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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일 새벽 늦게나 끝날까 싶다. 막바지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이 정도는 거뜬하다. 모두들 고생이다. 지금 이 글을 두들기는 시간은 11시 반이 넘은 시각, 잠시 후면 또다시 사무실에서 내일을 맞을 거다.

마침 오늘은 뉴라이트분(?)들이 친히 출판사 앞마당을 점유하며 시위를 해 주셨다. 뭐, 집회시위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니 그런 거야 어렵지 않게 봐주겠다만, 편집자들이 피땀흘려 만든 책을 그렇게 폄훼하고 다니는 것은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 생각의 미천하고 천박함에 대해 말하면 입만 아플 뿐.

아무튼 다들 고생하고 있다. 조금만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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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동백나무를 들여놨다.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잎이 축 처진게 좀 허약해 보였는데,
물을 잔뜩 주니 지금은 힘이 철철 넘친다.
무엇보다 꽃망울이 두툼한게 튼실해 보여서,
교과서가 끝날 즈음이면 붉은 동백이 환하게 피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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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원 옆 작은 공터. 초저녁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힘겹게 매달린 나뭇잎들을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가을은 어느새 저만큼 달려 나가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서울도 영하권에 들어간단다.



그 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고 짧은 산책을 하고 만난 풍경
이것마저 없었다면 이 가을은 나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하고 속절없이 흘러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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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왜 신부가 결혼식에서 너무 웃으면 안 된다는 속설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런 속설이 생긴 건, 부모님의 시원섭섭한 마음을 헤아리려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러하다 해도 여자에게만 그렇게 요구하는 건 역시 차별의 하나다.

그렇다. 누구는 결혼은 지옥으로 가는 티켓이라고 악평을 내놓기도 하고, 골드 미스, 미스터가 유행어처럼 떠도는 세상이라지만, 여하튼 아직까지 결혼은 무조건 축하하고 볼 일이고, 웃을 수 있다면 마음껏 웃어도 좋을 일이다. 20년 이상 나와 다른 세상에 살던 이성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것은 톰소여의 모험처럼, 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처럼 낭만적인 상상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웃을 때 마음껏 웃는 게 행복이다.

 

지난주에 결혼한 후배 Y의 결혼식 사진을 정리하니, 참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이 나온다. 학교 후배라서 그런지 후배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Y의 동기들은 대부분 아이 하나씩은 안고 있는 모습이다. 군대 제대 후 대학 2학년 때부터 보아왔던 후배들이 저렇게 아이의 엄마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나니 내가 곧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이고 꼬맹이들은 노란토끼가 아닌가.

 

에고고, 참 세월이 무상하게 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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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 하지만 자신의 신념의 독특함을 믿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상하다고 보든, 나쁘다고 생각하든. 로버트 프로스트는 말하길 숲 속의 두 갈래 길에서 난 왕래가 작은 길을 택했고 그게 날 다르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제부터 여러분도 나름대로 걷도록 해라. 방향과 방법은 여러분이 마음대로 선택해라. 그것이 자랑스럽던,  바보 같던.
-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하는 말이다. 카르페 디엠. 전통과 관습에 저항하고 나의 길을 창조하고 만들어 가라. 지금 현재와 싸우기 위해 지금 현재를 즐겨라. 나는 그렇게 해석한다.

때로는 내가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할 지라도 그것이 나의 신념에서 비롯되었다면 난 당당할 수 있다. 남들의 시선이나 체면보다는 나의 독특한 상상과 생각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 자는 타인에게도 멸시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어한다. 힘들고 지치는 야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럴수록 더욱 생생해지자. 카르페 디엠, 지금을 살아가는 이유를 알고 현재의 조건과 맞서 즐겁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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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은 엉뚱한 데서 툭하니 튀어 나옵니다. 며칠전 일입니다. 늦은 야근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보통 12시를 훌쩍 넘은 시간. 그 시간이면 주점에서 일하는 동생은 한창 바쁠 시간이지요. 그런데 이 날은 동생이 저보다 먼저 와 있습니다. 한달에 두번 일요일만 쉬는데 집에 있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예감이 안좋더군요.

"벌써 들어왔어?"
"응, 요즘엔 장사가 안돼."
"하긴,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니 뭐..."
"가게 내놨어."
"..."

그러고 한동안 이야기가 끊깁니다. 할말도 해줄말도 없이, 새벽의 초침은 달려갔지요. 이불을 깔고 자리에 누워도 깜깜한 천장은 아무말도 없습니다. 지금은 침묵의 시대입니다.

이제 어디서 그처럼 맛있는 나가사끼 짬뽕을 먹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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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성이가 찍은 사진



올해 1월 달이었다. 학과 총동문회 행사를 준비하면서 학교에 갈 일이 있었는데, 당시 후배 호성이가 중형카메라를 들고 왔더랬다. 얼마 전에 샀는데, 처음 찍어 본다며 같이 사진 찍으러 가자는 말에 따라 나섰다가 졸지에 모델이 되어버렸다. 중형 카메라 앞에 서니 어째 진짜 모델이 된 기분이었긴 했는데, 과연 어떻게 나왔을지 몹시 궁금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한참 지나니 언제나 그랬듯이 사진 찍은 사실도 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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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호성이


그러다가 얼마 전 호성이가 사진을 뽑았다며 가져왔다. 중형 필름 카메라라서 그런가, 사진관 사진처럼 아주 잘 뽑았다. 호성이 말로는 노출이 일부 잘못된 것도 있고, 필름이 오래되어서 좀 바란 것도 있다고 하지만, 성장하고 30대에 찍은 사진 중에는 제일 멋지게 나와 보기가 좋다.

사람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면서도, 막상 내 모습이 찍히는 거에는 익숙지가 않았더랬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사진이 나오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때마다 ‘모델이 형편없으니 안 나오는 거지’라고 자책하거나, ‘그래, 난 사진발이 별로 안 좋아’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호성이의 사진 실력과 중형 카메라의 색다른 매력에 흠뻑 빠졌다.

후배 호성이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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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성이가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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