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빗물로 인해 도로 위에 얇은 층이 형성됩니다. 이 층은 물만이 아니라 도로위에 있던 먼지 등의 부유물이 섞여 있기 마련이죠. 물도 그렇지만 이런 부유물들로 인해 도로는 자연스럽게 매우 미끄러워집니다.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의 경우에는 차량에서 흘러나온 각종 기름들이 같이 섞이게 됩니다. 우천시 자전거 여행은 매우 위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시야확보도 어려워집니다. 모자를 써도 빗물로 인해 전방을 제대로 관찰할 수가 없을뿐더러 만일 백미러를 하고 있다고 해도 백미러 역시 빗물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쉽게 뒤에서 오는 차량을 살피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량으로 인해 고인 빗물을 옴팡 뒤집어쓰는 경우도 종종 있죠.
타이어, 핸들, 브레이크, 페달 모든 면에서 자전거는 빗속에 100%노출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다보니 빗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능고장 사례도 많지요. 브레이크 패드와 림이 젖기 때문에 제동력이 떨어집니다. 핸들부분의 기어조절장치에도 물이 들어가고 장갑이 젖었을 경우 기어 조정도 애를 먹게 됩니다.
도로를 함께 이용하는 차량과 자전거는 끊임없이 서로 소통합니다. 자전거는 수시로 뒤에서 오는 차량에게 무언의 신호를 보내고 차량 역시 여러 방법으로 앞에 달리는 자전거에게 신호를 보내기 마련이죠. 비는 이런 소통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자전거가 비를 맞게 되면 반드시 청소를 하고 기름칠을 다시 해야 합니다. 가급적 비가 올 거라고 예상되면 자전거를 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물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를 맞게 되면 체온이 떨어지는데 거기에 무리해서 페달을 밟으며 운동을 하니 감기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자전거도 사람도 비를 맞은 후 관리를 잘해야 건강한 여행을 지속할 수 있겠지요?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예상했던 장해를 만나도 당황스럽지만, 예상치 못한 장해를 만나면 중도에 여행을 계속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저 역시 한라산 등반 이후 예상치 못한 다리근육통으로 여행을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등반할 때 쓴 다리근육과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의 근육이 서로 다른 것 같더군요. 자전거 페달을 밟고 갈 때는 고통이 걸을 때만큼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행은, 특히 혼자 가는 여행은 수많은 자기연민을 불러일으키고 감상에 빠지게 하면서 스스로 회의에 빠져드는 일이 잦아집니다. “내가 이 짓을 왜 하나” “집에 가고 싶다” “애인이 보고 싶다” 등등 별의별 생각이 나를 유혹합니다.
여행의 준비과정부터 마음가짐을 잘 새겨넣는 것이 중요하듯이 여행 중간 위기의 순간에도 다시 한번 마음가짐을 제대로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끝까지 해보겠다는 각오와 보다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진다면 목표에 도달하는 정상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여행의 중간정도를 지나는 시점에서 일정이나 경유지 변경은 그중 하나일 뿐이고, 중량을 줄이기 위해 우편으로 안 쓰는 짐을 보내는 것도 좋겠죠.
여행은 온전히 자기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무엇보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즐겁고 기쁠 때는 잘 모르지만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나의 치부는 내 앞에 드러나게 됩니다. 이때 그것마저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끌어안고 갈 수 있는 힘, 그것이 자기애가 아닐까 합니다. 누구나 후회를 하고 자괴에 빠지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좌절을 고통스러워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인간이며 그것이 바로 자기자신일 때, 그럴 때 생기는 자기연민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배우는 것, 그것이 자전거 여행이 아닐까요.
여행 중 하루하루 자신을 돌아보고 기록한다면, 먼훗날 자랑스러운 자신의 모습으로 기억될 역사의 한페이지가 있음을 뿌듯하게 여길 때가 있을 것입니다.
나에게 친절하게 길을 알려준 그 아저씨네 민박집에는 항상 방이 없었다. 그 옆에 민박집을 찾아갔는데, 어제 잤던 다른 민박집보다 형편없다. 그래도 피곤한 몸이 엎어져 스르르 잠들어버렸다. 한라산 등반을 쉽게 보았는데, 내려오는데 너무 많은 힘을 빼앗긴 탓이다.
오늘 아침 눈을 뜨니 다리가 장난이 아니다. 이전에도 약간의 근육통이야 있었는데, 오늘만큼은 좀 심각하다 싶을 정도다. 폈다 구부렸다 하는 것은 물론 걷는 것조차 어색하기 그지없다. 다행히 아침에는 배를 타고 가는 거라 좀 쉰다 해도 예정했던 땅끝마을을 달릴 생각하니 암담하다.
제주에서 완도로 가는 배는 월요일 휴항이라고 한다. 제주6부두에는 이미 고등학생쯤 보이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와글와글했다. 배를 타고 완도에 도착하면 광주까지 가는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고 하니 여행객에게는 꽤 괜찮은 서비스다. 배삯은 19000원, 역시 자전거 비용을 따로 받지 않는다. 객실에 앉아 있으니 졸음이 쏟아졌다. 피곤이 온몸을 누르고 있었나 보다.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떴을 때는 어느새 완도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완도항에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그냥 달렸다. 피곤하니 밥맛도 없어진 걸까. 가다가 가게에 들려 빵과 우유를 억지로 먹고 완도대교를 넘었다. 이제 다시 갈림길, 여기서 땅끝마을로 갈지 아니면 강진으로 빠질지 고민해 본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다음주부터는 날씨가 예년 기온을 '되찾는다'고 한다. '되찾는다'는 말은 지금 좀 춥지만 다음주는 그래도 더 따뜻해질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11월 말의 날씨다. 최대한 빨리 서울로 돌아가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게다가 근육통을 느끼는 정도로 봐서는 무리한 여행을 자제해야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결국 강진으로 핸들을 돌렸다.
강진으로 달리는 길 왼쪽으로는 두륜산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황량한 논밭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도로에 갓길이 너무 좁다. 게다가 도로폭도 좁고, 작은 언덕들도 곳곳에 있어 애를 먹인다. 가뜩이나 허벅지 근육들이 고통을 호소하는데 이런 언덕을 만나면 곤혹스럽기가 그지없다. 강진읍내에 가까워지자 다시 갯내음이 나기 시작한다. 여기도 항구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 직장 워크숍을 영암쪽으로 온 일이 있고 이 근처의 식당에서 푸짐한 점심상을 먹은 적이 있어 찾아보았으나 쉽게 찾기 힘들다. 결국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간단히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숙소를 알아보았다. 오늘은 여기서 묵고 내일은 광주까지 가 볼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여행을 걱정하고 격려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곳 게시판에 들려 하루하루 나의 여정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사진과 글로 담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길은 항상 말한다. 지금 달리고 있는 이 길이 가장 아름다운 길임을… 내가 꿈꾸는 것, 내가 바라는 것, 내가 만드는 그것이 이 길 위에 있다. 그래서 달리는 지금의 내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내 앞에 뻗은 이 길이 가장 멋진 풍경이다. 아마도 이후 내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여행이 내 인생의 가장 멋진 순간으로 기억될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열린 이 길을 달리면서도 끊임없이 나는 나에게로 난 길을 달린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그저 평범하게 집에서 쉬는 것보다는 내가 안위하고 있는 그 지도 바깥으로 나가는 경험을 선택한 것이 자랑스럽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서울까지, 내 부모형제가 기다리는 그 집까지 달려갈 것이다.
주행거리 : 51km
주행시간 : 4시간 30여분
주행구간 : 제주항(6부두) - 완도항 - 청해진 유적지 - 완도교 - 55번 지방도 - 북일면 - 신전면 - 임천저수지 - 강진 시외버스 터미널
6시 반에 일어났다. 민박집 주인아저씨에게 대략적인 한라산 등반코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아저씨가 소개한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제주도의 흑돼지가 유명한데, 그 집의 김치찌개에는 그 흑돼지 고기를 사용한단다. 아주 맛있었고 가격(4천원)도 만족스러웠다.
터미널에서 성판악가는 시외버스에 올랐다. 버스로 약 30분 정도면 성판악까지 간다. 오늘은 수능일이라 그런지 아침시간의 버스가 한산하다.
한라산은 긴 등반코스로 인해 성판악 매표소에 오전 9시 전에 입장해야 등반이 가능하다. 8시 반경에 성판악 매표소에 도착 45분 정도에 입장했다. 내 손에는 카메라와 아저씨가 준 감귤 6개만 들려 있었다.
성판악 코스에서 진달래밭까지는 비교적 평탄하며 잘 만들어진 길이다. 누구나 쉽게 오르며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 길로 올라갔다가 이 길로 내려온다. 이번 한라산 등반이 나로서는 두 번째지만 오르는 길은 예전과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산길을 관음사 코스로 잡았다. 민박집 아저씨의 적극적인 추천이 그 이유다.
어쨌든 오르는 길은 매우 여유 있게 올랐다. 길이 평탄하고 조용히 걷고 싶은 마음에 다른 관광객들이 앞지를 수 있을 만큼 천천히 걸었다. 적어도 진달래 밭까지는 숲을 거닌다는 기분으로 올랐다. 진달래밭에 도착하니 11시가 약간 넘었다.
진달래밭 산장에서 정상까지는 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상에 오르니 백록담이 보였다. 2002년엔가 2003년에 올랐을 때는 백록담이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이내 구름속으로 숨어버렸는데 오늘은 구름 한점 없다. 훤히 드러나 있는 백록담 바닥에는 물이 거의 없었다. 그저 바닥이 좀 젖어 보이는 정도. 그러나 엄청난 분화구의 크기와 그 주위 봉우리들이 이루는 장관은 힘들게 오른 피로를 위로하는데 더없이 멋진 풍경이었다. 게다가 엄청난 바람 때문인지 정상 곳곳에는 얼음꽃이 가득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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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은 처음 가보는 관음사코스로 낯선 길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다시 성판악으로 내려갔지만, 일부 사람들만 이 길을 선택했다.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타난 한라산의 숨은 비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관음사 코스의 눈꽃도 화려했다. 바위에도 눈이 얼어붙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산길은 너무 지루했다. 올라가는 길은 짧았지만 내려가는 길은 무척 길고 지루했다. 초반에는 볼거리가 풍부해 천천히 내려오며 즐겼지만 내려가다 보니 이건 지리산 내리막길보다 더 힘들다. 속도를 본격적으로 내어 보지만 그래도 3시간이 걸렸다. 내려와서 입구에서 내려오는 보통사람의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지도를 보니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다. 자전거로 단련이 됐지만,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오늘도 점심을 거르고 감귤 3개로 버티며 내려온 것이다. 관음사 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은 3시 반정도. 여기서 버스타는 곳까지 또 3.5km를 가야 한단다. 민박집 아저씨는 히치를 하라고 하는데, 잘 잡히지도 않고, 하다 보니 얼굴 얇은 나로서는 도저히 못할 짓이었다. 작정하고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니 신비의도로(일명 도깨비 도로)가 나온다. 여기도 일련의 관광객들이 몰려 구경하느라 어수선하다. 한 35분 정도 걸어 내려와 버스 타는 곳까지 오니 시간은 4시.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지만, 한라산 여행은 무사히 마쳤다.
내일은 아침 9시 배를 타고 완도로 떠난다. 그리고 땅끝마을까지 간 후 해남쪽으로 달릴 예정이다. 해남까지 가기는 좀 먼 거리다. 아마 땅끝마을 어딘가에서 하루 묵지 않을까.
어제 부두터미널에서 나에게 제주도 여행에 조언을 준 그 민박집 아저씨가 오늘 저녁에 만났을 때 한 말이다. 거리는 그다지 길어 보이지 않는데, 정말 제주의 바람은 다신 만나기 싫은 괴물이다.
오늘 아침은 서귀포 찜질방에서 시작했다. 밤새 코고는 아저씨 때문에 잠을 설쳤다. 이리저리 피해 다녀 보았지만, 수면실을 제외하고 찜질방이 춥다.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지만, 7시에 일어나 샤워만 간단히 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제주 서귀포 찜질방은 7000원에 옷대여료 2000원을 추가로 받는다)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을 나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천지연 폭포. 그러나 입장료가 2천원에다가 찾아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입구에서 돌아섰다. 다음 정방폭포를 찾아가 본다. 역시 입장료 2천원을 받지만 멀리서 훔쳐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냥 그렇게 눈에만 살짝 담아보고 돌아섰다.
관광지에 온 것처럼 여유있게 다닐 수 없었다. 오늘 가야할 거리는 어제보다 길면 길었지 짧지 않다. 게다가 바람도 아마 여전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출반전부터 점찍어 놓은 곳을 제외하고는 주마간산(走馬看山)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5시 전에 제주시의 민박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달려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주마간산이라지만, 제주는 눈에 담기에도 벅찰 만큼 아름답고 멋진 풍광들이 가득했다. 자전거를 멈추고 카메라에 담는 것은 그 수십 수백의 풍경 중의 몇 개에 불과하다. 내 기억의 동영상에 비하면 사진기에 실린 몇 장면은 몇천분의 1초에 불과한 장면일 것이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왔었다. 금방 식당이 나오겠지 싶었는데,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아 지나다가 서귀포시내를 벗어나자 식당이 안보인다. 간혹 나오는 식당에 들어가 아침식사가 되는지 물으니 아직 안된단다. 낭패다. 아무리 달려도 식당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어느 학교 앞 분식집에서야 아침식사(김밥과 라면)를 했으니 대략 10시를 훌쩍 넘어서다. 밥도 안먹고 2시간 반을 달렸다. 물론 중간에 비상식으로 가지고 있던 쵸코바 하나를 먹긴 했지만, 오늘 낌새가 상당히 안 좋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예감은 이상하게도 들어맞아 오늘 그렇게 한끼 먹고 점심은 건너뛰고 민박집에 와서야 저녁을 먹었으니 달리는 동안 딱 한끼만 해결한 것이다.
그렇게 달렸지만 서귀포를 지나 서서히 북상하는 길이 시작되자 예상대로 맞바람을 상대해야 했다. 엄청난 맞바람은 어제와 똑같았다. 내리막길에서조차 최고속도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맞바람은 심하게 나를 괴롭혔다.
중간중간 쉬는 시점에서 지도를 확인하고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길을 찾아가보는데, 꼭 가기로 한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을 가게 된다면 5시까지 제주에 들어가는 게 무척 어려워질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페달을 밟아보아도 내 체력으로 이 맞바람을 뚫고 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기껏해야 평지에서 3단, 속도가 평상시 보다 절반 이상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12시가 좀 안되어 섭지코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그 입구에서 1.5km를 더 들어가야 한단다. 어찌됐던 이곳이라도 가봐야 한다는 오기에 입구로 진입했다. 곧이어 내 뒤에서 관광버스 다섯 대가 추월해 간다. 섭지코지 주차장에서 보니 초등학생들이 섭지코지로 올라가고 있다. 섭지코지는 그 전에도 제주의 명소였지만, 드라마 '올인'의 촬영장소로 더 유명해졌다. 지금도 그 셋트장이 관광코스로 활용되고 있었다.
아이들만 아니었으면 무척이나 운치 있게 구경했을 것 같다.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어수선을 피우니 좀 섭하다. 아이들이야 단체 관광을 온 마당에 여행의 멋과 흥미를 친구와 짓고 까부는데 쏟아 붓느라 정신없지만 다른 관광객들은 어쩔 수 없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라 이해는 하지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러나 서운할 틈도 없다. 섭지코지를 돌아보고 다시 페달을 밟아 갔다. 절반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간신히 절반을 온 것이다.
제주는 봄날씨다. 야생화들도 한참이었고, 심지어 유채꽃까지 피어있는 곳도 발견했다. 어느 곳인가에서 상큼한 감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해 왔다. 계속해서 맞바람을 보내 나를 괴롭히던 제주가 그 순간만큼은 색다른 즐거움에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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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의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1시 10분. 역시 많이 늦어졌다. 올라갔다 올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은 처음 출발할 때도 했다. 그러나 막상 눈앞에 성산일출봉을 보고 못 오르니 안타깝기만 했다. 매표소 앞 편의점에서 멀리 일출봉을 보며 한껏 감상에 빠져 보았다. 오가는 신혼부부들이 부럽기만 하다.
성산일출봉까지 들렸다 나오느라 시간을 많이 썼다. 줄곧 제주시내까지 달려야 했다. 아, 그러나 저 제주의 바람은 앞으로 나가는 페달을 자주 멈추게 하고 말았다. 맞바람이 심할 때는 바람의 저항을 피하기 위해 손은 양쪽 손잡이가 아닌 중앙을 잡고 온몸을 핸들쪽으로 바짝 엎드려 최대한 저항을 피하는 자세로 페달을 밟았다. 자세는 약간 효과가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제주의 밭과 돌담들은 그저 눈으로 보고 기억에 담을 뿐. 하지만 정말 걷고 싶은 돌담길을 만났다. 하지만 사진에 담는 것으로 하고 다시 바짝 엎드린채 페달을 밟는다.
한참을 그렇게 바람과 씨름하며 달리는데, 어느 동네어귀에서부터 개가 나를 뒤쫓기 시작했다. 내가 서면 이놈도 서서 나를 지켜보고, 내가 다시 달리면 또 따라온다. 좀 다가서려면 도망가고, 다시 자전거를 달려 도망가려면 악착같이 따라온다. 사실 도망가보려 했지만, 맞바람 때문에 속도가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누구네 개인지 모르지만, 내가 참 한심한 속도로 달렸는지 지치는 기색없이 1km정도를 쫓아오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재밌다 싶으면서도 계속 쫓아온다면 필시 돌아갈 때 차도도 건너야 하고 여러 위험도 있을 수 있어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겁을 주고 돌멩이를 던져 녀석을 돌려보냈다. 잠깐의 만남이지만 참으로 기이하게 길동무를 경험한 것이다. 미국을 횡단한 홍은택 씨 역시 자전거 여행 중 수십마리의 개들이 자기를 쫓아왔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 경험을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점심도 거르고 제주시내로 들어선 시간이 대략 5시. 여름이었으면 아직 한창 밝을 때겠지만, 11월의 제주에서 이 시간 해는 완연히 지고 있었다. 물어물어 민박집을 찾아가서 샤워와 빨래를 하고 오늘의 일과를 정리해 본다.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들도 많이 봤지만, 징하디 징한 바람맛도 기억에 생생하다. 다리가 무척 피곤하다. 내일은 아침 일찍 한라산에 오를 것이다.
돌아보면 저는 참으로 무식하게 제주를 여행했네요. 좀 여유있게 제주를 느껴야 했는데,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보통 제주도 일주를 1박2일만에 마무리 하는 건 정말 달리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위 여행기에도 나오지만 이튿날 제대로 관광지를 둘러본 곳은 섭지코지 뿐이 없습니다. 그 많은 제주의 명소를 그냥 지나친 것이죠.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간다면 최소한 제주도 일주만 2박3일을 잡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한라산 등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좀 넉넉잡고 정말 관광다운 관광을 하며 간다면 3박4일을 추천합니다. 아래는 추천코스입니다.
제주 하이킹 홈페이지에서 자전거와 관련한 좋은 팁이 있어서 정리해 재수록 하겠습니다. 이는 제주도만이 아니라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굉장히 유익한 팁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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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하이킹으로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의 공통된 궁금증, 과연 며칠이면 완주가 가능할까, 보고 싶은 관광지를 보면서 하루에 어느 정도 거리를 갈 수 있을까, 체력과 경험 수준에 따라 잡을 수 있는 주행거리는 얼마일까 등등입니다.
제주도 한바퀴를 일주도로(하이킹용 지도에는 초록색으로 표기, 12번 국도)는 우도를 빼고 182.6km 입니다. 하지만 일주도로로만 다닌다면 볼게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해안도로나 마을도로(회색), 그리고 우도(14km 둘레)를 포함하면 연장거리가 약 220km에 이릅니다.
제주하이킹에서 발행하고 무료발송 해드리는 지도를 보면 지도상 5cm가 실제 9km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략 5cm(9km)를 자전거로 1시간거리라 보고 계획을 잡을 수 있습니다. 오르막 내리막, 평지길 등이 있겠지만 이를 감안한 시간 거리로 대충 다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면 과연 9km정도의 거리를 자전거로 1시간 정도로 갈 때의 스피드가 어느 정도일까요. 성인이 도보로 한 시간에 4~5km를 갑니다. 자전거가 아주 천천히 간다고 하면 약 7~8km/1h입니다.
결론은 왕초보에 체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분이라도 자전거만 탈 줄 알면 7~8km/1시간, 그리고 체력 괜찮고 경험도 있는 이는 중간에 사진 찍고 이렇게 해도 9km/1시간 정도, 앞만 보고 쭉 달리면 12~15km/1시간 정도입니다. 저도 돌아보면 앞만 보고 쭉 달렸는데, 느릴 때는 13km/h, 빠를 때는 18~20km/h 정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정리해 보면,
자전거를 배운지 얼마 안 됐다. 그래도 평지에서는 탄다. 6km/1h
평소에 자전거를 안 타보지만 탈 줄은 안다. 7~8km/1h
예전에 20km정도를 논스톱으로 타 봤다. 10km/1h
평소에 자전거를 많이 타봤다. 12km/h~
하루에 어느 정도 거리를 타야하는가
자전거를 배운지 얼마 안 됐다. 그래도 평지에서는 탄다. 30~40km
평소에 자전거를 안 타보지만 탈 줄은 안다. 40~50km
예전에 20km정도를 논스톱으로 타보았다. 50~60km
평소에 자전거를 많이 타봤다. 60km~70km
전체 220km로 해서 나누어 계산해 보면 됩니다.
그리고 관광지 유료와 무료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유료는 1시간 무료는 30분으로 잡으세요.
예를 들어
제주시 -> 고산 (49km/27cm)
평균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
보고 싶은 관광지 : 한림공원(유료), 금릉석물원(유료), 다락쉼터(무료) >>2시간 30분
총 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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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자신의 자전거를 가져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러기 힘들다면 맨몸으로 가도 충분히 자전거 하이킹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장시간 달리다 보면 생길 수 있는 부상이 바로 근육통입니다. 심할 경우 근육이 힘을 줄 때마다 고통이 생겨 거동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밥숟가락 들기도 힘들다는 경우도 들어봤는데, 보통 심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가 오버트레이닝이라는 것에 걸리면 이렇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전거는 유산소 운동인만큼 산소가 꾸준히 공급되면서 진행되는 운동으로 오버트레이닝 효과는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허벅지 등 다리근육에 나타나는 근육통은 여행 내내 저를 괴롭힌 요소 중의 하나였습니다.
오랜 운동으로 생기는 근육통은 근육에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빨리 젖산을 배출시키고 혈액순환 장애를 개선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마사지죠. 마사지를 하면 그때는 고통스럽지만 다음날 페달을 밟을 때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뭉쳐있는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도 중요합니다. 근육을 쭉쭉 펴주는 운동을 해주세요. 쫙 펴지면서 느끼는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겠지만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동작을 진행하고 펴준 상태에서 다시 열이나 스물을 세면서 심호흡을 이어가는 동작을 반복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파스는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해도 잘 되지 않을 때 쓰는 방법입니다. 액체형 파스(맨소래담 로션)를 이용해 마사지를 하면 고통도 덜하고 미끄럽게 주물러 줄 수 있어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파스는 차가운 파스(쿨파스) 보다는 뜨거운 파스(핫파스)를 사용합니다. 차가운 파스는 타박이나 삐끗해서 순간적으로 붓기가 생기거나 열이 날 때 그 열기를 식혀주어 고통을 잠재우기 위한 것입니다. 당연히 근육 주위를 덥게 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는 근육통에는 어울리지 않겠죠. 그런데 요즘은 시원하게 하면서도 근육통에 효과적인 파스도 나왔다고 합니다. 파스를 구입하실 때는 약국에서 자세한 증상을 이야기하고 사시는 게 좋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파스를 붙이지 않고 찜질방에서 하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마사지하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견뎌봤는데, 여행이 길어지고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파스 의존도가 높아지더군요. 평소 운동이 부족한 탓이었습니다. 긴 여행을 위해서는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