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이리 -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민음사 난감한 일이다. 흔들리는 지하철에서도 보고, 침대 머리맡에서도 보았다. 작정하고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탐독도 해 보았다. 그의 이전 작품 "데미안"에 대한 기대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 보았다. 그러나 달랐다. 재미도 감동도 없이 철학적 사유와 몽환적 상상력, 이해되지 않은 이야기의 연결 구조, 도저히 현실적 인물이라고 보기 힘든 등장인물들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내 사유의 빈곤함인지, 아직 무르익지 않음인지 모를 일이다. 주인공 하리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사상을 고수하며 전쟁으로 치닫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소시민적인 삶과 명확히 구분되며 홀로 좁은 방에서 고전을 탐닉하며 살아가는 사상가이다. 세상에 대한 희망도 기대도 없고 ..
가끔 그 순간이 그립다. 양 옆으로는 곧게 뻗은 참나무들이 적당하게 나 있는 숲의 오솔길, 숲의 향을 온전히 맡을 수 있는 그 길을 걷던 순간 말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숲과 나라는 인간은 온전히 하나되는 합일의 경험에 다가선다. 경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계조차 서로 다른 종의 경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그 순간 숲에 들어온 낯선 동물의 하나다. ⓒ강대진(eowls@eowls.net) 지리산을 비롯해 남도의 여러 산을 돌아다니고, 백두대간에 도전한다고 꼬박 열흘 동안 지리산부터 덕유산까지 걸을 때도 그런 순간은 매번 찾아왔다. 어쩌면 이제는 잃어버린 시간이 된 것일까? 산, 숲을 떠나온지 너무 오래됐다. 숲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 책 “숲에서 우주를 보다”라는 책을 들었다. 이 책은 생..
칼 맞고 잘게 부서진 쪽파의 비극이 여기까지 번지지는 않았을까. 무도 감자도 단단함을 잃지 않았다. 늦도록 장터를 지키다가 떨이로 딸려온 노각이 몸을 구부린다. 물정을 안다는 몸짓이다. 문밖의 상황에 따라 순서가 정해짐을, 뒤집을 수 없음을 예감한 안색이다. 그마저 포기한 쑥갓 한 묶음이 구석에서 시커멓게 절망한다. 물러지는 전신을 바라보기만 한다. 터주 노릇 하는 김치가 칸칸 일가를 이뤘다. 고춧가루와 젓갈에 휘둘린 배추가 겉절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다. 말끔한 백김치는 도시 출신처럼 보인다. 밭에서는 제법 우락부락했을 총각무가 가지런히 통에 누워 순화되는 중이다. 억센 허리로 소금기가 스민다. 갓김치는 남도 출신답게 몸짓이 중모리로 늘어진다. 손가락으로 집으면 육자배기 한 자락이 묻어날 것만 같다. 종..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지음/샘터사 얼마전 돈키호테를 구매했다. 아주 오랜 기억 속, 그러니까 중학교 때였던가, 그때 즈음 세계문학전집으로 읽었던 그 이야기를 온전히 다시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 소개하려는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의 영향이 크다. 사실 우리가 본 고전의 대부분은 청소년을 위한 세계문학전집이나 교과서 등을 통하여 극히 일부분만 접하거나 각색된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제 어른이 되어 다시 고전을 잡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알고 있던 내용의 반전을 기대한다면 나쁘지 않지만, 반대로 시대를 넘어 소통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전을 새롭게 접하는 일은 때론 비장한 마음가짐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먹는 데에 위의 책이 도움이 됐다. 비단 그뿐..
위건부두로 가는길저자조지 오웰 지음출판사한겨레출판사 | 2010-01-15 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조지 오웰이 영국 북부의 탄광 지대에서 겪은 생생한 체험담노동 ... 의자놀이저자공지영 지음출판사휴머니스트 | 2012-08-16 출간카테고리정치/사회책소개공지영이 이야기하는 또 다른 도가니!《도가니》, 《우리들의 행복... 공지영의 "의자놀이"를 본 후, 요즘은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고 있다. 1930년대 한창 산업화를 달리면서 전쟁의 소용돌이 속을 휘돌고 있던 영국의 산업지대 노동자, 그 중에서도 광부 노동자를 다룬 그의 치밀한 시선과 지배계층에 대한 냉철한 비판적 시선은 지금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날이 서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광부들의 삶으로 깊이 들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적나..
끝내 "내가 좀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일만 하다가 도살장에 팔려간 말 복서가 생각난다. 사실 이 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 중의 하나다. 때로는 '성실' 때로는 '희생'으로 떠받들어지지만, 사실은 '무기력'의 다른 말일 수도 있고, '대안없음', '출구없음'의 비슷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체제와 시스템에 대한 무지는 결국 우리에게 성찰 없는 '희생'과 비판 없는 '성실'만을 요구할 뿐이다. 이런 체제가 바라는 것은 저항 없는 '무기력'의 상태이다. 길가에서 걸인이 굻어죽어도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유죄다. 하물며 생때같은 어린 목숨들이 고작 성적 때문에 제 목숨을 아스팔트 위로 던져버려도 꿈쩍도 안하는 나라에서 사는 우리 모두는 지금 무기력하다. 선거로 사람을 잘..
이사를 하면서 다시 책들을 정리했다. 이전에 아내와 책들을 합칠 때보다 더 정밀한 구분 작업을 했다. 시와 한국 소설 쪽은 출판사 별로 하거나 시리즈별로 해야 보기 좋게 정리되었다. 하지만 이는 보기에는 좋아도 실제적인 활용에서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작가 이름 순서로 정리해 보았다. 동일 작가의 작품들이 가지런히 배열되니 책을 보는 느낌이 다르다. 시에서는 신경림 시인의 시집이 7권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안도현, 김용택, 김남주의 순서를 나타냈다. 소설에서는 황석영의 소설이 5종으로 많았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아내와 내가 둘다 가지고 있는 시집이나 소설이 몇권 나타났다. 교양과학과 역사(신화) 관련 책을 한칸에 몰았다. 경제와 환경 관련 서적도 일단 하나의 칸에 몰았다. 사회비평은 ..
모래의여자(세계문학전집55) 지은이 아베 코보 상세보기 여기 한 남자가 모래 속에 갇혔다. 아니 그는 납치 감금됐다. 그리고 거기서 하는 일이란 하루 종일 모래를 퍼담아 올리는 강제노역이다. 그 옆에는 그 전부터 모래를 퍼 담는 일을 해온 여자가 있다. 여자는 물론 감시원이 아니다. 남자를 반겨하며 함께 일할 동료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갇힌 것도 억울한데, 이런 여자의 반쪽 역할을 해야 한다니 남자는 기가 막힐 법하겠다. 그래서 남자는 호시탐탐 모래 밖으로 나가는 계략을 꾸민다. 계략으로 꾸민다는 게 고작 꽤병부리기 ,거짓말하기, 여자 괴롭히기가 다다. 유치하고 치졸하기가 그지없다. 아무튼 그는 안해 본 게 없다. 그러다가 딱 한 번 모래 구덩이를 빠져나가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얼마 못가 잡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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