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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농구의 발견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1.09.15 10:23


- 9월 14일 밤 7시 30분 -

"괜찮으세요?"
"으... 다리에... 다리에 쥐가 난 거 같아요?"
재빨리 그의 신발 앞코를 위로 꺾고 무릎을 아래로 눌러 다리를 똑바로 폈다. 힘껏 꺾고 눌렀는데도 쥐가 난 다리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빠른 대응 때문인지, 그의 다리는 곧 내 힘에 수그러들었고 그의 고통도 멎었다.
"오랜만에 뛰는 거라서 그럴 거에요."
"네, 정말 힘드네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그랬어요. 저도 첫날에는 쥐도 났고, 다음 날에는 온몸이 얻어맞은 것처럼 쑤시고 그랬죠."

- 1시간 전, 6시 30분 공덕 초등학교 실내 체육관 -

조용한 체육관에 불이 켜졌다. 사람들은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무채색과 강렬한 컬러의 운동복들이 교감한다. 가볍게 체육관을 도는 사람,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공을 꺼내며 퉁퉁 바닥에 튀어보는 사람, 모두 저마다의 몸풀기가 시작됐다. 난 스트레칭을 하고 체육관을 다양한 형태로 뜀뛰기를 한 후, 운동장으로 나가 2바퀴를 돈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농구동호회 모임은 이렇게 시작된다. 

여러 개의 농구공이 번갈아 튀는 소리와 심장의 방망이질 소리가 비슷해지면 경기에 임할 준비가 끝난다. 이날은 편집부서에서 신입직원 2명이 합류해 총 9명이 동호회에 참석했다. 먼저 3:3 반코트. 지는 팀이 떨어지는 경기. 대개는 가위바위보로 팀을 가른다. 복불복, 누구와 팀이 되든 최선을 다한다.

농구 동호회에서 개인의 실력을 상중하로 나눈다면, 나는 하급 수준이겠다. 무엇보다 야투 성공률이 너무 낮고 돌파와 드리블 능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자신있는 부분은 넓은 시야와 부지런한 공간 침투, 그리고 빠른 패스 등이다. 슛이 부정확하니 적절한 패스를 통한 어시스트에 집중하고, 드리블이 안되니 부지런히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 낸다.

어제도 총 5 경기 정도(2시간 반)를 하면서 고작 3골을 넣었다. 이전의 어느 때보다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다. 물론 점수나 승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느 경기든, 집단으로 하는 경기에서는 골보다 팀에 얼마만큼 기여하느냐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는 게 평소의 지론이었기에,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중간 정도는 했다.

3게임 정도 마무리 됐었을 때 위의 상황이 발생했다. 처음 오는 회원들은 대부분 격하게 진행되는 우리의 경기를 따라오거나,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들을 과하게 쓰면서 부상을 입거나 쥐가 나기도 한다. 평소에 운동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2시간 반 정도가 지나면 온몸에 피로감이 몰려오고, 옷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씻을 만한 장소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서 대충 씻고 옷 갈아입고 집으로 가야 한다. 밤 9시가 되서야 집으로 나서니 피곤이 이만저만이 아닌데도, 다시 동호회 모임이 오면 아침부터 운동복을 챙기는 모습이 생소하지가 않다.

일주일에 한번 하는 농구동호회 모임에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간혹 새로오는 분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예전 모습을 오버랩해보면, 지금의 내가 많이 나아지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운동의 중요성은 정작 할 때는 짐작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몸이 서서히 달아오른다.

나는 몸을 지배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다만, 우리의 몸은 언제나 관리를 필요로 한다. 단순히 몸매를 가꾸는 문제만이 아니라 정신과 육체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지점들이 많다. 농구동호회는 항상 그런 화두를 나에게 던져주는 좋은 멘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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