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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반에 일어났다. 민박집 주인아저씨에게 대략적인 한라산 등반코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아저씨가 소개한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제주도의 흑돼지가 유명한데, 그 집의 김치찌개에는 그 흑돼지 고기를 사용한단다. 아주 맛있었고 가격(4천원)도 만족스러웠다.


터미널에서 성판악가는 시외버스에 올랐다. 버스로 약 30분 정도면 성판악까지 간다. 오늘은 수능일이라 그런지 아침시간의 버스가 한산하다.


한라산은 긴 등반코스로 인해 성판악 매표소에 오전 9시 전에 입장해야 등반이 가능하다. 8시 반경에 성판악 매표소에 도착 45분 정도에 입장했다. 내 손에는 카메라와 아저씨가 준 감귤 6개만 들려 있었다.


성판악 코스에서 진달래밭까지는 비교적 평탄하며 잘 만들어진 길이다. 누구나 쉽게 오르며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 길로 올라갔다가 이 길로 내려온다. 이번 한라산 등반이 나로서는 두 번째지만 오르는 길은 예전과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산길을 관음사 코스로 잡았다. 민박집 아저씨의 적극적인 추천이 그 이유다.


어쨌든 오르는 길은 매우 여유 있게 올랐다. 길이 평탄하고 조용히 걷고 싶은 마음에 다른 관광객들이 앞지를 수 있을 만큼 천천히 걸었다. 적어도 진달래 밭까지는 숲을 거닌다는 기분으로 올랐다. 진달래밭에 도착하니 11시가 약간 넘었다.


진달래밭 산장에서 정상까지는 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상에 오르니 백록담이 보였다. 2002년엔가 2003년에 올랐을 때는 백록담이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이내 구름속으로 숨어버렸는데 오늘은 구름 한점 없다. 훤히 드러나 있는 백록담 바닥에는 물이 거의 없었다. 그저 바닥이 좀 젖어 보이는 정도. 그러나 엄청난 분화구의 크기와 그 주위 봉우리들이 이루는 장관은 힘들게 오른 피로를 위로하는데 더없이 멋진 풍경이었다. 게다가 엄청난 바람 때문인지 정상 곳곳에는 얼음꽃이 가득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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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은 처음 가보는 관음사코스로 낯선 길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다시 성판악으로 내려갔지만, 일부 사람들만 이 길을 선택했다.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타난 한라산의 숨은 비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관음사 코스의 눈꽃도 화려했다. 바위에도 눈이 얼어붙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산길은 너무 지루했다. 올라가는 길은 짧았지만 내려가는 길은 무척 길고 지루했다. 초반에는 볼거리가 풍부해 천천히 내려오며 즐겼지만 내려가다 보니 이건 지리산 내리막길보다 더 힘들다. 속도를 본격적으로 내어 보지만 그래도 3시간이 걸렸다. 내려와서 입구에서 내려오는 보통사람의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지도를 보니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다. 자전거로 단련이 됐지만,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오늘도 점심을 거르고 감귤 3개로 버티며 내려온 것이다. 관음사 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은 3시 반정도. 여기서 버스타는 곳까지 또 3.5km를 가야 한단다. 민박집 아저씨는 히치를 하라고 하는데, 잘 잡히지도 않고, 하다 보니 얼굴 얇은 나로서는 도저히 못할 짓이었다. 작정하고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니 신비의도로(일명 도깨비 도로)가 나온다. 여기도 일련의 관광객들이 몰려 구경하느라 어수선하다. 한 35분 정도 걸어 내려와 버스 타는 곳까지 오니 시간은 4시.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지만, 한라산 여행은 무사히 마쳤다.


내일은 아침 9시 배를 타고 완도로 떠난다. 그리고 땅끝마을까지 간 후 해남쪽으로 달릴 예정이다. 해남까지 가기는 좀 먼 거리다. 아마 땅끝마을 어딘가에서 하루 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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