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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예상했던 장해를 만나도 당황스럽지만, 예상치 못한 장해를 만나면 중도에 여행을 계속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저 역시 한라산 등반 이후 예상치 못한 다리근육통으로 여행을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등반할 때 쓴 다리근육과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의 근육이 서로 다른 것 같더군요. 자전거 페달을 밟고 갈 때는 고통이 걸을 때만큼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행은, 특히 혼자 가는 여행은 수많은 자기연민을 불러일으키고 감상에 빠지게 하면서 스스로 회의에 빠져드는 일이 잦아집니다. “내가 이 짓을 왜 하나” “집에 가고 싶다” “애인이 보고 싶다” 등등 별의별 생각이 나를 유혹합니다.


여행의 준비과정부터 마음가짐을 잘 새겨넣는 것이 중요하듯이 여행 중간 위기의 순간에도 다시 한번 마음가짐을 제대로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끝까지 해보겠다는 각오와 보다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진다면 목표에 도달하는 정상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여행의 중간정도를 지나는 시점에서 일정이나 경유지 변경은 그중 하나일 뿐이고, 중량을 줄이기 위해 우편으로 안 쓰는 짐을 보내는 것도 좋겠죠.


여행은 온전히 자기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무엇보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즐겁고 기쁠 때는 잘 모르지만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나의 치부는 내 앞에 드러나게 됩니다. 이때 그것마저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끌어안고 갈 수 있는 힘, 그것이 자기애가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후회를 하고 자괴에 빠지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좌절을 고통스러워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인간이며 그것이 바로 자기자신일 때, 그럴 때 생기는 자기연민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것, 그것이 자전거 여행이 아닐까요.


여행 중 하루하루 자신을 돌아보고 기록한다면, 먼훗날 자랑스러운 자신의 모습으로 기억될 역사의 한페이지가 있음을 뿌듯하게 여길 때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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