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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오랜 상처는 아프지 않아도 흔적은 남아

구상나무 구상나무 2019. 7. 24. 10:25

 

얼마전에 대학 동기들 몇몇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옛날 레코드를 틀어주는 생맥주 집에서 텅빈 맥주잔을 기울이면서도 말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옛노래를 배경으로 옛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추억에 젖어 살아온 삶의 실오라기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면서 투박하게 술상 위에 펼쳐 놓습니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죠.

나름 두루두루 동기들과 인맥이 연결되어 있어 아는 척도 잘하고 다닙니다. 동기들은, 제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로 그 수많은 연애 사건들에 휘말리지 않고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며, 누구하고도 연애를 하지 않았던(사실 못했던) 대학 생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하더군요. 청춘 남녀가 모인 대학에서 사랑에 빠지지 않은 자는 유죄죠. 그 죄의 대가를 지금 받는 건지도 모르지만...

한번 쌓인 오해는 시간이 갈수록 찌든 때처럼 점점 더 지우기 힘들어집니다. 그것이 생겼을 때 바로 지운다면 처음에는 좀 고통스러울 수 있어도 지워질 수 있죠(물론 다 그런건 아닙니다만). 하지만 대개는 그냥 지나칩니다. 잠시 안 보면 되지...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이때의 '잠시'는 '영원'과 비슷한 뜻이 되어 버립니다.

언젠가 여러 사람들이 옛 이야기들을 스스럼 없이 말하고 오래된 앙금과 오해들을 술 한잔 털어버리듯이 씻어냈으면 합니다. 영원한 눈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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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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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PM 자전거 주행: 10.3km + 23일 AM 자전거 주행: 10.1km
🚲 2019년 자전거로 달린 거리: 499.8km

😏 드디어 500km 달성이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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