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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술마시다. 

BU에서 이번 달에 그만두는 직원이 벌써 넷이다. 오늘 그 중 한 직원이 자신의 퇴직 파티(?)에 나를 초대했다. 이로서 유별나게도 퇴직자 중 딱 한 명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과 술 자리를 한 몇 안되는 직원이 되었다. 술 한 잔 제대로 해 본 일 없는 직원이 잠깐 함께 했던 모임의 인연으로 그 자리에 불러낸 것이니 특별하다고 할 수도 있다.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2.

취하다.

그런 자리가 편한 것은 아니다. 쏟아지는 문제 의식들에서 갈피를 잡는 일에도 허덕였다. 때로는 가시방석 같았다. 힘들게 날 변호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같이 성토했다. 물론 진심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동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매번 이런 자리에서 느끼는 것은 나이듦이다. 나이를 어중간하게 먹으니 심장이 벌렁거리는 거다. 먹은 술과 안주가 체증처럼 가슴 한복판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체증을 견디면서 다시 내일의 밥벌이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니 취할 수밖에...





출처: http://grapesoda.tistory.com/m/post/28


3.

잊다.

돌아보니 이런저런 일로 술을 자주 마신다. 일전에는 동종업계 친구들과 같이 새벽까지 술을 들이부었다. 오랜만에 필름이 끊길 듯이 심하게 마셨다. 술은 늘지 않는데, 술 먹을 일이 많아서 고단하다. 그렇게 늦게까지 들이 부으며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면서 마치 암송하듯 했던 많은 이야기들은 다시 또 잊혀진다. 때로 술은 잊기 위해 마시는 거라는 말이 맞다. 추적추적 밤비가 내리는 어스름길을 친구는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아파트 주차장 사이 좁은 길로 택시는 돌아왔고,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택시에 올랐다. 그리고 나도 필름을 거기서 멈추었다. 


4.

시작한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새롭게 시작한 거니, 이 일의 끝은 봐야할 거다. 낙관적이진 않다. 그러나 비관할 일도 아니다. 내일 다시 비가 온단다. 비 구경이나 실컷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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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이날 영하 9도까지 내려갔다. 한파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친친 국수의 유리창에는 짙게 김이 서려져 있다. 뿌연 유리문 너머로 두 남자가 흐릿하게 보였다. 창기와 성태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국수를 기다리고 있을 때, 외국인 남녀가 들어왔다. 메뉴에 대해 광노형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로 분위기는 정겹다.



친친국수 닭개장 국수



ST 이야기

전날 영화 ‘미라클’ 시사회 뒷풀이로 간만에 엄청 달렸단다. 닭개장국밥을 주문했지만 그의 입에 들어가는 밥알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술은 참 달게 마신다.

역시 영화 ‘국제시장’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국제시장’과 관련해 성태는 “훈훈한 <국제시장>... 따져보면 무서운 영화”라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올렸다. ST의 기사 중 몇 대목을 옮겨와 본다.


  "<국제시장>이 <포레스트 검프>와 갈리는 지점도 정확히 거기에 있다. '전시'는 있으나 '해석'은 없다.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기는 하지만, 그 맥락은 거세됐다. 생존과 그를 위한 '돈벌이'가 중요했다는 알리바이 기능에 충실할 뿐이다.

(중략)

 영화 속에서조차 소통이나 대화할 의지가 없는 인물을 마주하게 한 뒤, 영화 밖의 우리야말로 그를 이해해야 한다고 외치는 꼴은 공허하고, 어떤 면에서는 위험하다. "


<국제시장>은 꽤 뜨거운 이슈였다. ST는 <국제시장>이 진보와 보수의 대결적 상징으로 떠오를만한 영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저 그런 대중 영화가 이념적 대결의 상징이 된 데는 종편과 보수 정치권의 농간이라고도 했다. 영화는 영화적 기법을 통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는 도구이다. 평론가들은 그런 이데올로기(감독의 의도)가 개연성 있게 표현되었는지, 그것을 위한 영화적 도구(촬영, 연기, 그래픽 등)들이 잘 받침되었는지, 이야기 구성은 짜임새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훈련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시선이 우리와 다르더라도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ST는 나이 마흔되면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겠단다. 결혼은 아직 염두에 두지 않았다. 지금 새로 사귀는 여친과는 좀 오래 사귀고 싶단다. 성태는 연애 하나는 참 잘~ 한다.


CK 이야기

외주 방송 프로덕션 PD일을 하고 있는 창기. 최근에는 EBS 기획과 관련되어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역시 프리랜서는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바쁘게 사는 가운데, 조만간 셋째 아이가 나올 예정이다. 다른 사람이면 걱정할 만도 한데, “셋째는 발로 키운다잖아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 말에 성태 발끈한다. “우리 엄마한테 이를 겁니다.” ST는 셋째(막내)다.


그 와중에 <국제시장> 전에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큐 영화로서 그 감독을 잘 알고 있다는 CK는 “그 감독은 진정성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자, 성태가 곧바로 받아친다. “진정성이 없이 다큐할 수 있나요?” 맞는 말이다. 그놈의 ‘진정성’


보통 독립 영화들과 달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꽤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고 시작했다고 한다. 120여개 상영관이면 다큐영화치고는 꽤 많은 상영관을 확보한 것이다. 이 배경에는 배급사의 영향이 있었다는 게 ST의 이야기다. 흥행도 만들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IY 이야기

작곡가. 영업 끝을 선언한 주인장이 자리를 앉자 얼마 뒤 나타났다. 하루종일 한끼도 먹지 못했다며 국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흔쾌히 자리를 일어선 주인장. 오늘 참 바쁘시다.

그이가 왜 이 자리에 왔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여러 영화에서 음악 작업을 해왔고, 이번에 개봉하는 ‘조선명탐정2’에서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이 올라간다며 기뻐했다. 유쾌하고 발랄한 그는 사실 ‘세월호’ 추모 뮤직비디오 ‘잊지 않을게’를 만들기도 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그의 주변에서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 SNS를 통해 모인 3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했다.


‘답답함’. 그가 이 뮤직비디오를 만든 이유였다. 무언가를 해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답함. 과연 그 답답함은 풀렸을까.


세월호 이전까지 그는 정치나 사회 이슈에 대해 무관심했단다. 그러다가 세월호가 터졌다. 뮤직 비디오를 만들면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문제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회적 이슈나 정치 문제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열혈 청년 작곡가가 되었다. ‘조선명탐정 2’의 마지막 엔딩 음악을 만들면서 이 곡을 ‘잊지 않을게’의 답가 형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코믹 탐정 영화에 좀 어울릴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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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러 밤 12시가 다 되어 가게를 나왔다. 난 집으로 돌아가고, 셋은 한잔 더 나누어야겠다며 한파 몰아치는 밤거리 속으로 들어갔다. 




큰지도보기

친친국수 / 국수

주소
서울 마포구 대흥동 246번지
전화
070-7579-7379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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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좁은 취업문을 이야기한다. 청년 취업 문제는 이제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취업하면 총알없는 전쟁터란다. 그 전쟁터를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것이 요즘 직장인이다. 창의적인 젊은 인재들이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생각과 의지를 거세당하고 있다. '미생(未生)'이라는 드라마는 우리의 이상한 조직문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판타지도 만들어 준다. 장그래 같은 우리 사회 새내기 취업자들은 오늘도 자기 성장 보고서를 쓰면서 '완생(完生)'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과연 '완생'은 있을 수 있는 이야긴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조직도, 개인도 정체되어 괴로운 세상이다. 

그러나 여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나간 사람들이 있다. SNS를 통해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의 문을 연 우리나라 청년 취업자의 이야기이다. 


앞으로 쉬운 사무직(기자를 비롯해)은 로봇이 대체될 것이다. 3D 업종은 이미 제3세계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하고 있다. 단순한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넘어 자신의 가능성을 돌아보고 생각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새로움은 1년도 되지 않아 낡은 것이 되는 세상이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라고 하지만, 그 창의는 너무나 소모적이라서 괴롭다. 회사는 더더욱 고리타분하다. 회사 역시 좀더 다양한 구성원에 대한 관용과 진일보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가 들어와도 그런 인재를 좀비로 만드는 조직 문화는 고쳐야 한다. 



링크에서 인용한 칼럼 일부를 여기에 옮겨 본다. 

이런 시대 변화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상명하달식 군대식 조직문화를 평등한 조직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획일적인 문화를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해외취업을 꿈꾸는 국내 인재를 품고 다양한 글로벌 인재를 끌어올 수 있다.


교과서 출판업계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일은 아직은 요원하다. 하지만 동종 업계에서 우리 출판사의 이미지가 보다 진일보한 조직 문화를 가짐으로써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라면 나가고 싶은 기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니, 실상 나가고 싶은 직원들, 실제로 타사에 지원서를 넣는 직원들이 많다. 

변화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되고, 가능성은 생각의 크기에 비례한다. 큰 생각을 변화로 이끌 동력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지금 기업들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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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타임스 혁신보고서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많다. 언론 미디어는 일찌감치 디지털 시대로 인하여 역사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이 디지털 파도는 머지 않아 출판시장, 특히 교과서에도 적지 않게 휘몰아칠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콘텐츠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심층적인 결과물로서 이 보고서는 유의미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안에 불과하나 이는 모두에게 열린 제안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에 대한 더 깊은 생각과 사유를 위하여 의미 있는 해석글들을 링크해 본다. 





▲ 슬로우뉴스의 기사


첫째. 뉴스 도달거리를 확장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라

 1. 구조화된 저널리즘: 데이터 구조를 혁신하라

 2. 소셜 미디어 역량을 강화하라

 3. 뉴스 소비의 개인화를 지원하라


둘째. 편집국과 비즈니스 팀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편집국에 전략팀을 만들어라


넷째. 디지털 우선 전략(Digital First)을 세워라






▲ capcold님의 블로그 기사 - NYT 혁신보고서 단상 : 모두 각자의 혁신보고서를


- 홈페이지(웹사이트의 메인페이지를 칭한다) 트래픽 감소 대처 필요

- 리패키징 전략 필요

- 개인화 강화 필요

- 소셜을 통한 유입 강화 필요

- 일회성 프로젝트보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탬플릿의 개발 필요

- 디지털퍼스트 전략의 필요성


※ capcold 님은 각 항목에 대한 다른 의견도 많이 있으므로 소제목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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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과서를 선택하는 것은 교사다. 그러므로 교사의 수업공간에 최적화되어야 한다. 교사는 강연자다. 강연과 교과서, 그 함수관계 그래프를 파악해야 한다.


2.
물론 좋은 교과서의 채택은 교사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런데 만일 교과서 선택 권한이 학생들에게 주어지고 어떤 교과서를 선택하던지 학교 수업이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3.
교과서 내에 수업에서 할 수없는 과제가 터무니없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 과제를 제시하고 점검하는 것은 교사다. 따라서 과제의 제시는 지도서로 해야 맞다. 교과서에서는 학습자료를 직접 제시해 주어야 한다.

4.
살아있는 교과서를 이야기할 때 살아있다는 의미는 뭘까? 그것은 역동성이다. 교과서가 나오면 편집팀은 끝(마감)이라고 본다. 그러나 마감은 사실 책의 죽음이다. 콘텐츠적 접근을 한다면 책이 나온 그 다음부터가 책의 생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편집팀의 과제는 교과서가 아닌 콘텐츠라는 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 뉴욕타임즈 혁신 보고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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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구피, 화이트 미키마우스 플래티, 비파, 코라도라스. 새롭게 식구가 되었다. 배송 과정에서 화이트 미키마우스 플래티 한 마리가 힘들었는지 어항에 합사한 이후 몇시간만에 죽은 것을 빼놓고 모두 건강하다. 수초도 좀 들여놓았다. 그래서인지 이전에 있던 물고기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어항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었을 거다. 지금은 저 세상으로 떠난 후배 최가 우리집에 놀러 왔을 때 두자짜리 큰 어항을 들고 온 적이 있다. 택시에서 엄청나게 큰 물건을 조심스럽게 내리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그가 남겨준 뜻밖의 선물 중 이제 어항만 남아 있다. 선물로 시작된 물고기 기르기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일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어항을 볼 때마다 그 생각이 얼핏 떠오른다.





물고기를 길러보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니 해수어항의 화려한 멋에도 빠지기도 했고 수초 어항의 신비스러움에 감탄하기도 여러번. 나도 저런 화려한 해수어항이나 신비로운 수초어항을 시도해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뿐 도전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해수어항이나 수초어항을 관리하는 일은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비용도 만만치않다. 그래서 여전히 좀더 손쉬운 물고기들로 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딸의 시선이 머물고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있어 좋다. 



수초어항의 좋은 예 ▲출처 : 마법의 정원(Photograph by Shay Fertig, Israel)


해수어항의 좋은 예 ▲출처 : Palma aquarium (위키는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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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교과서가 끝났다. 끝내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던 적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원두커피의 찌꺼기 같다. 바닥에 남아서 지난날의 쓴 맛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떠나보내야 할 때 떠나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장장 10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디자이너는 책이 나온 것을 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4월에 이사가 있었던 동료 편집자는 이제야 짐 정리를 할 수 있겠다고 한다. 이 세상 어느 교과서에 땀과 눈물이 없을까. 하지만 그 모든 땀과 눈물이 보상받는 것은 아니더라. 책이 인쇄되어 나온 날 또 다른 교과서는 불합격을 통보받았다.


  내가 만든 이 교과서가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학교 현장의 요구나 정부의 방침, 저자의 생각은 저마다의 가지를 뻗어나가지만 결국 하나의 뿌리를 공유한다. 편집자는 가지를 치거나 접부치면서 나무를 건강하고 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과연 나는 보기 좋고 건강한 나무를 가꾸어 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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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의 죽음은 1990년대 학번의 시대적 종언일 수도 있겠다. 그와 공유했던 그 많은 추억과 기억들은 그의 죽음과 함께 죽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 시대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그냥 눈물만 쏟던 후배들,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종주먹질을 하며 당신들 때문에 죽었다고 울분을 토하는 녀석. 조용히 술병의 술만 축내는 동기들, 모두들 그와의 기억 한토막을 어렵게 끄집어내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그를 빼놓고 옛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한 시대가 이렇게 저무는 건가. 하나의 우주가 또 기억의 블랙홀로 소환되는 것일까. 너무나 많은 것을 공유했으면서도 아무 것도 함께 하지 못했던 안타까움들이 여기저기서 한숨이 되어 술상을 떠돌았다. 


그는 광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냥 미친놈은 아니었다. 형편없는 늙은말을 타고 바보같은 종자 산초를 데리고 풍차를 향해 달려든 돈키호테가 그였다. 이루지 못할 꿈을 꾸고, 이기지 못할 적과 싸우고, 견디지 못할 고통을 견뎌낼 줄 알았던 그가, 어느날 연탄불을 피우고 홀로 쓸쓸히 죽음의 길을 갔다. 어떤 유언도 유서도 없었다. 다만 그의 삶을 통해 그의 뜻을 추측하는 현재의 우리만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그를 추모하고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데, 풍차를 향해 달려갔던 그는 밤하늘의 별이 되어 먼 여행을 떠났다. 


모르겠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난 5년보다 결코 더 나아질 수 없을 것 같다. 울산에서 부산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노동자들이 연이어 죽음을 맞아들였다. 미친 세상에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사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한다. 나는 과연 올곧은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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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최경남은 2012년 12월 22일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추모제가 민권연대 주관으로 치루어졌다. 

▶ 2012년 12월 27일 현재 최강서(한진), 이운남(현대), 이호일(한국외대)을 비롯해 이른바 절망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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