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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나온 EBS 기획 다큐 프로그램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접하고 1부부터 4부까지 보았다. 총 6부작으로 5부는 '누가 1등인가' 6부는 '공무원의 탄생: 300일의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4부 '서울대A+의 비결' 편이 내게는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다. 수용적 사고를 기르며 비판적 사고를 용납하지 않는 우리나라 시험과 평가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의 교수학습자료 센터장이 서울대 성적 우수자들의 공부 방법을 조사했다. 서울대에서 2학기 이상 4.0 이상의 학점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어떻게 좋은 성적을 얻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들의 대답은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설명하시는 모든 내용을 필기한다"였다. 성적 우수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교수의 강의, 농담까지도 하나하나 노트북으로 속기한다. 속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번 요약한다. 요약한 내용을 바탕으로 핵심을 다시 정리한다. 

 

심지어 서울대에서 질문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수업에 적극적이며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졌던 학생은 매번 학점이 3.0 내외로 좋은 성적이 아니었는데, 교수학습 지원센터의 조언 - 교수님 강의실에서 하는 모든 강의 내용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했더니 시험에서 4.0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한다. 물론 그러다보니 의문을 가지거나 질문을 하는 일은 사라졌다. 

교수의 의견과 다른 생각이나 비판적 의견을 가져서는 안된다. 시험에서 요구하는 답은 교수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교수가 원하는 답을 적어야 한다. 이렇게 제시할 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서울대 A+ 학생들의 학습 비법이다. 사실 이런 공부법은 서울대 학생들만의 비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시험은 항상 이러하다. 지문이나 문제의 "지은이, 저자, 화자" 등이 의도한 바를 찾아야 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바와 일치하지 않은 내용을 골라내야 한다. 문제의 출제자가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고 내 생각과 의견을 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외국의 대학은 어떨까? 미시간 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강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이 아니라고 대답에 대부분의 학생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또한 시험의 답안지에 자신의 의견을 적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 자기 생각을 쓴다고 답변했으며 다양한 생각이 논리있게 구성되어야 하고, 그 생각이 발현되는 과정 등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미시간 대학교의 이수영 정보대학 교수는 말했다. 

한국 학생들은 교수가 하라는 대로 하면 A가 받을 거라 보고 답안을 제출하지만 대개는 B+ 정도가 나온다. 이에 의문을 제기하고 오는 학생들은 자기는 교수가 하라는대로 했는데 왜 점수가 이렇게 나온지 질문하고, 교수는 그대로 했기 때문에 B를 준 거라 답한다. 

미시간대와 서울대에서는 이처럼 시험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습관을 변화시켯다. 미시간대는 입학할 때는 수용적인 관점이 더 우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판적 관점으로 변화해 간다. 서울대를 비롯한 한국의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12년 동안 선생님이 하라는대로만 하는 수용적 태도로 성장해야 좋은 점수를 받았고, 대학에서도 그러한 태도와 습관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학생의 평균 학습 시간은 7시간 50분 공부. 공부 시간 대부분은 시험문제를 푸는 데 사용된다. 내 생각은 버리고, 저자의 생각, 화자의 생각, 출제자의 의도를 맞추는데 소비한다. 여기에 자기의 생각은 없다. '정답'의 역설, 즉 하나의 답만을 알고 있으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없다. 정해진 답은 학생들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 

한국의 피사 성적은 세계 상위권이다. 반면, 최상위 수준을 나타내는 6수준의 학생은 적다. 한국 학생들은 주어진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완벽하게 알아야 하는 훈련을 하고 그 후에는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아야 하는 단계로 연습한다. 여기서 다른 생각을 가지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제임스 헤크먼 교수(200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는 한국의 시험을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파동에 빗대어 비판했다. 실질적인 가치가 없는 것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이 튤립 파동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나카무라 슈지(201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정답을 찾는 것에 집중하는 아시아의 교육 시스템은 시간 낭비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도 답을 찾는 것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다큐가 나온지도 벌써 5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제 등을 도입했고, 수능 문제는 보다 쉽게 출제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학습자에 대한 평가의 방법과 기준에서 공정성을 이유로 시험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획일적인 정답을 요구하는 시험은 미래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정된 자원을 두고 심각하게 경쟁하는 사회 구조에서 어떻게 인재를 교육하고 평가하고 선발할 것인가는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학벌 위주의 사회 구조도 구시대적인 평가 방법을 존속시키는 원인이다. 

한국의 교육과 사회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만큼이나 따지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가야할 방향은 보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배의 진로를 선회하는 것도 쉽지 않다. EBS가 2025년 즈음 '시험 10년 후'를 다시 기획해 보면 어떨까? 2025년 우리 사회는 2015년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시험이 곧 공정의 잣대로 이용되고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인재 선발의 방법과 기준이 마련되어 시도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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