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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하루 전, 대략 준비물에 대한 점검을 끝냈다. 펼쳐놓고 보니 어마어마하다. 결국 수건 한 장, 츄리닝 상의는 뺐다. 대신 평상복 상의를 스웨터에서 얇은 운동복으로 대체했다. 무릎보호대도 넣지 않았다. 요 며칠간 자전거를 타면서 이상증세를 느낄 수 없었다. 물론 한달간 여행이라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필요하다면 현지 조달할 것이다. 은박깔개를 빼고 판쵸우의를 넣었다. 그리고 우비옷을 뺐다. 11월이라 비는 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달 내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비가 온다면 하루정도 여관이나 민박집에 머무를 것이다.


역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의류다. 꾸역꾸역 가방 하나를 채우고 나니 자질구레한 것들도 자리를 찾지 못해 헤맨다. 그렇게 저녁 내내 주섬주섬 챙기고 있으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쳐다보는 아버지의 눈길이 느껴진다. 날씨는 날씨대로 추워지는데 직장도 그만두고 험난한 먼길을 떠나는 아들이 얼마나 걱정이 되시겠는가.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고 나 스스로 길을 열어, 삶의 방법을 새롭게 열어가야 할 때이다. 어떤 선택도 완전한 자유의지에서 나오는 것은 드물지만, 어찌됐든 난 내 선택에 나의 온전한 자유의지를 담아본다.


후회는 없다. 길이 길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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