오가는 새들의 지저귐 소리도 듣고, 아이들이 숲속을 뛰어다니는 소리도 들었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멀리 있는 호압사에서 나오는 불경 읽는 소리가 은은했다. 무엇보다 바람부는 소리가 좋았다. 아이는 '토토로'에서 고양이버스가 지나갈 때 나는 소리라며 반가워한다. 이 시간이 정말 좋다. 셋이 나란히 누워 숲속의 공기와 햇살과 바람을 온전히 받아 안고 있다.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다. 


  


30분 정도 쉬고 다시 길을 나섰다. 곧 잣나무 산림욕장을 지났고 호압사 절이 나타났다. '호압(虎壓)'은 호랑이를 누르다(제압하다)'라는 뜻으로 호랑이 기운이 가득한 호암산의 기를 눌러 한양을 편하게 하기 위해 지어진 절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와 관련한 설화이다. 그중 한 대목을 옮겨온다.


"저희들은 의심을 풀 길이 없사와 힘센 장시들을 뽑아서 그들과 함께 지난 밤엔 궁궐의 일터를 지키고 있었사옵니다."
"그래서?"
"부엉이가 울고 난 뒤였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 한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괴물이라, 그래서?"
"소인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반은 호랑이요 반은 그 형체조차 알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나서 저희들이 낮 동안 세워 놓은 건물을 마구 부수는 것이었습니다."  
- 호압사의 전설(출처: 호압사 홈페이지)


전설에 따르면 당시의 수도 한양을 향하는 호랑이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호압사가 건립되었다고 한다. 풍수사상과 토템사상이 어우러진 이야기이다. 한나라의 기틀을 잡는 데는 여러 어려움들이 있다. 그것에 대처하기 위한 간절함이 묻어 있다. 절의 역사를 상징하듯 500년된 느티나무가 우리를 맞았다. 큰 나무를 보면 고개를 들어 넓게 퍼진 가지 끝을 쳐다본다. 넓게 드리워진 나무와 굵은 몸통 여기저기 갈라져 떼운 모습에 세월의 흔적이 드리워져 있다. 




호압사에서 관악산 정문까지는 서울시 테마 숲길인 '도란도란 걷는 길'이다. 이 길 중간에 삼성산 성지의 세 외국인 신부에 대한 이야기는 '기해박해: 1839년에 일어난 제2차 천주교 탄압' 을 담고 있는데, 참으로 끔찍한 사건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말도 안되는 명분으로 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당시의 천주교는 지금의 빨갱이처럼 입에 올려서도 안되고, 함부로 집안에 들여서도 안되며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되는 금기어였다. 집안을 풍비박산내고 처참한 죽음으로 이끄는 그 과정에 권력의 치졸하고 비열한 음모가 있었다. 종교와 사상의 자유는 이렇게 많은 피가 뿌려지면서 이 시대의 확고한 이념이 되었다. 억울함은 씻겨졌을지 모르나 역사는 남아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삼성산 성지를 지나 조금만 더 가다보면 작은 바위들이 있는 곳 옆을 지났다. 바위를 오르는 걸 좋아하는 아이를 따라 조금 오르니 서울대 건물들이 보인다. 넓은 교정을 아이에게 보여 주며 저게 다 하나의 대학교라고 설명하니 눈만 깜빡인다. 그나마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인데도 2학년 한 반이 5개반밖에 없으니 저 큰 교정이 실감이 나지 않는 것.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라는 건, 단순히 복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아이의 꿈이 아닌 어른의 꿈을 투영시키는 그릇된 욕망 등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서울대 입구로 내려가는 마지막 길에는 길게 늘어선 장승들을 만날 수 있다. 온갖 모습들을 한 장승들이 관악산에서 서울대로 이어지는 길을 지키고 있나 보다. 어떤 장승은 입안에 건빵이 들어 있다. 산행객들이 장난스럽게 올려놓았나 보다. 우리 가족은 그 모습을 보면서 함께 웃었다. 그렇게 유쾌하게 이날의 걷기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3. 첫 도보 여행의 소회              

약 6.9km의 길을 걸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었고, 작은 오솔길도 있었다. 걷기에 편했던 길이다. 이날 걸은 걸음은 약 18000걸음이다. 1시 10분 석수역에서 출발해 5시 10분 관악산 입구를 나왔다. 쉬엄쉬엄 놀면서 가다보니 4시간 정도 걸렸다. 아이는 제법 잘 걸었고, 걱정하던 아내도 매우 즐거워했다. 기분좋은 피곤함이 배였다. 서울대입구역 근처 감자탕집에서 소주와 감자탕으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일요일 집에서 보내다보면 오후부터 못내 아쉬움이 깊어지곤 했는데, 이날은 뿌듯함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붙었다. 아내는 꼭 서울둘레길을 완주하자고 한다. 우리 가족의 첫 목표가 생겼다. 





우리가 걸어온 거리

- 이날 걸은 거리: 6.9km 

- 올해 걸은 거리: 6.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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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9시 사이. 학교나 회사로 나가는 사람들로 거리와 버스, 지하철이 북적인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볍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출근 시간을 아끼려고, 또는 늦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서두른다. 아침부터 세상이 부산한 이유다. 마음이 바쁘면 여유도 없다. 출근길에서 인상 찌푸리며 실랑이 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별 시덥지 않은 일들로 욕이 오가고, 고성이 난무한다. 오늘 아침에도 멱살잡이 하는 두 남자를 지하철역에서 만난다. 아침부터 세상은 치열하게 움직인다. 


학교에 가는 일을 등교(登校)라고 한다. 여기서 등(登)은 '오르다'의 뜻을 가진 단어인데, 이 글자의 자형은 오랜 옛날에 쓰던 그릇의 모양에, '걷다, 가다'의 의미를 지난 '필발머리 癶'를 두르고 있다. 제사에 쓰는 그릇을 높은 곳에 올려 놓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등(登)'은 제사나 제의처럼 숭고한 의미를 담긴 말에 많이 쓰인다. 등선(登仙,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감), 등단(登壇, 연단 또는 교단에 올라감, 또는 문단 등 특수한 사회 분야에 처음으로 나타남), 등극(登極, 임금의 지위에 오름) 등에 이 '登'이 쓰인다. 학교에 가는 일은 숭고하고 의미 있는 일인 것이다. 



▲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본 '등교'와 '출근'. 등교는 밝고 즐거운 이미지가 많고, 출근은 어둡고 바쁜 이미지들이 많다.



반면 일하는 가는 것을 '출근(出勤)'이라고 한다. 여기서 출(出)은 '나가다'의 뜻을 가진 단어인데, 글자의 자형은 식물의 싹이 땅위로 돋아다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자신의 근거지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출사(出仕, 벼슬을 하여 관직에 나아감)', 출병(出兵, 군사를 내 보냄), 출간(出刊,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것) 등이 있다. 즉, 출근(出勤)은 일을 하기 위해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얼마나 치열할까. 버스와 지하철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니 당연히 치열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위태롭고 걍팍한 인생들인가. 


출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고 고된 일이다. 따라서 견뎌야 한다. 막 땅 위로 솟은 새싹이 나무가 되기까지는 더 많은 인내와 고통이 필요한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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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절대 버리세요."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세요."

이제 초등 1~2학년쯤 되는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걷는다. 담벼락에 있는 글을 읽는다면서 반대의 의미로 읽어낸 것이다. 요즘에는 1학년 들어오기 전부터 한글을 익히고 들어온다고 하니 쓰인 글을 반대로 읽는 수준이야 놀랄 일도 아니다. 그래도 하는 모양새가 어른들이 들으면 한마디 할 성싶다. 

막 글을 읽기 시작할 때는 간판이나 표지판의 글을 한 글자씩 읽어가면 부모들의 칭찬세례를 받아 우쭐했겠지만, 이제 그런다고 해서 칭찬할 수준이 아니니 반대로 재미와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들의 묘안이 바로 반대로 읽기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이제 사물이나 현상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해석을 덧붙이려는 고집과 저항이 시작되는 나이다. 여전히 귀신과 유령, 산타클로스와 요정을 믿는 정신세계 한 구석에서는 모험을 떠나는 피터팬의 도전과 저항 정신이 싹트는 것일 게다. 

스스로 지어낸 말에 까르르거리며 학교로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오늘 아침의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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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촛불 집회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외워지다시피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출처: http://raccoonenglish.tistory.com/2786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며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이라는 명제이다. 지금의 위기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사람들은 헌법 1조를 통해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헌법 조항의 모태는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헌법은 사회 과목에서도 종종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근대 국가의 가장 모범적인 헌법이라고 배웠다. 과연 그럴까?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 헌법 조항을 뜯어고쳤다. 그 이유는 이 헌법 조항으로 인해 나치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비판적 성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독일은 헌법 조항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아래와 같이 바뀌었다. 


(1)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 권력의 책무이다.

(2) 이에 독일 국민은 세상의 모든 인간공동체와 평화 및 정의의 기초로서의 불가침이고 불가양인 인권에 대해 확신하는 바이다.

(3) 이하의 기본권은 직접 효력을 가지는 법으로서, 입법과 집행권력 및 사법을 구속한다.


독일의 기본법 제1조의 내용이라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탄생한 바이마르 헌법은 전쟁을 막기는 커녕 다시 제2차 세계대전을 나은 나치당을 만드는 모태가 되고 말았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의무와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위키백과에 제시된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에 대한 설명의 내용 일부이다. 


기본권을 나열하기만 했던 바이마르 헌법과는 달리, 독일기본법에서는 '국가의 목표'를 정하고 있다. 그 목표란 인간의 존엄성으로, 독일기본법 제1조 제1항(1 GG)에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독일기본법 제20조에서는 독일 연방공화국의 정체와 주권, 권력분립, 국가의 일반원칙을 규정하였는데, 바이마르 헌법과 달리 독일기본법 제20조 제4항에서 "이러한 질서의 제거를 감행하는 이에 대하여, 다른 대응수단이 가능하지 아니한 경우, 모든 독일인은 저항할 권리를 가진다."고 별도로 저항권을 명문으로 규정하여 나치 정권에 의해 일어났던 헌정질서 파괴를 방지하려 하고 있다. 

출처: 위키백과_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개헌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출처: http://www.sportsworldi.com/content/html/2016/10/24/20161024003085.html


최근 개헌 이야기가 한참이다. 허나 지금의 논의는 정치 시스템에 매몰되어 있다. 대통령 중임제니, 내각제니, 결선투표제니 하는 것들은 결국 국민주권을 어떻게 대변할 것이냐의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위기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외력이냐 내력이냐를 따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성숙한 성찰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해 그것을 해결해 나가려는 시도이다. 대한민국의 위기는 단순히 정치 시스템의 변화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위기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욕망 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에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지키고 보존해 가기 위한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것이 박근혜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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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양이의 걸음걸이처럼 

밤이 오고 하루가 저물고 있습니다. 

여름의 잔영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겨울이 온다해도 상관 없습니다. 

바람부는 생의 골목을 돌아와 

나는 언제나 그대를 알아볼테니


큰 길가의 언덕은 황갈색으로 변했고

마을엔 쓸쓸한 저녁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런 저녁이 찾아와도 괜찮습니다. 

어둠 속으로 걸어내려가 

나는 언제나 당신을 알아볼테니


어떤 순간이 온다해도 

어떤 계절이 온다해도 

나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언제나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노래의 일부 가사만 번역된 것으로 KBS FM '세상의 모든 음악'에 나온 내용을 옮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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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강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것은 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 보고서나 연구 과제를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초에 나온 평가원 보고서-"교과서 완결 학습 체제 구현 방안 탐색(RRT 2014002)"도 자기 주도 학습을 위한 교과서 연구 결과물이다. 


교과서 완결 학습이란 말이 맞는 말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여전히 교과서 중심주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교육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지만 교육에서 교과서가 가지는 가이드라인을 최소한으로 하고 그밖의 것들로 교육을 채워야 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방향은 틀리지 않은 듯하다. 


이 보고서에서 나온 교과서 완결 학습을 지원하는 교과서의 구성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과서는 핵심 성취 기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분석과 수업에 대한 설계를 고려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교과서는 학교급과 교과의 특성에 적합한 자기 주도적 학습 요소를 적용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셋째, 교과서는 교과서가 사용되는 맥락, 즉 교사와 학생 특성에 따른 수업 상황과 교육 여건을 고려하여 구성하여야 한다. (중략) 교과서 완결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교과서에는 필수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며 그 내용은 '학습자의 인지 자극', '학습자의 사고 과정 점검', '교사와 학습자의 상호 작용 유도'이다. 


이보다 먼저 나온 연구보고서 - "자기 주도적 학습 지원 교과서 일반 모형 개발 (CRT 2013-5)"에서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교과서의 구현 방향을 제시하였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교과서의 구현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목표를 분명히 제시해 주는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능력을 습득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교과서이다. 둘째,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야 할 ‘방법’을 알려주는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스스로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는 교과서이다. 셋째, 학습하고 싶은 내적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학습하고자 하는 욕구를 유발하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교과서이다. 넷째,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싶은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학습에 관한 내적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교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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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같이 일하게 된 신입사원이 오늘 졸업식을 한다. 

하루 휴가를 받은 신입사원에게 축하 인삿말을 문자로 남기려다가 

아예 장문의 글을 남겼다. 

앞으로 풋풋한 새내기 신입사원의 직장 생활을 응원해 본다. 



사진 출처: 플리커 @Luftphilia 





*** 씨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젊은날의 졸업식이 떠오릅니다. 

IMF의 여파로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서 간신히 작은 신문사에 취직했었죠.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청춘들이 사회에서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게 녹녹치는 않습니다.

그래도 *** 씨는 운이 좋습니다. *** 씨를 얻은 우리도 운이 좋습니다. 

좋은 운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봅시다.

*** 씨에게 지금의 일이 그냥 '업'이 될지, 

아니면 하늘이 내게 준 '명'이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학생의 신분을 벗고 책임지는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자기 몫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세요. 그럼 언젠가 세상이 당신의 가치를 알아볼 것이고, 

하늘이 당신을 알아볼 것입니다.

오늘 하루 같이 동고동락했던 학우들과 함께 학창시절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시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 씨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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