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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 10점
강양구 지음/뿌리와이파리




지난여름이었다. 냉장고가 고장 났다. 전원은 들어가는데, 냉장고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일부 오래된 음식은 이미 썩어갔다. 냉장고 음식들 중에서 중요한 음식들은 김치 냉장고로 옮겼다. 음식들을 옮기면서 느낀 것은 냉장고에 쌓아 둔 식재료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다. 집안에서 그렇게 음식을 많이 해 먹지 않는데, 이 많은 식재료들은 왜 여기 쌓여 있는 것일까. 정작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 일부는 냉동실에서도 썩어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 회사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도시락을 드시는 분들의 반찬도 있고, 야식용으로 먹다가 남은 음식들도 냉장고로 들어간다. 냉장고는 미어터질 것 같고, 이상한 냄새도 난다. 매번 자기 음식을 정리하자고 하지만, 정작 넣어둔 사람들도 잊어버려서 매번 대대적인 정리를 해 음식을 버려야 한다. 냉장고가 작아서 그런다는 사람도 있지만, 커진다고 이런 일이 없어질까?

냉장고만 그럴까? 아니다. 전 세계의 식량운용을 보면 더 아이러니하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은 전 세계인이 골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 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영양과잉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지구 한편은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식량 생산을 위한 과학기술이 발달한 지금, 우리는 왜 이런 세상의 고통을 목격해야 할까?

이제는 집집마다 있다는 자동차 이야기를 해볼까? 요즘 나오는 자동차 중에는 최고 300km까지 달릴 수 있는 엔진을 장착했다고 하지만, 출퇴근 도심의 자동차 평균 속도는 15km 내외라고 한다. 옛 문헌에 따르면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 마차의 속력이 시속 17km였다고 하니 우리는 지금 마차를 타는 것보다 느리게 도시를 달리고 있다. 또 나는 자전거로 출근할 때 회사까지 약 16km의 거리를 한 시간 안에 간다. 자동차와 비슷한 셈이다. 그래도 자동차인데, 도심이 아니라면 더 멀리 더 빨리 갈 수 있는 자동차가 좋은 게 아니냐고 한다면 다음 이야기를 해 보겠다.

서울에서는 한 여름이면 창문을 열어놓기 어렵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켜야 한다. 시골 바람과 서울 바람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시골 바람은 논두렁을 내달려와 대나무 숲을 지나 대청마루로 올라오지만, 도시 바람은 공장 굴뚝의 연기를 품고, 자동차 배기가스를 지나, 열로 한참 달궈진 아스팔트와 시멘트 건물을 타고 올라온다. 여름이라지만 창문을 꽁꽁 닫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기오염이 가져온 결과다. 최근의 대기오염의 주범이 자동차인 만큼 자동차가 좋을 이유가 없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 삶에 다양한 불편을 주고 있다. 편리만을 추구하다 빚어진 모순이다. 더군다나 잘못 사용된 과학기술은 차별과 전쟁, 파괴에 활용된다. 그러기 때문에 과학기술은 단순한 편리를 넘어 인권과 평화, 환경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도 들어오면서 과학기술은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저버리고 자본의 이익에만 종사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황우석 사태에서 보이듯이 돈이 된다면 기꺼이 거짓과 왜곡을 벌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과학기술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된다고 하니 그것을 묵인해야 한다는 대중의 의식에 우리의 과학기술은 위태롭게 서 있다.

프레시안
의 강양구 기자는 오랫동안 돈에 지배되고 있는 과학기술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과학을 이야기해 왔다.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도 모두가 그를 떠받들 때부터 조용히 그 위험성과 편향성을 지적해 온 실력 있는 기자다(그가 <녹색평론> 2005년 1-2월 호에 보낸 '과학기술의 덫에 갇힌 언론'을 볼 것을 추천한다). 그가 쓴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는 주로 과학기술자를 꿈꾸는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였지만 과학기술에 관심 있는 초심자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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