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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8.

안양천변에 있는 구일역 밑으로는 철교를 지나는 전철의 덜컹거리는 소리와 김포공항을 찾는 비행기들이 고도를 낮추면서 지르는 엔진음으로 시끄럽다. 거기에 급하게 꺾이는 도로에서는 간간히 체인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자전거들이 합세한다. 두 소음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지난 토요일 저녁에는 달랐다. 여러 소음을 뚫고 응급센터와 통화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가족과 함께 토요일 저녁 집을 나서 철산상업지구까지 안양천변 길을 따라 산책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구일역 철교 밑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이미 4~5명의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 주변에서 그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고, 일부는 응급센터와 통화를 하는 듯했다. 나도 도울 것이 있을까 해서 다가갔지만 별다른 의료 지식이 없으니 그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쓰러진 사람은 40대로 보였고, 의식은 없었지만 불규칙적인 호흡을 보였다. 외상의 흔적도 없었다. 심장이나 뇌 기능 이상으로 인한 쇼크가 아닐까 의심해 보지만 그렇다해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처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이미 사람들이 그를 반듯하게 눕혀 놓고 있었고 머리를 받치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 역시 그가 왜 쓰러진 것인지 알지 못했다. 쓰러진 사람은 혼자 산책을 나와 일을 당한 것일까? 지나가던 사람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자전거 도로 주변이라서 일부는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에게 우회로를 안내하고 있었다. 2차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아이가 쓰러진 사람을 보고 받았을 충격을 걱정했다. 우리 가족은 서둘로 사고 현장을 떠나야 했다. 우리가 떠나 집으로 향하는 길에 구급차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아이는 애써 환자가 있는 쪽으로 손을 뻗어 안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구급차가 처음 고척교 밑으로 갔을 때 재빨리 달려가 그쪽이 아니라고 다시 안내해야 했을까? 어쩌면 그렇게 했어야 했고 그냥 지켜본 내 행동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3~5분의 차이였지만 그 시간도 그이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는 알 수 없다. 나도 알 수 없는 지나가는 사람의 선의에 내 생명을 맡겨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인적이 드문 길에 쓰러진 40대의 아저씨가 나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최초의 발견자였던 그 아저씨(계속해서 쓰러진 사람에게 말을 걸었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가 내가 될 수 있도록 좀더 용기를 낼 수 있는 삶을 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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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PM(14.4km) + 8일 AM(10.2km) 자전거 주행: 24.6km
🚲 2019년 자전거로 달린 거리: 438.0km

 

청명한 하늘에 구름이 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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