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편지를 썼다. 받는 이는 장모님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편지라는 걸 마지막으로 썼던 게 언제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번에 쓴 편지에는 장모님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민서를 포함한 우리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담아보았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장모님은 편지를 받고 무척 기뻐하셨다고 한다. 편지를 다 보자마자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각별한 말씀을 전하셨다. …………………… 편지라는 것은 형식상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담아 보내는 공간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시간부터 답장이 오는 시간까지 그 시간이 길다. 자연히 소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사색의 여백은 넓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특징으로 편지는 독특한 문학 장르로 분류된다. 다양한 서간문이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유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여차저차 하다 보니 4월 3일(토)로 일정을 잡았다. 올 초에 다시 백두대간 길을 걷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가급적 한달에 한번씩 가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가정사며 회사일이 그렇게 뜻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내가 양보하고 맞추어야 할 일이 많다. 그만큼 나는 아주 작은 존재다. 하지만 나 하나쯤 빠진다고 일을 허투로 하거나 게을리 해서도 안된다. 그만큼 나는 중요한 존재라고 위안한다. 또, 백두대간 종주는 내 생의 목표이다.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남한내 백두대간 길을 천천히 밟아나갈 것이다. 생이 이어지고 남북이 연결된다면 백두산까지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으며서 걷는 길이다. 이번 구간은 큰 산이 품은 길도 아니고 멋드러진 풍경이 있는 곳도 아니다. 찾아오는 이들은 나처럼 대간꾼들이..
결혼은 희생을 강요한다. 아니, 희생 없이 결혼 생활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그 희생의 대상이 상대방이라고 착각한다. 여기서 필요한 자각은 그 희생은 상대방을 위함이 아닌 결혼 생활을 지키기 위함이다. 자신의 희생이 상대방으로 향한다는 가정은 결국 그 희생에 대해 유세를 떨거나 반대로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서로의 관계에 상처를 내는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희생이라기 보다 위선에 가깝다. 그러기 때문에 상대방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할 때부터 결혼은 이미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진정한 자기희생은 숭고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위선은 비극으로 내달린다. 결혼 생활은 서로에 대한 자리매김이다. 평생을 두고 진행되는 이 자리매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위기(혹은 기회)의 성격과 내용이 다른만큼..
토요일에는 황사로 창밖이 노랗더니 오늘은 또 아이 주먹만한 눈송이들로 창밖이 하얗다. 3월 말에 봄비도 아니고 봄눈이다. 그런데 봄과 눈이 어울리는 조합일까. 실상 오늘 내리는 눈만 보아도 봄을 소리내어 비웃듯이 쏟아졌다. 대설주의보. 3월말의 대설주의보는 봄에 대한 불신을 나았다. 사람들은 봄을 의심했고, 3월을 의심했다. 눈에 보이는 눈이 눈에 보이지 않는 3월을 이긴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라는 것은 사람이 만든 개념이다. 3월에 눈이 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지구 기후의 과학적 엄밀성은 '3월'이나 '봄'이라는 인간이 만든 개념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여기서 나는 그동안 쌓아온 3월, 봄의 개념을 다시 의심해 본다. 흔들릴 수 없는 긍정을 부정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3월의 눈은..
민서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밤에 재우는 것도 쉽지 않고 새벽에도 종종 사이렌을 울리곤 한다. 민서를 재우는 데는 나도 한몫하고 있다. 잠투정을 할 때 내가 안아주면 그래도 잘 자는 편이다. 그러나 새벽에 울 때면 대책없다. 아내는 나는 출근해야 한다면서 자라고 하고 새벽에 민서를 안고 집안 산책을 해야 한다. 그렇게 달래다 보면, 민서가 기분이 좋을 때면 바로 잠들지만 무언가에 놀란 날은 한두시간은 내내 달래야 한다. 나도 잠을 설칠 때가 많지만, 대부분 그렇게 잠깐 깼다가 다시 잠들어 버리곤 하고 온전히 아내의 몫이 된다. 그리고 다시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출근을 돕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도 민서 때문에 행복하다. 민서의 행동 하나 하나 성장하는 모습..
아이가 예정일보다 50일 일찍 나오는 바람에 우리 아이는 처음부터 각별한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 의사는 뇌에 약간의 출혈이 있다고 했다. 보통 이런 출혈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했고, 지난 2월말에 다시 했던 초음파 검사에서는 다행히 이런 출혈 모습은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의 뇌실이 정상아보다 크다고 한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하군이 본 민서의 뇌실과 다른 정상아의 뇌실이 차이가 나더란다. 보다 정밀한 검사를 위해서는 MRI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우선은 한달 정도 더 지켜보자고 한다. 지금은 어려서 그렇지만 성장하다보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교정연령에 따른 아이 행동 사항을 꼼꼼이 살펴보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딸 민서가 태어난 지 80여일이 지났다. 이제는 제법 눈을 맞춘다. 안고 어르고 있으면 한동안 빤히 나를 쳐다 본다. 그 심해의 어둠보다 깊은 먹빛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곳에 빠져들고 만다. 나는 거기서 헤어 나올 수 없고 다행히 민서가 먼저 눈을 돌려 다른 데 관심을 가져야 그나마 해방이다. 그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숨이 턱밑까지 차올 것이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요새 들어 밤잠이 좀 길어진 것 같다. 한동안은 12시에 젖을 먹고 내리 6시까지 잔 적도 있어서 우리 부부는 매우 고무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어제는 3시에 사이렌을 울리고 말았다. 100일 정도 지나면 밤낮을 가릴 수도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본다. 요새는 2~3일에 한 번꼴로 대변을 보고 있다. 애기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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