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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내일 새벽 늦게나 끝날까 싶다. 막바지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이 정도는 거뜬하다. 모두들 고생이다. 지금 이 글을 두들기는 시간은 11시 반이 넘은 시각, 잠시 후면 또다시 사무실에서 내일을 맞을 거다.

마침 오늘은 뉴라이트분(?)들이 친히 출판사 앞마당을 점유하며 시위를 해 주셨다. 뭐, 집회시위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니 그런 거야 어렵지 않게 봐주겠다만, 편집자들이 피땀흘려 만든 책을 그렇게 폄훼하고 다니는 것은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 생각의 미천하고 천박함에 대해 말하면 입만 아플 뿐.

아무튼 다들 고생하고 있다. 조금만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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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권도 일종의 유가증권이라고 할 수 있다. 돈으로 바꿔주는 곳은 없지만 특정한 곳에 가면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직원 중에는 밥값으로 현금을 거둬, 식권으로 냄으로써 현금을 확보하는 영리한 분들도 있다) 오늘 그동안의 야근 정도에 따라 식권이 지급되었다. 내가 받은 아홉장의 식권. 나는 그동안 아홉번의 야근을 했다는 거다.

아, 그러고 보니 증권이라는 말만 나오면 자지러질 분들 많겠다. 1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진 증권을 보면서 누구는 휴지조각이 됐다느니, 쓰레기가 됐다느니 하는 말이 있는데, 그나마 이 식권은 공덕동의 몇몇 식당에서는 밥이라도 되어주니 주식보다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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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웃기지?

나도 유가환급금을 받는다. 자전거 열심히 타고 대중교통 이용하고 다녔는데, 뜻하지 않는 공돈이 생기는 기분이다. 물론 이렇게 빠져나가는 돈을 세금 더 걷어서 채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유사를 압박해서 기름값 내릴 생각은 안 하고, 국민 세금을 풀어서 정유사 면책해 주는 정책인 셈이다. 여하튼 이놈의 정부는 친기업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면서 서민 대책으로 생색은 무지 내고 있다.

아무튼 회사에서는 오늘을 유가환급금 신청 마감일로 잡고 있었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교정지에 코를 박고 연필만 굴리고 있었으니,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어떤 신청서가 필요한지 옆에 직원에게 물어보니 홈페이지에서 신청서 내려받아서 작성하고 원천징수영수증을 총무과에 내야 한단다.

원천징수증은 작년에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 띠어야 한다는데, 이게 또 복잡해졌다. 알아보니 그 여행사가 정리된 것이다. 그래도 여행 4번이나 보내준 여행사이고 막판에 퇴직금 문제로 많이 생각하게 했던 곳이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곳인데, 없어진다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옛 직장 동료에게도 물어보고 선배에게도 물어보면서 해법을 찾았지만, 결국 세무서를 가서 직접 떼어 와야 한다는 거다.

결국 가까운 마포세무서까지 택시 타고 왔다갔다해야 했는데…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다. 마포세무서 입구에는 유가환급금에 대한 안내대가 따로 있는데, 거기에서 문의하니 공인인증서가 있다면 인터넷에서 유가환급금 서류 출력해서 제출하면 아무 문제없다는 거다. 결국 오지 않아도 되는데, 괜히 시간과 돈을 들여 세무서까지 온 것이다. 총무과에 전화 한번 해봤으면 아무 문제없었건만, 그 원/천/징/수/증이라는 나름 모양 있는 단어에 위축되어 안 해도 될 짓을 했다.

아무튼 나도 유가환급금을 받게 됐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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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정오 즈음의 공덕동. 참, /한/산/하/다/.
보통 아침 출근시간이면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거대한 물결을 이룬다.
오늘 회사로 가는 내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다.
일이 귀찮고 힘들어서가 아니다.

2차세계대전 독일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한 바가지의 물이 배급되었을 때
그것을 생존을 위해 마셨던 사람보다
인간의 존엄을 위해 얼굴과 몸을 씻는 데 썼던 사람들이
더 오래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어느 심리학 박사의 이야기처럼

일상적으로 오고가는 지루하고 상투적인 출퇴근 길도
아주 짧은 여행으로 생각하는 여유가
나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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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는 어린 직원들에게 작은 화분을 선물했다.

삭막한 책상 한 귀퉁이가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것,  

어린 생명을 가까이 하는 것,

내가 아끼고 가꾸어야 할 생명 하나 자라고 있는 것,

그것도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진보다.

책 한 권 값도 안 나오는 것으로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인다.

기대하시라, 언제 당신에게 덜컥 화분이 안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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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마포를 지나 공덕오거리를 지나면 공덕동이 시작된다. 진입로만 보자면 왕복 8차선과 10차선을 넘나드는 큰 대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고, 길가로는 서울 어느 거리보다 가지런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도시의 표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2002년에 있었던 공덕동의 래미안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2,213대 1을 보여주기도 했다. 말하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 본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일대의 거리는 서울 도시 근대화의 멋으로 불릴 만한 곳이다.


그러나 그 스카이라인 뒤로는 여전히 허름하고 무너질 것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내가 일하는 출판사 뒤편으로도 그런 집들이 옹기종기 지붕을 맞대고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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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동(孔德洞)이라는 이름을 보자면, 한자의 공덕(孔德-공자의 덕)이라는 말에서 온 것 같지만 실상 순 우리말 ‘큰 더기’에서 유래하였을 것이라고 한다. ‘큰 더기’는 우리말로 조금 높은 고원의 평평한 곳의 더기 또는 덕, 언덕을 일컬은 말이다. 한강둑의 언덕을 비롯해 아현동 언덕, 만리재 고개 등 공덕동으로 들어서는 길은 어찌했든 작은 언덕들을 넘어와야 하는 곳이다. 옛날에 이 지역을 큰더기, 큰덕으로 불리된 것이 비슷한 한자음을 빌려와 쓴 게 공덕동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이 공덕동 주변 언덕들에 자리 잡은 그렇고 그런 허름한 집들도 재개발을 앞두고 있거나 기다리고 있다. 사진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이미 이곳의 골목길 풍경을 렌즈에 담아내고 있다. 김기찬 사진가는 1969년부터 30여 년간 골목길 풍경을 담아왔는데, 그 풍경 안에는 이 공덕동 골목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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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는 것은 의미 있다. 문명이라는 그늘이 만들어내서 지워지는 자취를 기록함으로써 미래의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껴야 할 향수를 자극하자는 것도 있겠지만, 단지 휩쓸리듯 흘러가는 세태를 잔잔히 돌아보며 성찰하는 자료로서 충분히 의미 있다고 본다. 고로 나는 기록한다, 그리고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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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사 옥상에서 바라본 모습


보통 내가 일하는 곳을 물어 보면 나는 마포구 공덕동이라고 한다. 공덕동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오래전에 이곳에서 근무를 한 일이 있기 때문에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이라면 깜짝 놀라곤 한다. 그렇다, 나는 다시 컴백했다.


예전처럼 교과서를 만들 것이다. 내년에도 교과서도 만들고 지도서도 만들고 교재도 만드는 일을 할 것이다. 일이 일을 만들고 그 일이 다시 일을 까는 그런 수렁에 다시 들어왔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의 심정이다. 그래 알만큼 알고 겪을 만큼 겪어봤기 때문에 두려울 게 없다는 심정이다.


하여튼 다시 공덕동이다. 아무래도 이제 이곳에서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다. 놀아보니 그렇다. 오래 놀면 마음 약해지는 거다. 그러니 내가 뒤늦게 철드니, 이제 조직에 투항하니, 뭐 그런 이상한 말 하지 마라. 그냥 살아가는 거고, 살아가는 현장이 여기일 뿐이다.


그런데 공덕동이다. 그렇게 살아야 할 곳이기에 애정을 가지고 보기로 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 애정을 보면 하루하루가 새로울 것이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도 여행이고, 야근을 위해 저녁 먹으러 가는 길도 여행이다. 그래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기로 했고, 심심풀이로 공덕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 웬만하면 하루에 하나 정도 포스팅을 하자는 게 내 생각인데, 일이 많은 곳이다 보니 이것도 쉽지 않다. 하루이틀 빼먹는다고 삐딱한 시선으로 보지 않기로 하자.


이름하여 공덕동 프로젝트. 말은 그럴싸해도 사소한 신변잡기다. 내 일터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동네 사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루 24시간 중 최소한 8시간 많게는 13~15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쓸 얘기는 솔찬히 있을 것이다. 없다고 해도 만들어 보는 게 내 사는 재미다. 일터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들을 내 역사의 한페이지에 차곡차곡 쌓는 것.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아야 사는 것처럼 사는 사람이다.


암튼 지금도 야근 중인데, 몰래 포스팅하고 있다. 차장님이 내 블로그를 알지만, 뭐 때리기야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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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동은 복잡한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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