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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 10점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이후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이미지를 접한다. 일상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세계 곳곳의 매체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이미지들도 있다. 전 세계에서 보내서 우리 안방까지 들어오는 이미지들이 주는 느낌은 그리 유괘하지만은 않다. 이스라엘 폭격으로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아동도 있고, 자국의 내전에 시달리다 못해 이웃 나라의 국경지대의 텐트촌에서 생활하는 아프리카의 어느 모자의 모습도 있다. 가깝게는 기아에 시달리는 북한 아동의 갸냘픈 팔다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사진도 볼 수 있다.

요즘에는 더욱 잔인한 영상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용산 참사 장면을 담은 여러 이미지들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만날 수도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 뉴스로 보여지는 영상들은 불과 한두시간 전의 영상들이 아침 밥상에 올라온 것이다. 그만큼 빠르게 그리고 더 적나라하게, 더 사실적으로, 더 현실감 있게 세상의 맨살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이미지, 즉 타인의 고통을 담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연 이런 이미지는 언론들의 먹잇감으로 사냥이 되어 스펙터클의 감각을 자극하는 소비재일 뿐일까? 이제는 너무나 닳고 닳아서 감흥이 오질 않는 진부한 흥미거리일 뿐일까?

누군가는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개입할 여지를 잃어가고 있다고 개탄한다. 누군가는 우리의 가슴이 너무나 닳고 닳아서 이제 석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슬퍼한다. 그런걸까? 정말 나와 당신의 가슴은 그렇게 차갑게 얼어붙어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수전 손택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지들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하면서, 지금의 이미지들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연민이라는 감정에 솔직하게 다가서자고 역설하고 있다.

"감정을 무디게 만드는 것은 수동성이다. 냉담한 것으로, 혹은 도덕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무감각한 것으로 묘사된 상황은 따지고 보면 감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분노의 감정, 좌절의 감정으로 말이다."

연민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수동성이 문제다. 감정은 여전히 우리에게 살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우리가 지구 저편의 고통에 대해 눈으로 보고 그친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더욱 더 절망과 좌절로 이끄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귀기울이고, 그 고통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고통을 목도한 사람의 의무다. 

"특권(타인의 고통을 이미지로 보는 것)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우리가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쌓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 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 <타인의 고통>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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