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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 양평

갓길은 곧 생명 



<< 아버지가 출발 전 찍어준 사진

뻔하다고 생각했던 길에서 2번이나 어긋났다. '천상 길치'라고 하지만 어쩌면 너무 자만한 건 아니었을까?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가다가 멋모르고 들어간 길, 한강이 참 작다 생각했는데, 나타나는 현수막, "중랑천 시민 걷기 대회'... 그렇다면 여기가 중랑천? 아차 어디서 잘못 들었을까.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할까.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먼저 산책 나온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서울숲쪽으로 가란다. 다시 달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서울숲은 아니다 싶었다. 다시 자전거 타고 나온 노인 일행들에게 물었다. 중랑천 직전에 뚝섬으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가다가 자전거 길을 끝까지 달려 워커힐 호텔 앞쪽으로 가란다. 양평가는 길이라며 친절히 알려주는 노인분들. 돌아가고 묻고 다시 찾아가고 하며 뚝섬길을 따라 달리기까지 30분은 놓친 것 같다. 체력은 체력대로 소비하고...


두번째로 길을 잃은 곳. 자전거 동호회 분들로 보이는 3분에게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었다. 미사리까지 가신다고 해 그럼 양평가는 길을 아시냐고 물으니 미사리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으니 그리 가는 게 어떠냐고 하신다. 속으로 '워커힐 호텔 앞을 지나쳐야 한다는데' 했지만, 3분 모두 워낙 프로 같은 느낌이 들고 길을 많이 가보신 것 같아 믿고 따라갔다. 그렇게 천호대교를 넘었다. 그러나 미사리 앞에서 공사중 팻말에 좌절. 길이 끊긴 것이다. 다시 그분들과 작별하고 천호대교를 도로 건너 워커힐 호텔 쪽으로 길을 틀었다. 야트막한 언덕길, 하지만 벌써 지쳐 있었다. 시간은 12시. 호텔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길을 묻되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 것, 목적지가 정확하게 같지 않다면 함부로 따라가지 말 것.


워커힐 호텔 앞을 지나면서 계속 이어지는 6번 도로. 가느다란 갓길은 생명선이었다. 그러나 덕소에서 잠깐 또 길을 잘못 들어버렸다. 위험하다 싶어 좀 피해간다는 것이 완전히 돌아버렸다. 사실 갓길을 처음 달리다 보니 이 길이 정말 위험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뒤에서 시속 70~90km로 달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버스와 트럭은 정말 두려운 존재다. 


 << 멀리 팔당댐이 보인다.


능내쪽으로 빠졌다. 시간이 되면 들려볼까 했는데, 초행길이니 관광은 포기했다. 새로 난 6번도로는 터널도 많아 위험하다고 한다. 구도로가 갓길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차들이 많지 않아 달릴만하다. 간간히 나타나는 언덕들이 심히 불편하지만...


양수대교를 넘어갈 때는 차들의 속력이 더욱 불붙은 것 같다. 다행히 이쪽의 갓길은 자동차 한대가 온전히 설 수 있을만큼 넓다. 최대한 길 바깥으로 달렸다. 트럭들이 지나갈 때마다 일으키는 바람이 마치 내 등뒤를 떠미는 것처럼 느껴진다. 

양평가는 갓길에서 많이 보는 것 중의 하나가 동물의 시체다. 어떤 것은 이미 흙더미와 썩여 그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다. 아무 생각없이 그 시체들을 밟고 넘어왔다. 하지만 아무리 시체라지만 밟고 지나가는 것은 그들의 죽음을 내가 또 확인하는 것 같았다. 종종 나오는 동물의 주검들을 이제는 피해간다. 그리고 잠시 그들의 안식을 빌어준다.


금성의 김현용 선배가 추천한 '들꽃 수목원'이 보인다. 역시 그냥 통과다. 멀리서만 봐도 참 예쁘게 보이는 수목원인데 안타깝다. 잔인한 오르막길이 나온다. 딱 한번 걸어서 올라가고 다시 내려가는 탄력을 이용해 한번에 올랐다. 조금씩 요령이 붙는다. 하지만 어느새 근육에서는 이상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느낌 쥐나기 전의 그 징조다.


10lkm 정도 남았다. 정말 힘들다. 시간은 3시. 한 한시간 달려야 하나? 가다보니 시내가 보인다. 다 온 것이다. 시내 들어가기 전에 홍천-횡성 가는 길이 갈라진다. 내일은 이길로 해서 횡성까지 가야 한다. 어떤 언덕이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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