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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가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꾹 눌러오는 통증이 숨을 쉬는 것도 힘들다. 나아가 배 전체적인 복통을 수반하니 이건 속수무책이다. 병원에 가야했다. 정초부터 병원이라니 씁쓸하다.

병원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소파에 널부러지 숨쉬기를 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짧은 시간이지만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치고 달려간다. 내가 어제 먹은 건 삼겹살, 오늘 아침에는 딸기만 먹고 출근했지. 딸기가 상한 걸까? 아니면 돼지고기의 문제였나? 술은 요며칠 동안 한두잔 마신 게 전부, 술 때문일리는 없고, 혹시 지병에 의한 무언가 알 수 없는 심각한 불치병??? 아냐아냐, 요새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해서 무리가 간 건 아닐까? 무슨 소리, 운동 열심히 해서 무리가 가면 근육에 무리가 가지 배는 왜 아파? 그래, 그건 그렇지. 하지만 요새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이렇게 아픈 거지?

곧이어 호출이 오고 의사 앞에 앉았다. 증상을 이래저래 이야기해 주고 어제 먹은 거 오늘 먹은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는데, 술술 자백했다. 그러나 그건 별로 관심사가 아닌듯, 의사는 내 명치를 꾹꾹 눌러보면서 아프냐고 물어보았다. 눌러서 아프지는 않았다.

의사 말로는 '위장염'이란다. 위염도 아니고 장염도 아니고 위장염이라니, 이게 어느 나라 말인가 싶더라. 그러면서 3일치 약을 지어줄 테니 먹고 안 좋으면 다시 오란다. 병의 원인이나, 예방법, 관리요령 등에 대해서는 알아서 하란 말인가? 진료시간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주사 한대 놔주는데, 그건 그냥 간호사가 놔준다.

병이 나니 먹는 것도 신중하고, 씹는 일도 세면서 한다. 진작에 그랬어야 하는데 몸이 아파야 그런 걸 보면 얼마나 어리석나. 오늘은 다시 병원에 가봐야겠다. 정초부터 병원 출입이라니 다시 한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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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덕수궁



소한이다. 대한이가 얼어 죽는다는 소한이라고 하는데, 오늘의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높다고 한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고 하는데 춥지 않으니 그것도 걱정이다.
새해 들어 처음 맞는 절기 중의 하나인 소한이 제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겨울철 가장 추운 날은 소한부터 시작해 대한까지라고 하는데
이대로 가면 소한이가 대한이네 가서 얼어 죽을지도 모르겠다.

예전 농가에서는 소한부터 입춘이 오기까지의 혹한기를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시기라고 한다.
'섣달 그믐이면 나갔던 빗자루도 집 찾아온다.'라는 속담이 말해 주듯 혹독한 겨울나기의 시작이 바로 이때부터이다.
지금은 이맘 때쯤, 우리는 진행 중인 새해 계획을 점검하고, 작심삼일로 끝내야 할 무리한 계획을 수정하고
보다 힘있게 추진해야 할 계획들에 대해 자신을 더욱 독려할 때이다.

새해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절기가 소한인데, 춥지 않다.
아무래도 어느 때보다 더 혹독한 추위를 넘겨야 하는 우리네 어려운 사정에 대한 하늘의 따뜻한 동정이 아닐까?
겨울이 춥지 않다는 것은 도시 생활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다. 난방비도 적게 들어가고 활동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춥지 않다는 날씨 예보를 믿고 자전거를 끌고 출근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허벅지가 뻐근하다.
그래도 새벽공기를 가르는 기분이 좋다. 무척이나 건조한 날씨다보니 차량이 내뿜는 매연의 냄새가 어느 계절보다 진하다.
마포대교를 건널 때 도시의 빌딩 위로 낮게 떠 있는 태양이 반가웠다.
앞으로 자주 대면해야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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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회적 자본 실태 종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회적 관계망 가입 비율은 동창회가 50.4%로 가장 높단다. 그 다음으로 종교단체 24.7%, 종친회 22%, 향우회 16.8%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과 동문회를 하면 반도 오지 않는다. 그나마 올해 초에 했던 행사에서 반의 반 정도가 참석했는데, 굉장히 많이 모였다고 한다. 그것이 우리 현실이다. 물론 동창회라고 하면 꼭 대학 동창회만 있는 게 아니다. 초,중,고등학교 등등 우리에게 거쳐온 동창회가 한두 개가 아니다. 이런 학연 외에도 지연과 혈연 등을 엮어보면 참 복잡한 관계망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빚어지는 비리와 이권개입, 부정 등은 그동안 숱하게 신문지면을 채워왔다. 우리 사회를 10년 후퇴시킨 위대한 영도자 MB도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이라는 학교/종교/지역의 관계망에서 사람을 뽑아 올리지 않았나. 꼴이 이러니, 학연/지연/혈연 이깟 연고주의 때려치워야 한다.

라고, 주장하기는 쉽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주장인가 되돌아보자. 문제는 관계를 어떻게 풀어 가는가에 있지 관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사회적 관계망에서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북대의 강준만 교수는 ‘공공적 연고주의’를 이야기했다. 연고주의를 타파해야 할 대상이 아닌 극복하고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학연, 연고주의는 어떠해야 할까?

후배 K의 경우다. 그는 사진찍는 것을 좋아했다. 홀로 사진을 공부했고, 그리고 그 어렵다는 언론고시를 통과해 종합일간지의 사진기자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토록 고생해서 들어간 언론사에서 광운대 국문과라는 간판은 조롱의 대상이었나 보다. ‘어찌 광운대 국문과가 우리 언론사에 들어올 수 있나’라는 멸시와 조롱을 견뎌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술자리에서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고, 번번이 그를 업신여기던 선배와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내 후배가 이 정도다. 선배들은 그보다 더 심했다. 많은 선배들이 회사 입사면접에서 광운대에 국어국문학과 실제로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뻔히 졸업증명서를 보면서도 이런 질문을 하는 건 그만큼 우리의 존재 가치를 의심하는 것이다. 이런 세상의 무관심은 여전히 많은 후배들을 곤욕스러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88학번부터 줄곧 이어온 이 굴욕의 역사는 여전히 끈질기게 우리(광운대 국어국문학과 졸업생)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굴지의 대기업이나 언론사의 문을 두드렸던 동문들이나 입문에 성공한 동문들이 겪었던 고충과 어려움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라는 졸업의 노래가 있지만, 앞서 졸업한 선배는 가시밭길을 홀로 헤쳐 나가야 했고, 여전히 어려운 경제 사정과 우호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여전히 홀로서기를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다. 후배들 역시 정보의 부족과 유력한 도움을 기대할 수 없어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졸업생들이 겪어야 할 고초는 여전하다. 그렇다면 졸업 선배들이 이들에게 취업 정보를 주거나 알선하고, 로비를 벌이는 것이 후배들을 아끼는 것일까?

“썩어 넘어진 서까래, 뚤뚤 구르는 주추는 꼭 무덤을 파서 해골을 헐어 젖혀 놓은 것 같더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기오? 백여 호 살던 동리가 십년이 못 되어 통 없어지는 수도 있는기오. 후!”
“십 년 동안이나 그리던 고향에 찾아오니까, 거기에는 집도 없고, 부모도 없고, 쓸쓸한 돌무더기만 눈물을 자아낼 뿐이었다.”

현진건의 단편 소설 ‘고향’에서는 일제 강점기 피폐해져 가는 조선 땅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이 단편 소설을 최근 들어 다시 읽었는데, 우리과가 지금 그렇다. 많은 졸업 선배들이 대학 시절을 삶을 인생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그 고향이 지금 피폐해 있다. 자본주의의 경쟁과 신자유주의의 무차별적 경쟁으로 우리의 고향은 현진건이 ‘고향’이라는 작품에서 말한 것처럼 피폐해졌다. 거기에는 생활, 학문, 투쟁의 공동체가 아닌 경쟁만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취업 정보 제공이나 알선, 로비 등은 당장의 도움은 되겠지만 문제의 해결이 될 수는 없다. 국어국문학과의 학문적 공공성을 되찾고 학문공동체로서의 국어국문학과를 살리는 길이 정답이다.

광운대 국어국문학과 동문회가 발족했다. 그러나 활동은 지지부진하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쁘기 때문이다. 누군가 여유가 있어서 진듯하게 이 모임을 이끌어 줄 만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 그게 우리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송년회에 가능하면 많은 이들이 찾아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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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난생 처음으로 머리를 퍼머했다.

예전부터 한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건데,

여자친구 집 근처의 미장원에 가서 과감하게 시도해 본 것이다.

분명 아주 덜 곱슬거리게 해달라고 했건만,

그러니까 살짝 웨이브 정도만 달라고 했는데,

여친이 그보다 더 강하게 해달라고 했나 보다.

해 놓고 얼마나 놀랐던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워낙 낯설어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일주일이면 자연스러워질 거라는 여친의 위로도 별로 소용없었다.


그리고 월요일...

회사 가기가 정말 싫었다. 아, 이건 또 얼마나 놀림감이 되려나...

그런데,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다.

다들 보기 좋다고 하니 큰 위로(?)가 된다.


그리고 어제, 그러니까 사고를 친 3일만에 우리 아버지는 나의 변화를 감지하신다.

아들에게 이리도 무심한 우리 아버지...

아무튼 아버지의 소감은 더 큰 위로가 됐다.


"잘 했구나. 그전에는 순하고 어리게만 보이더니,

머리를 그렇게 해놓으니까 뭐가 있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그다지 나쁘지 않은 반응들이다.

거기에는 위로도 있고 동정도 있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내 멋에 사는 거다.

그리고 그러려고 저지른 일이니 스스로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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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요일 아침 6시 반. 아마 태어나서 처음이 아니었을까. 도심지 고층빌딩 지하에 있는 사우나. 그러나 그곳은 복잡하다. 수면실에서는 전날 자체 통금에 걸려 집에 못 들어간 불쌍한 영혼들이 코를 골며 잠들어 있고, 부지런히 아침을 시작하는 노인네들과 어디선가 밤샘 작업을 끝내고 들어와 초췌한 젊은이들이 목욕탕 한 구석을 지지고 있었다.

난 전날 밤부터 시작된 두통에 시달렸다. 도대체 왜 갑자기 머리가 아픈 것일까. 저녁을 잘못 먹었을까?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지막 편집 작업에 신경이 곤두선 것일까? 원인도 대책도 없이 찾아든 목욕탕에 들어서면서 온갖 잡생각을 다 한다. 체중계에 올라서니 그새 72kg을 넘어서는 몸무게. 활동량이 부족하고 내내 앉아 있었으니 살이 찔 수밖에. 9월달보다 무려 4kg이 불었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체중계의 숫자를 보니 다시 열의가 불타오른다.

머리는 빠개질 것 같이 아프고, 뒷목은 뻐근한데,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일들이 있어, 41℃의 온수에 몸을 담가도 시름과 걱정은 쉽게 녹아들지 않더라. 이놈의 두통만이라도 털어버렸으면 좋으련만, 아마 OK작업이 끝날 때까지 이 두통은 나를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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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비가 그치더니,
이제는 겨울비가 내린다.
모든 낙엽들이 바닥에 바짝 엎드려
생애 마지막 목욕을 하고 있다.
온몸 가득히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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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잘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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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동백나무를 들여놨다.
사진에서도 보이지만, 잎이 축 처진게 좀 허약해 보였는데,
물을 잔뜩 주니 지금은 힘이 철철 넘친다.
무엇보다 꽃망울이 두툼한게 튼실해 보여서,
교과서가 끝날 즈음이면 붉은 동백이 환하게 피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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