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장사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책이라고는 편집일만 해본 내가 책을 사고파는 일을 잘 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골에 북카페를 열어 놓고 가게를 찾는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거나, 조용한 카페에서 홀로 차를 마시며 책을 보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일상의 작은 행복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 북카페나 서점들은 매우 바쁘다. 가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수입이 필요하다. 게다가 서점 운영은 잠시도 틈을 주어서는 안되는 입출고 관리가 필수이다. 그리고 카페까지 운영하려면 이에 대한 기본 지식과 노하우도 쌓여 있어야 한다. 이렇게 신경써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내 머릿속의 여유로운 상상은 그야말로 망상에 불과할 것이다.
아무튼 가끔 빠지는 망상을 더해줄만한 책으로 고른 게 "오수도 서점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알라딘에 소개된 책에 대한 내용 중 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벚꽃으로 뒤덮인 산골짜기 마을 사쿠라노마치의 작은 서점 오후도. 도시의 오래된 서점을 그만두고 오후도 서점을 찾아온 청년 잇세이. 책과 서점을 둘러싼 기적에 관한 이야기가 따뜻한 봄바람처럼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결코 감동적이지 않으며 너무나도 통속적이라서 허허롭기까지 하다. 게다가 재미도 없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이 책은 요 몇년 사이 내가 본 책 중에 제일 재미없는 책으로 꼽고 싶을 정도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남겨야 하나 싶을 정도로 회의가 들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들여 읽었으므로 그나마 좋았던 걸 남긴다.
글이 원고가 되고, 원고가 책이 된 후의 일들, 여기까지는 내가 하는 일에 속한다. 하지만 책이 출판되어 독자에게까지 전해지기까지의 과정도 책을 만드는 일 못지 않게 디테일하면서도 정교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책은 그래서 저마다의 운명을 타고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이 독자에게 읽히기까지의 과정도 그 책이 가진 중요한 운명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후자의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책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일본 드라마적인 전개를 답습하고 있었다. 책을 보는 내내 교훈적인(?) 일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데다가 재미도 없었다. 작중의 사람들의 관계가 너무나 작위적인 느낌에다가 전형적인 인물들의 모습은, 결코 동화되기 어려운, 읽으면 읽을수록 인물과 나 사이의 거리가 느껴지면서 객관화가 되어버리는 것이 곤혹스럽기까지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북카페를 열어보고 싶다는 내 바람도 어쩌면 공허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에 이르고 말았다. 이 책이 나에게 준 최대한의 절망이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어렵다. 혼자 실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진행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지리산둘레길을 걷자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서울둘레길을 마친 지난 봄에 그런 생각은 더 간절해졌다. 새로운 트래킹 코스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마침내 지난 8월 18일 지리산 둘레길의 첫발을 내딛는 결실을 맺게 하였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멀리 지방으로 내려가는 거라 신경써야 할 게 많았다. 1박을 할지, 아니면 새벽에 출발할지에 대한 선택부터 자가용을 이용할지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트래킹 구간에 식수와 음식은 충분한지, 코스 내에 위험한 구간이나 길을 잃기 쉬운 구간은 없는지, 이정표 등은 잘 되어 있는지 등등 첫 트래킹에 앞서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게다가 서울 근교가 아니라 차를 이용해 3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 만큼 이런 고민들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지역에서 1박을 묵는 것은 여러모로 경제적 부담이 컸다. 물론 1박을 한다면, 그만큼 체력적 안배를 할 수 있고, 보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트래킹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 3명이 묵을 수 있는 적당한 숙소는 최소 5~10만원은 예상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1박을 하지 않고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음에도 비용이 20만원 가까이 들어갔다. 하루에 쓰는 비용으로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고, 우리 가족의 경제 수준에서는 부담되는 지출이 될 수 밖에 없다. 토요일 일찍 잠을 청한 후 새벽 3시 경에 일어나 4시 경에는 집을 나서게 되었다.
남원 주천면사무소에 도착한 후 주천면파출소 건너편 공용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수 있었다. 공용주차장은 버스 정류장과 연결되어 있고 이곳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주천-운봉 둘레길 구간의 시작점이다.
주천면 버스정류장의 무인 우체통지리산 둘레길 안내 표지판 앞에서. 주천-운봉 구간의 시작점.
주천-운봉 구간은 총 14.7km 구간으로 지리산 서북능선(만복대부터 바래봉 등)을 바라보면서 걷는 구간이다. 운봉읍 지역은 해발고도가 높은 고원지대로 8월 중순의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한 산들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었다.
시작점 표지판을 지나면 곧바로 개울을 하나 건넌다. 커다른 반석들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이끼가 많이 끼어 있어 약간 미끄러웠고, 방심하여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물이 깊지는 않다. 발등까지만 살짝 젖을 정도였지만, 비가 많이 올 때는 이 개천도 금방 불기 때문에 이곳이 아닌 다리를 이용해 돌아가야 한다.
개미정지에서. '정지'는 '쉼터'를 뜻한다. 너른 공간이 갑자기 나타난다. 운봉에서 구룡치를 넘어 온 사람들이 여기서 발을 쉬게 해 주었다. 내송마을 사람들도 여기에서 나뭇짐을 잠시 내려놓고 다리쉼을 했다.
개미정지를 지나면 계속해서 오르막길이다. 구룡치까지는 산길을 올라야 한다. 약간 힘든 코스다. 이날도 수고한 발들을 위하여 기념 촬영.연리지. 여기 푯말에는 '사랑의 나무'라고 써 있다. 소나무 줄기 하나가 다른 나무의 줄기를 꼬면서 올라가 자랐다. 이것이 사랑일까?
구룡치를 넘어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구룡치를 넘은 다음부터는 평탄한 길이 대부분이다. 특히 숲속 오솔길은 고즈넉하게 걷기에 좋다. 다만 물을 구하기 힘들다. 초반에 아이가 힘들어하면서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4통이나 준비한 물이 금방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가장마을의 민가에 들어가 부탁하여 다시 채워야 했다. 샘이나 물을 파는 가게가 드물다. 물 수급에 신경 써야 한다.
중간에 만난 두 아주머니는 이 지역에 사는 분이었다. 운동 삼아 구룡치를 자주 함께 오가고 있다면서, 꼭 구룡치 폭포를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해 주었다. 그러나 구룡치를 넘으면서 아이가 너무 힘들어했고, 정식 둘레길 구간을 걷고 싶다는 마음에 구룡폭포를 포기하고 평탄한 임도와 동네길이 주를 이루는 코스로 길을 잡아 나섰다. 아주머니 말로는 연리지가 있는 나무 근처에서 갈림길이 나오고 그 길로 가면 구룡폭포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구룡치에서 내려 와 잠시 지방도를 걷다 보면 멀리 회덕마을의 초가집들이 보인다. 관광용으로 지어놓은 거겠지 생각했는데, 빨래들이 널려 바람에 흔들리는 게 보인다. 실제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뜻이다. 집이란 사람이 살아야 오래 가는 법이다. 다듬고 보수하고 고치고 새로 올리면서 집은 단단해진다. 수십년만에 보는 초가집이 반가웠다.
덕산재를 끼고 도는 숲길은 약간의 오르막이 있지만 짧고 쉽다. 게다가 고즈넉한 숲속 오솔길이라 걷기 좋다. 그 길의 끝에 무인가게가 있다. 캔맥주 2천원 생수 2천원. 컵라면도 먹을 수 있게 해놓았다. 우리 가족도 이곳에서 즐거운 둘레길 여행을 축복하며 간단하게 축배를 들었다.
회덕마을의 초가집. 여행자들의 구경거리로 만들어 놓았을텐데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집으로 보였다. 빨래가 마당 한켠에 높이 매달려 바람에 흔들렸다.
노치마을로 가는 길. 예전 백두대간을 잠깐 탈 때 노치마을로 내려온 적이 있다. 마을 뒷산의 수백년된 소나무가 있는 언덕배기는 매우 운치있었다. 노치마을을 지난 뒤 덕산저수지를 끼고 다시 작은 언덕을 하나 오른다.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는데다 솔숲길을 상쾌하게 거닐 수 있어 좋다.덕산저수지 길을 돌아 나오는 숲길의 끝자라에 있는 무인가게. 라면포트와 라면상자가 개방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물이 부족하다면 여기서 물을 살 수도 있다.
가장마을을 벗어나면서부터는 평지길이다. 그늘이 별로 없어 뜨거운 햇살을 그대로 받을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날은 바람이 좋았다. 해발 500m의 운봉고원을 가르는 바람은 너무나 시원해 뜨거운 햇살을 금새 식혀 주었다. 가지고 있는 스틱을 이용해 잠자리 낚시를 해 보면서 아이는 즐거워했다. 구룡치를 넘으며 숨이 넘어갈 것처럼 힘들어 하더니 금새 회복한 것이다. 아이의 회복력은 정말 놀랍다. 서로의 스틱과 모자와 어깨에 앉은 잠자리를 보면서 즐거워 하며 시골길을 걸었다.
잠자리 낚시 장면. 잠자리는 왜 뾰족한 곳을 좋아할까? 잠자리 낚시법: 잠자리가 날고 있는 곳 근처에 스틱의 끝을 천천히 가져가면 알아서 찾아 앉는다. 아이는 끝까지 잘 걸어 주었다. 이날 걸은 걸음수는 2만걸음을 넘었다. 역대 최고 많이 나온 걸음 수였다. 행정마을길. 마을길이 잘 꾸며져 있었다. 멀리 보이는 초록이들은 어린 나무들이다. 양묘장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이하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展은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인류의 당면과제를 예술적 시각으로 제시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로 기획되었습니다.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약 800만 종이며 그 중 인간이 저지른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해 최대 100만 종에 달하는 동식물이 수십 년 안에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멸종위기 동물로는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기린, 눈 표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환경 문제는 종의 존폐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로 전 세계가 노력해야 하는 당면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구 보존을 위한 21세기 미술관의 사회적인 역할은 무엇일까요? 사비나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생명체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전시 소개글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전시된 작품들은 많지 않지만 인상적이었으며,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더불어 지구 환경과 생물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만 아이에게는 충분한 설명을 해 주기 어려웠고, 그저 환경 오염으로 인해 동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전달할 수 있었다.
그외에도 4층과 5층에서 다른 전시물도 관람할 수 있었다. 2~3층의 멸종위기동물 전시와는 성격이 좀 다른 사진전이었는데, 약간 난해하다.
사비나 미술관의 내부 주차장은 협소하지만 한국고전번역원과 미술관 사이에 있는 넓은 공터를 사용할 수 있어서 주차가 편하다.
사비나 미술관 관람을 마친 후 카페에서 전시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가까운 곳에 은평 한옥마을이 있으니 그곳에서 전통차를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은평 한옥마을에 방문했을 때는 차량이 너무 많았고,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과 한옥마을 방문자들이 뒤엉켜 있는데다가 가장 뜨거운 한낮의 폭염이 길거리를 달구고 있어서 오래 둘러보기가 어려웠다.
얼마전에 대학 동기들 몇몇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옛날 레코드를 틀어주는 생맥주 집에서 텅빈 맥주잔을 기울이면서도 말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옛노래를 배경으로 옛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추억에 젖어 살아온 삶의 실오라기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면서 투박하게 술상 위에 펼쳐 놓습니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죠.
나름 두루두루 동기들과 인맥이 연결되어 있어 아는 척도 잘하고 다닙니다. 동기들은, 제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로 그 수많은 연애 사건들에 휘말리지 않고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며, 누구하고도 연애를 하지 않았던(사실 못했던) 대학 생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하더군요. 청춘 남녀가 모인 대학에서 사랑에 빠지지 않은 자는 유죄죠. 그 죄의 대가를 지금 받는 건지도 모르지만...
한번 쌓인 오해는 시간이 갈수록 찌든 때처럼 점점 더 지우기 힘들어집니다. 그것이 생겼을 때 바로 지운다면 처음에는 좀 고통스러울 수 있어도 지워질 수 있죠(물론 다 그런건 아닙니다만). 하지만 대개는 그냥 지나칩니다. 잠시 안 보면 되지...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이때의 '잠시'는 '영원'과 비슷한 뜻이 되어 버립니다.
언젠가 여러 사람들이 옛 이야기들을 스스럼 없이 말하고 오래된 앙금과 오해들을 술 한잔 털어버리듯이 씻어냈으면 합니다. 영원한 눈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는 것이니까요.
===================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22일 PM 자전거 주행: 10.3km + 23일 AM 자전거 주행: 10.1km 🚲2019년 자전거로 달린 거리: 499.8km
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면 쉽게 상처받고 겁이 많아 무서움에 떨면서 구석으로만 슬슬 피하던 쬐끄맣고 깡마른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사로 잡혀 있어서 바깥에서 한번이라도 안면이 있는 어른들에게는 꼬박꼬박 인사를 잘 했는데, 그러면 대부분의 어른들이 나를 알아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곤 했죠. 하지만, 그건 어쩌면 나를 지키고 싶었던 어린 나의 순진한 처세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물론 용기 있는 삶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그런 내 성격을 닮았는지 내 아이도 겁이 많고 착하고, 부끄럼도 많이 탑니다. 3개월 전 이사하고 자기 방을 따로 마련하여(사실 이전 집에도 아이 방은 있었지만 그곳을 사용하지 않았죠) 따로 재우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진전이 없네요. 애써 내가 계속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이방 침대 밑에서 잠을 자는 수고를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아빠 잠잘 때면 온갖 무서운 생각이 나."
그러다가 한밤 중에 일어나는 몽유병 비슷한 증상까지 나타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엊그제부터는 엄마와 안방에서 자게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린아이니까.
안양천변에 있는 구일역 밑으로는 철교를 지나는 전철의 덜컹거리는 소리와 김포공항을 찾는 비행기들이 고도를 낮추면서 지르는 엔진음으로 시끄럽다. 거기에 급하게 꺾이는 도로에서는 간간히 체인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자전거들이 합세한다. 두 소음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지난 토요일 저녁에는 달랐다. 여러 소음을 뚫고 응급센터와 통화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가족과 함께 토요일 저녁 집을 나서 철산상업지구까지 안양천변 길을 따라 산책을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구일역 철교 밑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이미 4~5명의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 주변에서 그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고, 일부는 응급센터와 통화를 하는 듯했다. 나도 도울 것이 있을까 해서 다가갔지만 별다른 의료 지식이 없으니 그 상황에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쓰러진 사람은 40대로 보였고, 의식은 없었지만 불규칙적인 호흡을 보였다. 외상의 흔적도 없었다. 심장이나 뇌 기능 이상으로 인한 쇼크가 아닐까 의심해 보지만 그렇다해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처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이미 사람들이 그를 반듯하게 눕혀 놓고 있었고 머리를 받치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 역시 그가 왜 쓰러진 것인지 알지 못했다. 쓰러진 사람은 혼자 산책을 나와 일을 당한 것일까? 지나가던 사람들이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자전거 도로 주변이라서 일부는 자전거를 타고 오는 사람들에게 우회로를 안내하고 있었다. 2차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했다.
아이가 쓰러진 사람을 보고 받았을 충격을 걱정했다. 우리 가족은 서둘로 사고 현장을 떠나야 했다. 우리가 떠나 집으로 향하는 길에 구급차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아이는 애써 환자가 있는 쪽으로 손을 뻗어 안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구급차가 처음 고척교 밑으로 갔을 때 재빨리 달려가 그쪽이 아니라고 다시 안내해야 했을까? 어쩌면 그렇게 했어야 했고 그냥 지켜본 내 행동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3~5분의 차이였지만 그 시간도 그이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는 알 수 없다. 나도 알 수 없는 지나가는 사람의 선의에 내 생명을 맡겨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인적이 드문 길에 쓰러진 40대의 아저씨가 나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최초의 발견자였던 그 아저씨(계속해서 쓰러진 사람에게 말을 걸었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가 내가 될 수 있도록 좀더 용기를 낼 수 있는 삶을 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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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해가 새침하게 나온 품이 오늘도 참 날이 덥겠구나 하다가 그래도 간간히 떠 있는 구름에 잠시 눈길을 돌리며 집을 나섰습니다.
아파트 앞 주차대에서는 따릉이 관리원이 트럭을 세워두고 일부 자전거를 트럭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것은 특정 지역에 자전거가 너무 많으면 그 자전거를 실어다가 부족한 지역에 추가로 대는 일일 것입니다.
나름 아저씨 일을 돕는다고(내가 한 대를 빼서 나가면, 그만큼 아저씨가 자전거 한대를 뺄 필요가 없기 때문) 서둘로 자전거를 빼고 엉덩이를 걸치려 하는데... 하 앞바퀴가 흐물흐물하네요. 아저씨에게 말하고 다른 자전거로 갈아타려고 다시 앱을 열어 보는데 로딩은 또 왜이리 오래 걸리는지. 이번에는 자전거 바퀴와 브레이크 안장까지 다 살펴서 갈아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핸들이 이상합니다. 잡아 보니 폼이 어색한데...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손잡이가 약간 올라가 있어서 잡고 있다보면 팔꿈치가 바깥으로 향합니다. 어떻게 그냥 가볼까 했지만 불편해 바꿀 수밖에 없었네요. 다시 자전거를 갈아타야 했습니다.
다행히 세 번째 자전거로 무사히 공덕역까지 왔습니다. 사실 세 번째 자전거도 앞바퀴에 바람이 좀 부족한 느낌이지만 주행에는 무리가 없었고, 세 번째 갈아타는 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따릉이 자전거 선택은 복불복이지만 바쁜 아침에 자전거를 두 번이나 갈아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내쳐 바쁘게 달리고 나니 다리가 뻐근하네요. 39분. 정말 빨리 끊었습니다.
어찌됐든 오늘로서 서울역에서 출발해 부산역까지는 도착한 셈이 되었습니다.
🚲4일 PM(10.1km) + 5일 AM(10.2km) 자전거 주행: 20.3km 🚲2019년 자전거로 달린 거리: 413.4km
지난 1일부터 팀에 인턴 학생들이 출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근로자이자 학생이라는 애매한 직위를 갖고 있죠. 게다가 99년생이랍니다!!! 딸이 2009년생이니까 딱 10살 많은 셈인데요.
'인턴'하면 앤 해세웨이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2015년 영화 <인턴>만 알고 있던 저에게 이것은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같이 지내야 하니 몇가지 찾아본 게 있는데....
최근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의 목차에서는 90년생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목차 내용) ----------- "간단하거나" - 줄임말이 전방위로 확대된 90년대생들의 언어 | 90년대생 은어의 특징과 유형 | ‘별걸 다 줄였을 때’ 일어나는 일 |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언어: 이모티콘과 짤방 | “스압으로 다 읽지 못하겠음. 세 줄 요약 바람.” | 모바일로의 변화, 90년대생에겐 하나의 삶 | 더 이상 책 읽기를 할 수 없게 된 뇌 | 앱 네이티브의 시대: 비선형적 사고로의 대전환 | 초단편소설의 등장 | 앱 네이티브의 시대, 책은 종말할 것인가?
"재미있거나" - 기승전병, 새로운 병맛 문화의 출현 |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박준형의 〈와썹맨〉 | 90년대생의 새로운 능력: 드립력 | 현실 세계로 넘어온 병맛 문화 | 자아실현을 기본 욕구로 보았던 매슬로 | 재미를 통한 자아실현이 기본이 된 90년대생들
"정직하거나" -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이유 | 그들이 학종에 분노하는 이유 | 신뢰의 시스템화 | 진실의 순간을 잡아라 | 구직자가 면접관을 평가하는 시대 | 이젠 면접 점수도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대 | 화이트 불편러와 프로 불편러의 등장 ------------------
여하간 처음에는 돌아다니는 시한폭탄이 아닐까하는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폭탄해체반의 느낌으로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필요한 업무 지식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들을 환영하는 조촐한 팀회식도 가졌는데, 질문에도 잘 대답하고 활달한 성격의 학생들이라서 여기서 적응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이들은 앞으로 한달 동안 여기 사무실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이들을 통해서 99년생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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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잦은 모임 자리로 인한 과다한 음식 섭취에 대한 저 자신의 반성의 의미로 회식이 끝난 늦은 퇴근길 따릉이 이용을 결정, 안전한 한강 자전거 도로를 이용한 우회로로 집으로 돌아왔네요.
성산대교 근처 자전거 도로 위에서 LG V10으로 촬영
🚲2일 PM(18.7km) + 3일 AM(10.3KM) 자전거 주행: 29.1km 🚲2019년 자전거로 달린 거리: 373.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