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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6시 반. 아마 태어나서 처음이 아니었을까. 도심지 고층빌딩 지하에 있는 사우나. 그러나 그곳은 복잡하다. 수면실에서는 전날 자체 통금에 걸려 집에 못 들어간 불쌍한 영혼들이 코를 골며 잠들어 있고, 부지런히 아침을 시작하는 노인네들과 어디선가 밤샘 작업을 끝내고 들어와 초췌한 젊은이들이 목욕탕 한 구석을 지지고 있었다.

난 전날 밤부터 시작된 두통에 시달렸다. 도대체 왜 갑자기 머리가 아픈 것일까. 저녁을 잘못 먹었을까?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지막 편집 작업에 신경이 곤두선 것일까? 원인도 대책도 없이 찾아든 목욕탕에 들어서면서 온갖 잡생각을 다 한다. 체중계에 올라서니 그새 72kg을 넘어서는 몸무게. 활동량이 부족하고 내내 앉아 있었으니 살이 찔 수밖에. 9월달보다 무려 4kg이 불었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체중계의 숫자를 보니 다시 열의가 불타오른다.

머리는 빠개질 것 같이 아프고, 뒷목은 뻐근한데,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일들이 있어, 41℃의 온수에 몸을 담가도 시름과 걱정은 쉽게 녹아들지 않더라. 이놈의 두통만이라도 털어버렸으면 좋으련만, 아마 OK작업이 끝날 때까지 이 두통은 나를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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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비가 그치더니,
이제는 겨울비가 내린다.
모든 낙엽들이 바닥에 바짝 엎드려
생애 마지막 목욕을 하고 있다.
온몸 가득히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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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일 새벽 늦게나 끝날까 싶다. 막바지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이 정도는 거뜬하다. 모두들 고생이다. 지금 이 글을 두들기는 시간은 11시 반이 넘은 시각, 잠시 후면 또다시 사무실에서 내일을 맞을 거다.

마침 오늘은 뉴라이트분(?)들이 친히 출판사 앞마당을 점유하며 시위를 해 주셨다. 뭐, 집회시위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니 그런 거야 어렵지 않게 봐주겠다만, 편집자들이 피땀흘려 만든 책을 그렇게 폄훼하고 다니는 것은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 생각의 미천하고 천박함에 대해 말하면 입만 아플 뿐.

아무튼 다들 고생하고 있다. 조금만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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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동백나무를 들여놨다.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잎이 축 처진게 좀 허약해 보였는데,
물을 잔뜩 주니 지금은 힘이 철철 넘친다.
무엇보다 꽃망울이 두툼한게 튼실해 보여서,
교과서가 끝날 즈음이면 붉은 동백이 환하게 피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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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원 옆 작은 공터. 초저녁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힘겹게 매달린 나뭇잎들을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가을은 어느새 저만큼 달려 나가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서울도 영하권에 들어간단다.



그 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고 짧은 산책을 하고 만난 풍경
이것마저 없었다면 이 가을은 나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하고 속절없이 흘러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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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왜 신부가 결혼식에서 너무 웃으면 안 된다는 속설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런 속설이 생긴 건, 부모님의 시원섭섭한 마음을 헤아리려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러하다 해도 여자에게만 그렇게 요구하는 건 역시 차별의 하나다.

그렇다. 누구는 결혼은 지옥으로 가는 티켓이라고 악평을 내놓기도 하고, 골드 미스, 미스터가 유행어처럼 떠도는 세상이라지만, 여하튼 아직까지 결혼은 무조건 축하하고 볼 일이고, 웃을 수 있다면 마음껏 웃어도 좋을 일이다. 20년 이상 나와 다른 세상에 살던 이성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것은 톰소여의 모험처럼, 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처럼 낭만적인 상상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웃을 때 마음껏 웃는 게 행복이다.

 

지난주에 결혼한 후배 Y의 결혼식 사진을 정리하니, 참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이 나온다. 학교 후배라서 그런지 후배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Y의 동기들은 대부분 아이 하나씩은 안고 있는 모습이다. 군대 제대 후 대학 2학년 때부터 보아왔던 후배들이 저렇게 아이의 엄마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나니 내가 곧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이고 꼬맹이들은 노란토끼가 아닌가.

 

에고고, 참 세월이 무상하게 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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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 하지만 자신의 신념의 독특함을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고 보든, 나쁘다고 생각하든. 로버트 프로스트는 말하길 숲 속의 두 갈래 길에서 난 왕래가 작은 길을 택했고 그게 날 다르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부터 여러분도 나름대로 걷도록 해라. 방향과 방법은 여러분이 마음대로 선택해라. 그것이 자랑스럽던,  바보 같던.
-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하는 말이다. 카르페 디엠. 전통과 관습에 저항하고 나의 길을 창조하고 만들어 가라. 지금 현재와 싸우기 위해 지금 현재를 즐겨라. 나는 그렇게 해석한다.

때로는 내가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할 지라도 그것이 나의 신념에서 비롯되었다면 난 당당할 수 있다. 남들의 시선이나 체면보다는 나의 독특한 상상과 생각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 자는 타인에게도 멸시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어한다. 힘들고 지치는 야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럴수록 더욱 생생해지자. 카르페 디엠, 지금을 살아가는 이유를 알고 현재의 조건과 맞서 즐겁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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