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앓았다. 그러니까 그저께 저녁 민박집에 들어가 약국에서 지어온 콧물약과 기침약을 먹었다. 약에 워낙 민감한 지라 한번 먹으면 낫겠지 싶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눈은 7시에 떠졌는데, 정신이 몽롱했다. 약기운인지 아니면 몸살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더 머물렀다. 강구라는 소읍을 둘러보기라도 했다면 억울하지도 않았을 텐데… 쉬는 동안 과연 이 여정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일 끝까지 가기 어렵다면 어디서 마칠 것인지, 돌아가는 길은 어떻게 잡을 것인지, 자전거는 어떻게 보낼 것인지 내내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주를 목표로 잡았지만, 몸상태와 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출발전부터 생각해 둔 것이었다. 머릿속은 그렇게 ..
몸안에 바람이 들어왔다. 목이 다 타들어간 것 같았다. 자꾸 물을 마셔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밭은 바람을 입밖으로 자꾸 쏟아냈다. 기침이다. 어제 좀 무리했나 보다. 거리도 거리지만, 그 수십개는 될 것 같은 언덕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바람은 또 어땠나. 전국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겨울 초입의 바람이다. 게다가 바닷바람이니 그 바람이 몸 안에 들어와 아무 일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있을 줄은 알았다. 기침이 좀 나올 뿐인가 싶더니, 손목이 아프다. 내리막길에서 무게 중심이 손목에 많이 쏠려서 그랬을 것이다. 아침에 약국에서 파스를 사서 붙였지만, 계속 손목에 힘이 들어갈 테니 그다지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다. 다리는 예전부터 언제 신호가 올까 조마조마했다. ..
청솔민박집을 나왔을 때는 8시가 되지 않았다. 어제 오후 늦게 컵라면 하나 먹은 게 전부였으니 배가 고플만 하다. 게다가 근처에 식당도 없다. 인사하는데 노부부는 아침 식사 중이었다. 민박집 노부부에게 밥을 얻어먹을까 했지만, 그럴 주변머리가 부족하다. 그러니 몸이 고생한다. 바람이 정말 심했다. 특히 언덕을 올라갈 때 맞는 맞바람은 정말 고통스럽다. 해안도로에는 차가 없다지만, 언덕이 많다. 울진까지 오면서 수없이 많은 언덕을 넘어야 했다. 언덕을 오르는데 1시간 걸린다면 내리막길은 고작 15분… 그리고 다시 오르막길. 부남리를 지날 즈음 해안도로가 이상하다. 비포장길이 나온 것이다. 여기저기 도로공사를 하는 트럭, 포크레인 등이 보인다. 그런데도 자전거 여행객을 막지 않는다. 길이 연결되어 있으리라 ..
어제는 삼척 온천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수면실에 사람이 없는 대신 모기가 극성이다. 홀에서는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소리치며 설쳐대는 통에 수면실로 대피했건만 역시 쉽게 잠들지 못했다. 찜질방 PC를 이용해 6일차 코스를 살펴봤다. 울진까지 갈 경우 국도에서는 한재터널을 피할 수 없다. 다시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훔쳐본다. 국도를 타고 달린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해안도로를 탔다는데,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다. 자세한 지도를 얻었어야 했다. 삼척시 지도를 따로 구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든다. 아침에 카운터에 삼척시 지도가 있는지 물어보니 있었는데 떨어졌단다. 근처 삼척 경찰서 민원봉사실에도 없다. 여기는 관광수입에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다. 찜질방 카운터 직원은 찜질방 뒷편 언덕길을 오르면 해..
터널은 오늘을 포함해 꼭 두번 지나왔다. 한번은 용문터널로 기억된다. 짧기도 했고 옆으로 지나친 차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늘 통과한 7번국도의 동해 터널은 길이만 500m에 가깝다. 터널은 제대로 된 갓길이 없다. 배수로로 만들어놓은 것이 전부다. 그러니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또한 오고가는 차들의 매연이 터널 안에 가득하다.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다. 입구 바로 앞에서는 자전거 운전자든, 차량 운전자든 잠깐 시야가 어두워지는 실명 현상을 겪게 된다. 그 순간이 자전거 라이더에게는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안보이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까. 1초도 안되는 순간이겠지만, 그 순간에 한사람의 삶이 끝나고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뒤에서 오는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터널..
대관령을 넘는 것은 의외로 쉬웠다. 전날 세번의 고갯길을 넘으면서 생긴 요령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제 묵은 곳의 해발고도가 높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대관령을 조금만 오르다보면 해발고도 700m지점에 도달하고 거기서 더 달리면 에너지연구소라고 풍력발전기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해발고도 832m 대관령 정상!!! 그렇게 경외했던 장소에 이렇게 쉽게 올라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이제 내려가는 길의 끝에 강릉이 기다리니 당황스러움 보다는 기쁨이 크다. 대관령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이 내리막길은 강릉영동대학까지 연결되며 약 18km다. 이 길은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힐클라임대회의 정식 코스이기도 하다. 힐클라임 대회는 자전거를 타고 강릉영동대학..
산을 넘어 오는 가을아침 햇살이 반갑다.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진다고 하는데, 여기는 아침도 무척 쌀쌀하다. 준비한 쟈켓을 입고 페달을 밟았다. 횡성은 한우가 유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소똥냄새가 진하게 넘실거린다. 차들이 아침부터 많이 달렸다. 왕복 4차선이다보니 달리는 속도 역시 무섭다. 어제 준비한 상세한 지도로 다음 예상 목적지를 보며 달리니 그리 힘겹지 않다. 페달을 밟는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내심 '이렇게만 달린다면 오늘 대관령도 넘지 않을까' 싶었지만, 지금까지 하루하루 달려온 거리보다 오늘 가야할 목표거리가 좀더 길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첫번째 언덕길에서 쉽게 접어야 했다. 갑자기 나타난 언덕길 가도가도 끝이 없이 빙빙 돌아간다. 10% 언덕 앞에서는 아예 자전거를 끌고 갔다. 이 고..
2일 : 횡성 내 몸에 맞는 최대속도를 찾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과 산위에서 내려오는 단풍진 숲의 모습. 길의 저편 끝까지 이어진 은행나무 가로수 길. 그곳을 달리다보면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들. 간간히 내 옆을 달리는 자동차들의 시샘일 듯 뒷꽁무니에서 날아오르는 낙엽들이 스치듯 나에게 다가서면 나는 넋이라도 잃어버릴 것 같았다. 양평에서 횡성으로 가는 길을 가다보면 홍천과 횡성으로 갈라지는 길을 만난다. 거기까지는 내 옆으로 80~100km 가까이 달리는 차들이 주는 위압감에 핸들을 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지저분한 갓길에 있는 작은 돌맹이 하나도 놓칠세라 주변 풍광은 신경쓰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횡성으로 가는 6번 국도는 왕복 2차선의 한적한 길이다. 차들도 훨씬 적고 달리는 속도도 느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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