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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간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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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9)
역사 교과서 논쟁을 보면서

대학 때 역사 연구 소모임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배운 진실은, 역사는 주관적 서술이라는 점이다. 사실로 치장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서술가의 관점과 철학이 녹아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 생각과 철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나로서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러면서 배운 역사는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이 내 안에서 살아 숨쉬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 삶이 되었다. 나의 역사 공부는 내 대학생활에서 내가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해야 할 것들을 결정하는 기준을 만들어 주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간 1991년에는 강경대 열사의 죽음에 항거해 십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분신을 할 정도로 노태우 정권과 민족민주운동 세력이 치열하게..

구상나무 아래에서 2008. 11. 30. 18:13
두통을 달래기 위하여

일요일 아침 6시 반. 아마 태어나서 처음이 아니었을까. 도심지 고층빌딩 지하에 있는 사우나. 그러나 그곳은 복잡하다. 수면실에서는 전날 자체 통금에 걸려 집에 못 들어간 불쌍한 영혼들이 코를 골며 잠들어 있고, 부지런히 아침을 시작하는 노인네들과 어디선가 밤샘 작업을 끝내고 들어와 초췌한 젊은이들이 목욕탕 한 구석을 지지고 있었다. 난 전날 밤부터 시작된 두통에 시달렸다. 도대체 왜 갑자기 머리가 아픈 것일까. 저녁을 잘못 먹었을까?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지막 편집 작업에 신경이 곤두선 것일까? 원인도 대책도 없이 찾아든 목욕탕에 들어서면서 온갖 잡생각을 다 한다. 체중계에 올라서니 그새 72kg을 넘어서는 몸무게. 활동량이 부족하고 내내 앉아 있었으니 살이 찔 수밖에. 9월달보다 무려 ..

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2008. 11. 30. 15:02
겨울비

낙엽비가 그치더니, 이제는 겨울비가 내린다. 모든 낙엽들이 바닥에 바짝 엎드려 생애 마지막 목욕을 하고 있다. 온몸 가득히 적시고 있었다.

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2008. 11. 27. 13:32
여친님의 고궁 나들이

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2008. 11. 20. 13:30
지금은 밤에서 새벽으로

아마도 내일 새벽 늦게나 끝날까 싶다. 막바지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이 정도는 거뜬하다. 모두들 고생이다. 지금 이 글을 두들기는 시간은 11시 반이 넘은 시각, 잠시 후면 또다시 사무실에서 내일을 맞을 거다. 마침 오늘은 뉴라이트분(?)들이 친히 출판사 앞마당을 점유하며 시위를 해 주셨다. 뭐, 집회시위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니 그런 거야 어렵지 않게 봐주겠다만, 편집자들이 피땀흘려 만든 책을 그렇게 폄훼하고 다니는 것은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 생각의 미천하고 천박함에 대해 말하면 입만 아플 뿐. 아무튼 다들 고생하고 있다. 조금만 힘을 내보자.

구상나무 아래에서/밥과 꿈과 사람 2008. 11. 19. 23:42
동백을 기다리다

12일 동백나무를 들여놨다.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잎이 축 처진게 좀 허약해 보였는데, 물을 잔뜩 주니 지금은 힘이 철철 넘친다. 무엇보다 꽃망울이 두툼한게 튼실해 보여서, 교과서가 끝날 즈음이면 붉은 동백이 환하게 피지 않을까 기대한다.

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2008. 11. 15. 17:58
초저녁달

서부지원 옆 작은 공터. 초저녁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힘겹게 매달린 나뭇잎들을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가을은 어느새 저만큼 달려 나가고 있다. 다음 주부터는 서울도 영하권에 들어간단다. 그 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고 짧은 산책을 하고 만난 풍경 이것마저 없었다면 이 가을은 나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하고 속절없이 흘러갔을 것이다.

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2008. 11. 15. 17:52
후배 Y의 결혼식

글쎄, 왜 신부가 결혼식에서 너무 웃으면 안 된다는 속설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런 속설이 생긴 건, 부모님의 시원섭섭한 마음을 헤아리려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그러하다 해도 여자에게만 그렇게 요구하는 건 역시 차별의 하나다. 그렇다. 누구는 결혼은 지옥으로 가는 티켓이라고 악평을 내놓기도 하고, 골드 미스, 미스터가 유행어처럼 떠도는 세상이라지만, 여하튼 아직까지 결혼은 무조건 축하하고 볼 일이고, 웃을 수 있다면 마음껏 웃어도 좋을 일이다. 20년 이상 나와 다른 세상에 살던 이성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것은 톰소여의 모험처럼, 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처럼 낭만적인 상상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웃을 때 마음껏 웃는 게 행복이다. 지난주에 결혼한 후배 Y의 결혼식 사진을 정리하니,..

구상나무 아래에서/일상의 발견 2008. 11. 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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