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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집은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이다. 부산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잘 몰랐는데, 정말 산동네가 참 많다. 산 꼭대기 가까운 곳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집들을 보면서 삶의 팍팍한 한 자락을 보는 것 같았다. 친구의 집도 그런 산동네에 지어진 집이다.


12일은 오랜만에 갖는 편안한 휴식이었다. 아늑하고 따뜻한 집에서 친구와 한이불을 덮고 늦잠을 잤다. 오후 늦게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산의 태종대를 찾아갔다. 태종대는 서울의 남산공원과 비슷한 느낌을 줄만큼 숲이 우거져 있었다. 하지만 바다가 접해 있어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고 다양한 볼거리들이 마련되어 있어 남산과는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길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오고 거기서 바다를 보면 맑은 날은 대마도까지 보인다.




친구는 용접공이다. 하지만 정식 직원이 아니다. 조선소에서 일하면서 겪는 여러 애환을 이야기하다보니 역시 비정규직의 설움도 쏟아진다. 늦게 시작한 일이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지만, 배워야 할 것은 많고 속도는 더뎌 속상한 일도 많다. 게다가 조선소 일이라는게 매우 위험한 작업이 많아 친구 말로는 뼈가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위험하고 험한 일을 하면서도 위험에 대한 보상도 뚜렷하지 않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은 세계조선업 1위의 그늘이 아닐까. 내년이면 둘째도 태어나는데, 불안정 고용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13일 친구는 출근하고 입덧이 심한 제수씨가 차려준 밥을 먹고 집을 나왔다. 배는 저녁 7시에나 있지만 혹시나 해서 부산 연안여객터미널에 가서 표를 예매했다. 2등칸이다. 그래도 시간은 펄펄 남아 무엇을 할까 하다가 남포동 영화거리(PIFF광장)와 자갈치 시장을 둘러보았다. 자갈치 시장 아주머니들의 모습에서 억척같이 살아가는 부산 아지매의 힘을 보았고, 살아 펄펄 뛰는 활어들처럼 생명력있는 시장의 매력에도 빠져보았다. 40계단 기념비가 세워진 곳에도 가보고, 용두산 공원과 영도다리 근처에도 가보았다. 여객터미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주위를 맴맴 맴돌았다. 다행히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다.






5시경 다시 여객터미널에서 시간을 때웠다. 출항 한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갑자기 몰렸다. 모두 제주도로 가는 사람들이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분들이 초등학교 동창회로 모인 듯하다. 초등학교 동창회를 아직까지 만날 수 있다니 그분들만의 독특한 추억이 담긴 문화일 것이다.




자전거를 가지고 배를 타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개찰구에 섰고, 똑같이 줄을 서는데, 자전거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침 뚝 떼고 자전거를 끌고 대합실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들쳐 메고 배에 올랐다. 배의 탑승 입구에서 안내원이 입구에 매놓으라고 한다. 배가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게 매놓고 내가 묵을 객실로 가보았다. 2등칸은 6인실이다. 그러나 참 좁다는 느낌… 배는 예전 금강산 관광 때 선보였던 설봉호로 아직도 배의 옆에는 "금강산 관광 설봉호"라고 써 있다. 금강산 관광이 시들해져서 제주왕복선으로 바뀐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배의 기구한 운명 또한 참 야릇하다. 온국민의 염원을 안고 북한의 금강산으로 출발한 게 엊그제일 텐데, 이제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으로 운용되고 있으니…


6인실에는 이미 나를 제외한 다섯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 또래 1명과 40~50대 2명,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 두 분이 있었다. 젊은 사람은 이미 구석자리를 잡아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고, 나머지 네 분이 배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난 잠시 눈 인사만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배의 꼭대기로 올라가 떠나는 배 위에서 부산항과 작별했다.







9시뉴스가 끝나고 주몽을 할 때가 되니 사람들이 어수선하다. 주몽을 봐야한다며 리모컨을 만지작대지만 배는 이미 부산을 한참 떠나와 있고 MBC는 나오지 않았다. 난 이미 9시뉴스 때부터 구석을 잡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내일 새벽에 내리자마자 달릴 것을 생각하면 잠이나 일찍 자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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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언양읍내의 PC방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글을 올리고 난 후 잠잘 자리를 찾으러 나섰다. 이미 해는 어두워졌고, 애초부터 여관방을 잡을 생각이었는데, 식당의 주인부부가 알려준 등옥온천단지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여관방은 돈도 많이 들고 탕에 온전히 몸을 담글 수 없어서 찜질방을 찾아가기로 했다. 자수정 동굴(언양에서 유명한 관광명소 중 하나)을 찾아가는 길에 있다고 하는데, 이곳이 찾아가보니 산속이다. 차량통행도 뜸하고 가로등 하나 없는 왕복2차선 길을 더듬더듬 찾아갔다. 길은 3번이나 어긋나고 시간은 이미 8시를 넘어서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 걸까. 물어물어 가면서도 금방 가면 있다는 지역주민들의 말만 믿었는데, 정말 찾기 어려웠다. 탕에 들어가 씻은 후 집에 전화해 무사안착을 보고하고, 다시 찜질방 홀에서 9시 뉴스를 보다가 수면실에 들어가 잠들었다. 많이 달린데다가 막판 너무 힘을 빼버려 피곤했다.


등억온천단지는 신불산과 간월산 산줄기에 22만평 규모로 조성된 대규모 관광단지다. 작천천을 따라 조성된 가로수 길과 그리 힘들지 않은 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산세가 속속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찜질방 보다는 모텔이 즐비하다는 게 좀 아쉬웠다. 등억온천단지에서도 한참 들어간 외진 곳에 모텔과 찜질방을 겸업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 온천수는 수온이 29∼33도인 알칼리성 탄산수. 근처에 자수정 동굴과 간월산휴양림, 석가여래좌상이 안치된 간월사 등이 있다지만 가보지는 못했다.

일찍 잠들었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7시 반쯤 눈을 떠 8시 30분 경에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35번 국도를 타고 계속 부산을 향했다. 옆으로 경부고속도로가 달리다보니 국도는 한산하다. 양산천을 끼고 달리다가 부산에 들어간 시간은 대략 12시. 여기서 양산천이 낙동강과 만났다. 부산까지 무혈입성! 스스로를 격려했다. 드디어 해냈다는 뿌듯함이 물밀듯 밀려온다. 부산에 있는 친구와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왔다. 꿈에 그리던 성공이다. 언제나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내가 해내고 있는 거다. 하지만 처음 해 본 자전거 여행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않다. 힘들고 어렵고 매시간 그날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바빴다. 관광다운 관광은 하지 못하고 막상 달리기만 했다. 혼자 가는 여행에서 동행을 만나지 못한다면 참 재미없는 일이다. 하지만 만일 다음에 다시 자전거 여행을 간다면 여유있게 관광을 겸한 여행을 해볼 것이다.


'무혈입성'이란 말이 입에서 맴돌기 무섭게 엎어지고 말았다. 어느 건설현장의 벽에 쳐놓은 현수막을 피하느라 미쳐 늘어진 끈을 보지못했는데, 그 끈이 손잡이에 탁 걸리면서 핸들이 돌아버려 그대로 고꾸라지고 만 것이다. 강원도 도덕고개를 넘어오면서 한번 위기는 있었지만, 그때도 넘어지지는 않았는데, 부산에 들어와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만 것이다. 방심은 금물. 잠시 마음을 놓아버린 것이 그만 작은 사고를 불렀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다시 추스르고 부산구덕운동장을 찾아갔다.







오늘 내일 친구집에 머물면서 쉬고 모레 월요일 오후 7시 배편을 이용해 제주도로 떠날 예정이다. 일요일 배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월요일 배를 타기로 했다. 일정이 예상보다 자꾸 늦춰지는 것이 걱정이다.





주행거리 : 65km

주행시간 : 6시간

주행구간 : 등억온천단지 > 양산시(상북면사무소) > 양산시청 > 부산역 > 부산구덕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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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앓았다. 그러니까 그저께 저녁 민박집에 들어가 약국에서 지어온 콧물약과 기침약을 먹었다. 약에 워낙 민감한 지라 한번 먹으면 낫겠지 싶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눈은 7시에 떠졌는데, 정신이 몽롱했다. 약기운인지 아니면 몸살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더 머물렀다. 강구라는 소읍을 둘러보기라도 했다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텐데…


쉬는 동안 과연 이 여정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일 끝까지 가기 어렵다면 어디서 마칠 것인지, 돌아가는 길은 어떻게 잡을 것인지, 자전거는 어떻게 보낼 것인지 내내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주를 목표로 잡았지만, 몸상태와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출발전부터 생각해 둔 것이었다.


머릿속은 그렇게 복잡하고 몸은 땀을 흠뻑 쏟아내고 있었다. 반바지만 입고 있어도 이불이 흠뻑 젖는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땀을 흘렸다. 몸살보다는 약기운인 것 같았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민박집에 틀어박혀 TV리모콘만 까딱까딱하며 이불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가끔 식사하러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바깥출입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를 더 머물고 오늘 아침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어찌됐든 부산까지 가서 자전거를 소화물로 보내고 기차로 올라가던, 아니면 제주도로 가는 배를 타던 양당간의 결정은 거기가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초 가기로 했던 동쪽의 끝 호미곶은 가지 않기로 하고 곧장 포항으로 향했다. 7번국도를 다시 탄다는 마음이 처음에는 조금 께름칙했는데, 갓길도 아주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차량통행도 그리 많지 않아 달릴만 했다. 게다가 언덕도 없어 포항까지 내차 달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의외로 행보가 가벼워지는 걸 느낀 나는 경주까지도 이런 식으로 간다면 오전 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기대는 다행히 이루어져 1시가 되기 전에 경주역까지 올 수 있었다. 그만큼 7번국도는 달리기 좋게 잘 되어 있었고, 나 역시 몸상태가 예전상태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회복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주역에 도착하니 역 광장에는 수학여행을 왔는지 한무리의 청소년들이 눈에 띈다.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경주는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참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자전거로 찾아온 나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경주역에서 관광안내지도를 받고, 다시 35번 국도를 타기 위해 경주국립박물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15분 정도 달리니 경주박물관이 나온다. 경주에 와서 관광을 한 곳은 박물관이 전부다. 아쉽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경주의 사람들과 집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경주박물관을 나와 35번국도를 탔다. 처음에 좀 좁은 길을 지나고 나서 본격적인 도로로 나서면 35번국도는 7번국도보다 더 편하다. 바로 옆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차량들은 고속도로를 탄다. 그러다보니 35번국도는 차량통행이 한산하다. 다시 신나게 달린다. 손목이 좀 시큰거리지만 자꾸 동작과 자세를 바꿔줄 수 있으니 훨씬 편하다. 긴장할 때는 자세바꾸는게 어려운데, 차량이 별로 없으니 어떤 자세든 마음대로다.




언양에 도착해 어제와 오늘의 여정을 정리한다. 언양은 경주와 양산 사이에 있고, 부산에서 약 55km떨어져 있는 곳이다. 내일 오후면 부산이다. 지도를 보니 오늘 달린 거리가 지금까지 달린 하루주행거리로는 가장 길다. 새롭게 자신감이 붙는다. 제주도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북상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지금의 기침만 좀 멎는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




주행 거리 : 약 107km

주행 시간 : 10시간

주행 구간 : 강구항 > 장사해수욕장 > 포항시 흥해읍 > 경주역 > 국립경주박물관 >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 등억온천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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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안에 바람이 들어왔다. 목이 다 타들어간 것 같았다. 자꾸 물을 마셔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밭은 바람을 입밖으로 자꾸 쏟아냈다. 기침이다.


어제 좀 무리했나 보다. 거리도 거리지만, 그 수십개는 될 것 같은 언덕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바람은 또 어땠나. 전국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겨울 초입의 바람이다. 게다가 바닷바람이니 그 바람이 몸 안에 들어와 아무 일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있을 줄은 알았다. 기침이 좀 나올 뿐인가 싶더니, 손목이 아프다. 내리막길에서 무게 중심이 손목에 많이 쏠려서 그랬을 것이다. 아침에 약국에서 파스를 사서 붙였지만, 계속 손목에 힘이 들어갈 테니 그다지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다.


다리는 예전부터 언제 신호가 올까 조마조마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무릎에서 이상신호가 온다. 역시 언덕길을 넘다보니 생긴 후유증일 것이다. 밤마다 마사지를 해주지만 근육에 중점두었을 뿐이라 무릎은 그다지 신경쓰지 못했던 것이 화근이다. 그래도 아직 페달을 밟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저 언덕길을 올라가거나 과도하게 힘을 줄 때면 무릎이 약한 신호를 보내는 정도다.


해안도로를 타고 내려갔다. 처음 해안도로는 평지길이었다. 한 한시간 이상을 달리면서 바다도 여유롭게 관망하며 갈 수 있었고 해안기암의 절경도 눈에 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맞바람이었다. 쉴새없이 부는 매서운 남서풍이 도저히 속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몰아쳤다. 바닷바람이 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강한 바람을 맞아보는 건 처음이다. 그래도 날은 따뜻했고 하늘에는 구름도 거의 없어 어제처럼 춥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새파란'과 '시퍼런'의 차이를 새삼 느꼈던 바다와 하늘. 작은 어촌마을마다 진하게 풍기는 비릿한 냄새들. 뺨을 스치는 매서운 바람과 함께 온 몸이 동해를 느끼고 있었다. 한참을 내달리니 다시 7번국도를 만났다. 이번 7번국도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은 관광버스와 콘테이너트럭, 그리고 탱크로리 차량. 시골버스(관내버스)는 자전거가 앞에 있으면 웬만하면 피해서 가려고 노력하는데 관광버스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슬아슬하게 옆을 스쳐간다. 콘테이너트럭은 그 길이 때문에 위협적이고 탱크로리는 소리가 여느 트럭보다 더 큰 것처럼 느껴진다.




울진군과 영덕군 모두 대게를 관광상품으로 내걸고 있었다. 해안도로 길가마다 가게들 열에 아홉은 대게를 내걸고 장사를 했다. '울진 대게'와 '영덕대게'. 둘다 같은 바다에서 잡힌 것일 테니 똑같지 않을까. 울진군 경계를 넘어 영덕군 병곡면에 들어섰다. 병곡면사무소를 찾아가 영덕군 관광지도를 구했다.


병곡면에서 다시 7번국도와 헤어지고 해안도로로 들어섰다. 고래불해수욕장 옆의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는 길은 한참 평지길로 역시 바람의 저항을 제외하고는 달릴만 했다. 간간히 나오는 작은 언덕들은 가뿐히 올라준다. 이 정도로만 간다면 오늘의 목적지 강구까지는 너끈히 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


대진항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축산면 소재지를 지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언덕길이 시작됐다. 언덕을 오르던 도중 자전거 앞바퀴가 1단으로 놓자 체인이 빠져 버렸다. 자전거도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1단으로 놓으면 뒷바퀴와 체인이 부딪히는 현상도 나타났다. 1단으로 놓고 달릴 수 없게 됐다. 웬만하면 2단으로 놓고 올라갈 수 있지만, 너무 힘든 길은 끌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강구를 향해 가는 길에 수많은 항구마을들을 만났는데, 대개의 마을들이 언덕과 언덕 사이에 있어 상당히 애를 먹었다.






한참을 달리니 대관령에서 본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영덕풍력발전단지다. 이곳에 영덕해맞이 공원도 함께 있다. 여기에 도착한 시간이 3시 30분. 그 전에 축산면에서 빵과 우유를 먹었지만 허기가 져서 라면을 사먹었다.




해맞이 공원을 내려가면서부터 강구까지는 거의 고갯길이 없는 평지길이었다. 바람을 제외하고 나를 곤란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 길을 달리다보면 갯바위 위에서 길게 낚시대를 드리우고 낚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파도가 거칠고 바람도 거세게 부는 데 춥지는 않을까. 그 재미는 낚시꾼만 알 것이다.





강구는 영덕대게 집하장처럼 어수선했다. 관광 온 사람도, 대게를 사러 온 사람도 모두 이곳으로 모이는지 바닷가에 있는 점포직원들은 손님을 부르느라 바쁘다. 내일은 구룡포까지 가볼까. 거리가 역시 만만치 않다. 또 몸이 회복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행거리 : 약 81km

주행시간 ; 약 6시간 30분

주행구간 : 울진군청>망양해수욕장 > 영덕해맞이공원 > 강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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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민박집을 나왔을 때는 8시가 되지 않았다. 어제 오후 늦게 컵라면 하나 먹은 게 전부였으니 배가 고플만 하다. 게다가 근처에 식당도 없다. 인사하는데 노부부는 아침 식사 중이었다. 민박집 노부부에게 밥을 얻어먹을까 했지만, 그럴 주변머리가 부족하다. 그러니 몸이 고생한다.


바람이 정말 심했다. 특히 언덕을 올라갈 때 맞는 맞바람은 정말 고통스럽다. 해안도로에는 차가 없다지만, 언덕이 많다. 울진까지 오면서 수없이 많은 언덕을 넘어야 했다. 언덕을 오르는데 1시간 걸린다면 내리막길은 고작 15분…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


부남리를 지날 즈음 해안도로가 이상하다. 비포장길이 나온 것이다. 여기저기 도로공사를 하는 트럭, 포크레인 등이 보인다. 그런데도 자전거 여행객을 막지 않는다. 길이 연결되어 있으리라 믿고 달렸다. 한시간 가까이 달리자 다시 포장도로가 나왔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풀렸다.


다시 7번국도와 만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이 다음부터는 해안도로가 따로 없단다. 용화휴게소에서 늦은 아침을 해결했다. 장호유원지를 옆으로 지나치고 임원해수욕장도 지나자 또다시 기나긴 언덕길이 나온다. 쉬다가 오르다가를 반복하다가 도달한 곳은 도덕공원. 이곳이 바로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면이다. 드디어 경상북도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경상북도로 진입했지만 울진 중심지까지는 한참을 더 달려야 했다. 이 곳 역시 부구 지점 근처에서 7번국도가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고 구도로로 이동할 수 있다. 대부분의 차량은 7번국도로 가고 구도로는 차량이 거의 없다. 그러나 언덕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동안 한 자전거 여정 중 가장 많은 언덕을 지나왔다.


죽변에 도착했을 때가 한시가 넘었을 때다. 이곳의 자장면 집에서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었다. 자장면을 먹고 나와 옆 초등학교 아이들이 노는 것을 한참 구경했다. 남녀 섞여서 함께 축구를 한다. 유독 다른 아이들보다 큰 여자아이가 눈에 띈다. 여느 아이들보다 공차는 것도 시원시원하고 또래 아이들에게 이런저린 지시도 내린다. 주로 수비를 보는데 결정적인 위기를 막아낼 때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차별이 없다.


죽변을 거쳐 다시 이어지는 언덕레이스. 30분 오르고 10분 내리달리고 다시 30분 오르고 10분 내리달리고... 그러기를 한 두시간, 드디어 울진읍내가 보인다. 목적지 도착한 것이다. 부남리를 지날 즈음 해안도로가 이상하다. 비포장길이 나온 것이다. 여기저기 도로공사를 하는 트럭, 포크레인 등이 보인다. 그런데도 자전거 여행객을 막지 않는다. 길이 연결되어 있으리라 믿고 달렸다. 한시간 가까이 달리자 다시 포장도로가 나왔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풀렸다.






다시 7번국도와 만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이 다음부터는 해안도로가 따로 없단다. 용화휴게소에서 늦은 아침을 해결했다. 장호유원지를 옆으로 지나치고 임원해수욕장도 지나자 또다시 기나긴 언덕길이 나온다. 쉬다가 오르다가를 반복하다가 도달한 곳은 도덕공원. 이곳이 바로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면이다. 드디어 경상북도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경상북도로 진입했지만 울진 중심지까지는 한참을 더 달려야 했다. 이 곳 역시 부구 지점 근처에서 7번국도가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고 구도로로 이동할 수 있다. 대부분의 차량은 7번국도로 가고 구도로는 차량이 거의 없다. 그러나 언덕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그동안 한 자전거 여정 중 가장 많은 언덕을 지나왔다.


죽변에 도착했을 때가 한시가 넘었을 때다. 이곳의 자장면 집에서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었다. 자장면을 먹고 나와 옆 초등학교 아이들이 노는 것을 한참 구경했다. 남녀 섞여서 함께 축구를 한다. 유독 다른 아이들보다 큰 여자아이가 눈에 띈다. 여느 아이들보다 공차는 것도 시원시원하고 또래 아이들에게 이런저린 지시도 내린다. 주로 수비를 보는데 결정적인 위기를 막아낼 때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차별이 없다.


죽변을 거쳐 다시 이어지는 언덕레이스. 30분 오르고 10분 내리달리고 다시 30분 오르고 10분 내리달리고... 그러기를 한 두시간, 드디어 울진읍내가 보인다. 목적지 도착한 것이다.





주행거리 : 60.7km

주행시간 : 7시간

주행코스 : 덕산해수욕장 >> 용화휴게소 >> 장호유원지 >> 임원해수욕장 >> 울진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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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삼척 온천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수면실에 사람이 없는 대신 모기가 극성이다. 홀에서는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소리치며 설쳐대는 통에 수면실로 대피했건만 역시 쉽게 잠들지 못했다.


찜질방 PC를 이용해 6일차 코스를 살펴봤다. 울진까지 갈 경우 국도에서는 한재터널을 피할 수 없다. 다시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훔쳐본다. 국도를 타고 달린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해안도로를 탔다는데,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다. 자세한 지도를 얻었어야 했다. 삼척시 지도를 따로 구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든다.


아침에 카운터에 삼척시 지도가 있는지 물어보니 있었는데 떨어졌단다. 근처 삼척 경찰서 민원봉사실에도 없다. 여기는 관광수입에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다. 찜질방 카운터 직원은 찜질방 뒷편 언덕길을 오르면 해안도로와 만난다고 알려주었다. 그저 산책길이라고 하는 그 언덕은 자전거를 타고는 오를 수 없는 곳. 끌고 오르기 시작했다. 어찌된 길인지 알 수 없이 세갈래 길이 나온다. 직진으로 멀리 보이는 호텔방면으로 달렸다. 길이 막혔다. 철문으로 막아놓았다. 다시 끙끙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와 다른 길로 달렸다. 또 갈림길이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해 내려가니 민가가 나온다. 길이 없다. 다시 돌아와 아까 그 갈림길에서 오르막길을 택한다. 길을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빗방울이 보인다. 아직도 삼척의 찜질방 근처에서 헤매고 있는데 비라니… 일단 아저씨의 안내대로 나가니 정말 해안도로가 나온다. 차도 없고, 길도 잘 뚫려 있다. 탁트인 바닷가를 왼편에 두고 거침없이 달렸다. 하지만 빗방울이 점점 심상치가 않다.




해안도로를 나와 다리를 하나 건너니 7번국도와 만났다. 삼척시 정라동에 들어선 것이다. 정라동에서 다시 국도를 타는 기분은 찜찜했다. 계속 이렇게 간다면 한재터널과 만나는 건데… 그러나 삼척남초등학교를 지날 즈음 자동차전용도로 표지판이 나온다. 그 왼편에는 맹방해수욕장 가는 길이 있다. 그렇다면 저 길이 해안도로로 가는 길이 아닐까. 예상대로 맹방해수욕장 길이 바로 해안도로였다. 그러나 빗방울은 이미 굵어져 있었다. 방수를 자랑하는 고어텍스 점퍼도 촉촉이 젖어들고 있었다. 해안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지만, 이렇게 젖은 상태에서 더 달린다는 것은 몸에 무리가 따를 거라고 생각되었다.


결국 덕산해수욕장에서 민박을 구하기로 하고 여기저기 '민박'이라고 써놓은 집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초겨울로 들어가는 길목에 바닷가에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다. 아마도 성수기 때만 영업을 하는 것 같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청솔민박집. 두 노부부가 운영하는 집인데, 샤워실이 각방마다 갖춰져 있고 바다와 접해 있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할머니는 나를 2층 끝방으로 안내했다. 성수기 때는 8만원까지 받는 방이란다. 할머니에게 따로 커피 대접까지 받고 할아버지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또 그동안 한번도 빨지 않은 자전거용 바지와 티셔츠를 빨 수 있었다.


오후 늦게 날이 갰다. 바람은 여전히 심했지만, 파란하늘이 보이자 아쉬움이 생겼다. 조금만 더 달릴 것을 그랬나 싶다가도 이왕 쉬는 거니 편하게 쉬었다가자. 옷을 갈아입고 바닷가를 거닐었다. 황량한 해수욕장 풍경. 모두가 떠나고 몇몇 낚시꾼들만 길게 낚시를 들이우고 바람과 파도를 바라보며 입질을 기다리는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그저깨 본 경포대의 바닷가는 관광객들도 많고 놀러온 청소년들이 한창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댔는데, 이곳은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만 가득했다.









밤이 되니 적적하다. 컴퓨터가 없어 오늘의 일정을 수첩에 정리하다가 창밖을 보니 달이 둥실 떠 있다. 바다 한가운데 달빛을 드리운 모습을 처음 접한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재빨리 카메라를 들고 나가 바다와 달을 렌즈에 담았다.


어찌됐든 예정했던 일정보다 이틀이 늦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경주에서 며칠 묵을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행거리 : 12km

주행시간 : 2식간 30여분

주행코스 : 삼척온천 >> 정라동 >> 맹방해수욕장 >> 덕산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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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은 오늘을 포함해 꼭 두번 지나왔다. 한번은 용문터널로 기억된다. 짧기도 했고 옆으로 지나친 차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늘 통과한 7번국도의 동해 터널은 길이만 500m에 가깝다. 터널은 제대로 된 갓길이 없다. 배수로로 만들어놓은 것이 전부다. 그러니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또한 오고가는 차들의 매연이 터널 안에 가득하다.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다. 입구 바로 앞에서는 자전거 운전자든, 차량 운전자든 잠깐 시야가 어두워지는 실명 현상을 겪게 된다. 그 순간이 자전거 라이더에게는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안보이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까. 1초도 안되는 순간이겠지만, 그 순간에 한사람의 삶이 끝나고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뒤에서 오는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터널로 진입하는 것이 그 이유다. 미국 대륙횡단을 한 홍은택 씨도 터널에 들어가는 라이더는 강심장이라고 했다. 매연이나 도로상황 시야고장 보다 더 두렵게 하는 것은 소리다. 공포영화에 대한 실험에서도 시각보다는 청각에서 사람들이 더 공포를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만큼 청각으로 느끼는 공포는 더욱 크다는 말이다.

불과 5일 달렸을 뿐이지만 최소한 내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자가용인지, 버스인지, 트럭인지, 대형트럭인지 정도는 안보고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생존본능이었으리라. 그러나 터널에서는 그런 구별이 무색하다. 이미 반대편 차선에서 지나간 차량의 소리를 달려오는 차량으로 착각하는가 하면, 대형트럭들이 지나갈 때면 귀가 멍멍해지면서 머리까지 띵해지는 현상을 겪기도 한다. 이를 두고 홍은택 씨는 '터널은 고장난 앰프'라고 했던가. 오늘도 터널을 지나오다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관광버스를 피하느라 터널에 기댔다가 오른쪽 팔뚝에 터널벽의 시커맨 매연때를 잔뜩 묻히기까지 했다. 다시 터널이 나온다면 더더욱 조심해야겠지만, 제발 다시 터널이 나와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릉에서 삼척은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7번국도로 갈아타면 도착할 수 있다. 해안도로라서 그저 평지를 내달릴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정동진까지 가는 길에서 여러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몇번씩이나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던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니 가장 편한길은 그저 평탄한 길이다. 오르막길은 힘겹고 내리막길에는 위험요소가 있다. 자꾸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내 자신이 스스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천천히 느릿하게 언덕길을 오르다가 다시 쏜살같이 내리막길을 달리고 다시 천천히 언덕길을 비질비질 오르다가 다시 미친놈처럼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물론 자전거 라이더 중에는 이런 길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길은 날 정말 지치게 하는 길이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정동진에 도착했다. 두번째 와보는 것이지만 역시 별 볼 것 없는 곳이다.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매번 연인 없이 혼자 와서 그런 걸까? 이곳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웠다.







정동진역을 나와 길을 나섰다. 이 롤러코스터 같은 해안도로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7번국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7번국도도 다르지 않았다. 해안도로처럼 심한 것은 아니지만 완만한 언덕과 내리막길의 반복이다. 중간중간에 준비한 빵과 물로 계속 영양보충을 했다. 삼척에 다다를 쯤 길고 높은 언덕에 아파트촌이 보인다. 설마 저기까지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 싶었지만, 결국 올라갔다.

내 지금의 삶도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렵고 힘든 고비를 넘어가면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그런 바램으로 내일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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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을 넘는 것은 의외로 쉬웠다. 전날 세번의 고갯길을 넘으면서 생긴 요령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제 묵은 곳의 해발고도가 높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대관령을 조금만 오르다보면 해발고도 700m지점에 도달하고 거기서 더 달리면 에너지연구소라고 풍력발전기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해발고도 832m 대관령 정상!!! 그렇게 경외했던 장소에 이렇게 쉽게 올라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이제 내려가는 길의 끝에 강릉이 기다리니 당황스러움 보다는 기쁨이 크다.







대관령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이 내리막길은 강릉영동대학까지 연결되며 약 18km다. 이 길은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힐클라임대회의 정식 코스이기도 하다. 힐클라임 대회는 자전거를 타고 강릉영동대학(해발고도 30m)에서 출발해 대관령 정상까지 18km를 오르는 대회로 자전거 매니아들에게는 도전해 볼만한 대회라고 한다.


역시 내려가는 길은 정말 위험천만하고 스릴있다. 특히 급커브길과 급경사가 겹쳐 있다보니 손에 땀을 쥐고 손목에 너무 강한 힘이 들어가 시큰거릴 정도로 통증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강릉에 사는 지인을 만나기로 했기에 강릉교도소 앞을 지날 때 지인에게 경포대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전송했다. 강릉시도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닌지라 복잡했다. 초입부터 헤매며 물어물어 찾아가던 중 관광안내소가 보여 직원에게 강릉시 지도를 부탁해 받을 수 있었다. 관광안내소는 여러 여행객들에게 매우 유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상세한 여행지도를 받을 수 있어서 지역의 관광명소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길에 대한 안내도 비교적 자세히 되어 있어 낯선 여행객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


안내지도를 보며 경포대를 찾아가던 중 친구 민에게서 전화가 왔다. 민에게는 자전거 여행을 간다고는 얘기했지만 믿어지지 않았는지, 내가 강릉에 도착했다니까 놀라는 눈치다.


"야, 나 여러번 죽을 뻔했다. 정말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들다."

"너 진짜 미쳤구나."

"그러게, 하다보니 내가 정말 미친 짓을 했구나 싶다."

"암튼 조심해서 잘 다녀와라."

"야 한번 지원 안 나오냐?"

"나도 하번 가고 싶은데, 일정이 어떻게 되냐?"


대략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니 민은 진심인지 꼭 가겠다고 말했다. 그 말만으로 참 기뻤다. 오지 않는다 해도 멀리서 진심으로 응원하는 한 사람을 얻은 기분이다.




원래 일정은 동해까지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포대 바다 앞에 서니 더 달리고 싶지 않았다. 바다를 멀리 바라보다 해변의 모래 위로 누워버렸다. 파란하늘에 눈이 시리다. 눈을 감았다. 서울을 출발해 여기까지 달려왔던 과정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괜히 내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졌다. 한순간 이만큼 했으면 정말 잘한거다 싶으면서 이제 그만 서울로 돌아가자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 무엇보다 외롭다는 느낌, 이만큼 했으면 할만큼 한 거라는 위안이 나를 감쌌다.





눈을 떴다. 새파란 하늘이다. 다시 일어나 앉았다. 두 소녀가 모래를 컵에 담아 바다로 던진다. 아이들에게는 무척 진지하고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엄마가 바다 가까이 가지마라 나무라지만 막무가내다. 어차피 돌아올 모래들을 계속 그렇게 바다로 던지는 아이들. 그들에게는 행동 그자체가 소중하고 의미있다. 누가 무어라 하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그 행동이 놀이이고 학습이다.




약속한 지인 선영씨와 만났다. 예전 직장에서 알게 된 사람이다. 그냥 '아는 여자'라고 하면 될까? 선영씨에게 풍성한 지원을 받았다. 자기 동네에 왔으니 손님 접대를 제대로 하겠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여행객에게는 더할 수 없는 기쁨이고 위안이다.


진짜 원조 초당순두부 집에서 순두부와 비지를 정말 맛있게 해치우고 근처의 허난설헌 생가에 들러 주옥같은 그의 시를 읽으며 즐거운 낮 한때를 보냈다. 다시 택시를 타고 나를 안내한 곳은 오죽헌. 율곡 이이 선생의 생가이며 신사임당의 친정집이라고 한다. 이곳은 꽤 잘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허난설헌 생가의 풋풋함이 더 정겹다. 저녁에는 경포의 바닷가에서 회를 먹었다. 그야말로 융숭한 칙사 대접을 받은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오늘 하루는 이곳 경포대에 있는 찜질방에 묵고 내일 출발할 것이다. 서울에는 비가 왔다고 하지만 여기 강릉은 파란 하늘에 낮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송글송글 맺힐 만큼 따뜻하다. 내일은 동해를 지나 삼척까지 가볼 예정이다. 오전에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다. 비가 온다면 갠 다음에 출발할 것이다. 여기서 까먹고 헝클어진 일정을 어떻게 만회할지는 삼척가서 고민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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