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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금성사, 역사교과서 임의 수정 부당”

사실은 예상했다. 점점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저작권법의 영향력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사실 금성출판사로서는 그대로 발행해서 정부로부터 검정교과서 발행권 정지를 먹고, 국정교과서 입찰에 제한을 받는 것보다 법원으로부터 이번 판결을 받는 게 아주 조금 더 유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교과서를 만드는 전문 출판사로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방침이나 지침을 거부한다는 것은 회사 문닫겠다는 각오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이로서 정부로서는 손 안대고 코 풀었다고 할 수 있다. 법원의 판결과 정부 방침에 따라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는 내년에 시장에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정되지 않은 교과서를 출판할 경우 교과부가 제재를 가할 것이기 때문에, 출판사로서는 책의 발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편집자나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대형 출판사라고 하는 금성출판사도 이럴 때 보면 고래싸움에 끼어 있는 새우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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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봉해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 <킹콩을 들다>는 우리나라의 비인기 종목을 주제로 한 감동의 드라마를 선보였습니다. 이 영화를 주목해 보는 이유는 기존의 스포츠와 달리 여기에는 중고등학교 운동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성인 스포츠 분야가 점차 그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지금 중고등학교 운동선수를 다룬 이 영화는 인권적 측면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운동선수에 대한 폭력 문제입니다. 물론 지나치게 위악적인 캐릭터가 학생들에게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영화적 설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008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6개월여에 걸쳐 실시한 학생운동선수 인권 실태 조사에서 나온 학생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입니다.


(지도자가) 뺨을 때려요. 별 이유가 없어요. 초등학교 1학년짜리 쌍둥이 있거든요. 피하다가 고막이 나가가지고 수술했거든요. 그러면 안 때려야 되잖아요. 작심삼일이에요. 삼일 지났다가 또 때려요... [중3, 농구]

(지도자가) ××년아, 니 그럴 거면 꺼지라면서, 그리고 니는 뭐 이렇게 살면 나중에 인간 대접도 못 받는다면서 막 뭐라고... 진짜 싫고...[중2, 핸드볼]

선생님한테 선배가 혼났을 때 (선배가) 정말 선생님하고 똑같이 대가리 박으라고 하고 발로 밟고 그러지요...[고3, 농구]


이 실태조사 결과 75%의 초등학생 선수들이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경함하고 있고, 주당 평균 신체적 폭력 피해 횟수도 3~4회에 이상이 40%, 주당 11회 이상이 5.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린 초등학생에게 나타나는 폭력은 다시 하급생이나 후배에게 전달되는데, 이는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현상 중의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프로야구팀의 2군에서 선배가 후배를 야구배트로 폭행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일도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라는 프로야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둘째 학습권 보장의 문제입니다. <킹콩을 들다>의 주인공 이지봉은 학생들이 운동 연습때문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따로 영어 공부도 시킬 만큼 어린 학생들의 수업을 챙기지요.

국가인권위 실태조사에서도 이런 문제는 제기됩니다. 실태조사에 응한 어느 고등학생은 “더하기 빼기부터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들의 정규 수업 참여시간은 평균 4.4시간(시합이 없을 때이며 시합이 있을 때는 이마저도 2시간 까먹는 2시간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수업결손에 따른 보충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은 더더욱 학교 수업과는 멀어집니다. 고등학교 1학년으로 학교 양궁선수로 뛰고 있는 김하늘(가명) 양의 말입니다.


“5학년 정도 되면 소년체전이라는 게 있어요. 거길 붙으면 그 전에 한 달 전부터 합동훈련하고 적응훈련 다니고… 그러면 수업을 빠지니까 점점 성적이 떨어지잖아요. 그럼 어떻게 채울 수가 없으니까 운동이라도 해서 그걸로 밀어붙이고 나가라. 이러고……”


많은 학생운동 선수들이 과도한 훈련과 시합 출전 등으로 정규 수업을 받지 못하여 제대로 된 학습권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수업 결손에 따른 제도적 뒷받침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학생 선수들은 운동을 그만두고 싶어도 다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 결국 하고 싶지 않은 운동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코치선생님의 헌신과 관심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인 뒷받침(예를 들어 최저학업기준인정제 등)이 되어야 하는 문제가 바로 학생 운동선수들의 학습권 문제이지요.



스포츠라는 분야가 강한 근성을 요구하고, 그런 근성을 위해 일정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이 승리의 영광을 안을 수 있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에게 근성을 빌미로 행해지는 폭력은 잠깐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남기는 일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지봉 코치 선생님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하지만 동메달을 땄다고 해서 인생이 동메달이 되진 않아. 그렇다고 금메달을 땄다고 인생이 금메달이 되진 않아. 매순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가 금메달이야.”

자라나는 아이들이 폭력이 무서워서, 혹은 승리에 눈이 멀어서, 상대방을 운동의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대하고 페어플레이가 아니라 전쟁을 치르듯이 운동 경기를 치르는 모습은 우리 사회에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닙니다. 상대방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경험인지 알려 줄 수 있는 분야로 스포츠만한 것이 있을까요.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 국가인권위 블로그 '별별이야기'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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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학교 다닐 때 새 교과서를 받으면 그 냄새부터가 기분이 좋았어요. 집안이 넉넉지 못해서 새 책을 사주는 일이 드물다 보니 새 교과서를 받는 날이면 눈코입귀손 등 오감을 동원해 책을 느끼며 좋아했지요. 그리고 지난 달력을 가져와 교과서를 표지를 싸는 일도 즐겁기만 했는데요.

그런 시절에도 누구나 한번쯤은 교과서에 낙서 한 번 안해 본 사람이 없었을 겁니다. 표지의 ‘국어’를 ‘북어’로 ‘수학’을 ‘잠수함’으로 고치는 장난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듯합니다. 무엇보다 교과서 삽화에 장난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아이들의 교과서 낙서를 보면 순정만화 그림부터 성적인 호기심을 드러내는 그림, 코믹한 그림 등 아이들의 재기발랄한 낙서들이 넘쳐납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본 청소년들의 낙서를 보면서, 일찍부터 경쟁 체제에 내몰린 아이들이 그 스트레스를 교과서에 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혹 무시무시한 폭력 장면, 살인이나 폭행 등을 그려 넣은 엽기적인 그림도 더러 볼 수 있는데, 그 정도로 청소년들의 낙서에서는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칼이나 총, 살인, 폭력, 욕설 등이 예사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지금 이 청소년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학업에 대한 부담감도 크고 학교 수업보다 학원 수업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풍조로 인해 교과서가 무시되고 있는 현실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이 졸리거나 지루하면 교과서에 낙서를 합니다.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 모든 아이들을 만족시키는 수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선생님들이 좀더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하고 개발한다면 교과서 낙서도 줄지 않을까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 교과서 역시 잘 만들어야져야 합니다. 교과서에 인권침해나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 그것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죠. 그런 폭력을 교과서가 청소년들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교과서들은 무심결에 인권침해, 혹은 차별적인 요소들을 삽화로 사용한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위 그림은 지난 교과서입니다. 두 삽화에서 여성이나 여아는 집안일, 육아를 담당하는 것으로 성역할을 고정화하는 편견을 담고 있습니다.




왼쪽 삽화에서는 여성은 치마, 남성은 바지, 그리고 직업군인은 모두 남자로 그렸습니다. 오른쪽 삽화에서는 의사와 조종사, 경찰은 남성으로 교사와 간호사는 여성으로 묘사했습니다. 이 역시 남녀를 차별하는 그림입니다.




왼쪽 삽화는 남성은 일, 생산에 종사하는 반면, 여성은 가사, 양육을 전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오른쪽 삽화에서는 국제협약을 소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각국 대표를 모두 남성으로만 그리고 있습니다.

교과서의 삽화는 아이들에게 해당 학습 내용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중요한 학습 도구가 됩니다. 그러나 해당 학습 내용에만 국한되어 인권적인 내용을 소홀히 한다면, 작은 걸 얻고 큰 것을 잃는 결과가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라도 댁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함께 교과서를 펼쳐 보세요. 자녀분들의 교과서에는 어떤 낙서가 되어 있나요?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한 낙서들이 있다면 무조건 야단칠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반면 아이들의 그림이 폭력적이라면 자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리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교과서 안의 삽화들을 살펴보세요. 살펴볼 때는 다음 2가지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고정관념에 따라 삽화를 구성한 것을 찾아보세요.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만 입고 있는 삽화, 여자만 집안일을 하고 있는 삽화, 여성이나 여아를 집안일이나 비역동적인 놀이를 하는 삽화 예를 들어 남아는 축구, 여아는 공기놀이 등을 하는 삽화, 중요하거나 고위직 등의 직업이나 직종은 남성 중심인 삽화 등을 찾아봅시다.

둘째, 삶의 다양성이 드러나도록 그려진 삽화를 찾아보는 거죠.

외국인을 그릴 때 긍정적인 모습에는 유럽계 외국인, 부정적 모습에는 아프리칸계 외국인으로 구분지어 그린 삽화는 없을까요? 또 놀이를 하거나 활동을 할 때 장애인을 넣지 않은 삽화도 생각해 볼 문제죠. 그리고 국제결혼 2세대 자녀의 모습도 삽화에 담겨져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 세심한 배려나 관심으로 세상은 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작은 편견이나 차별이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아픔이고 상처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질 때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권위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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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청계천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산책 삼아 거닐다 보면, 데이트 하는 연인들 모습 때문에 씁쓸했었답니다. 하지만 직장도 옮겼고, 연인을 옆에 두고 있다 보니, 이제는 그다지 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일전에는 일이 있어서 잠시 지나는데, 한창 공사 중이더군요. 일명 청계천 보도 확장 공사. 





속으로 ‘이제야 청계천 보도가 확장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머릿속 타임머신의 시계는 2005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가네요. 2005년 8월 4일, 개장을 불과 한달여를 앞둔 청계천변의 시설에 대해 국가인권위의 현장조사가 실시되었죠.(관련 보도자료) 그때 국가인권위는 청계천에서 장애인과 약자들의 접근과 이동도 청계천 흐름만큼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청계천과 차도 사이의 보도폭, 휠체어의 경사로 진입 시 턱 등 장애요소들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또, 경사로의 폭과 경사도 등의 안전성이나 점자 블록의 적절한 설치 여부도 확인했습니다. 이런 조사들은 모두 장애인과 약자들의 안전한 이동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활동이었죠. 또 이런 조사를 통해 중요 국책사업 등의 설계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 보장 문제 등을 검토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1일, 국가인권위는 청계천에서 장애인이나 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권고를 전달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이 권고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4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했었죠. 그 중 하나가 바로 보도폭이었습니다.

“청계천 쪽에 설치된 보도를 보면, 이 보도의 폭은 1.5m이나 보도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 가로수가 있는 곳의 통행가능 유효폭은 60~70cm 밖에 되지 않아 휠체어나 유모차 등이 지나가기가 어려워 장애인 등의 이동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사진1, 2, 3] 더구나 이와 같이 보도에 가로수를 심은 것과 가로수로 인해 유효폭이 60~70cm로 된 것은 ‘휠체어 사용자가 통행할 수 있는 보도 등의 유효폭은 1.2m 이상으로 해야한다’, ‘보행장애물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장애인 등의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설치해야 한다’는 장애인․노인․임산부등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시행규칙 제2조에 위반되는 것입니다.”  - 관련 보도자료 중에서  




청계천의 안전시설 문제는 첫날부터 불거졌습니다. 개장 첫날 삼일교에서 중앙에 있는 조형물을 구경하던 유모씨가 5.5m 아래로 떨어져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죠. 그리고 다시 개장 한달여를 지난 시점에서 또다시 시민의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안전시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전혀 억지가 아님을 증명한 사건들이었죠. 비장애인도 그렇게 사고를 당하는 마당에 장애인이나 약자 등은 어떤 위험과 공포에 떨어야 할지는 뻔한 거 아닐까요?

이순원 작가는 월간 <인권>을 통해 청계천의 차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뽑아 다른 곳으로 옮기기엔 왠지 너무도 아깝게 보이고 크게 보이는, 몇 년 후 더 자라서는 청계천을 상징할 나무로 보이기도 하는 저 이팝나무가 내 눈엔 바로 ‘그 나무 때문에 청계천 나들이가 불편한 절대 소수에 대해 그 나무로 청계천 나들이가 더 행복한 절대 다수’가 가하는 차별의 상징수처럼 보이는 것이다.” - 2005년 10월호 휴먼필-왼손과 오른손, 그리고 청계천의 이팝나무

작가는 나무라도 뽑아서 길을 확보하라고 충고했지만, 사실 차도를 좁혀서 보도를 넓히는 게 더 인간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일이겠지요. 4년이나 지났습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보도폭을 넓힌다는 게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시 그때의 국가인권위 권고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해 봅니다. 국가기관과 지자체 담당자분들 꼭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향후 공공사업 시행에서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사회적 약자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차별 없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시설 개발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달에 인권위에 보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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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교과서 대단원 표지 사진촬영을 위해 부산에 갔었습니다. 교과서의 대단원 표지는 해당 단원의 내용을 압축해 보여주면서도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죠. 교과서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서 삽화나 사진, 혹은 삽화와 사진의 합성, 일러스트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날은 중2 음악교과서의 표지 작업을 위한 촬영이었죠.
 
예전 교과서의 경우 대단원 표지가 간단하게 제목만 나열하거나, 자료 사진이나 간단한 삽화로 대치해 왔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국가인권위의 교과서 권고 이후 교과서 내용을 비롯해 사진과 삽화에서 인권적인 접근을 중요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로 사진이나 삽화에서도 고정관념에 따른 성 표현을 삼가하고, 삶의 다양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장애인과 국제결혼 2세대 자녀들을 고려하는 편집을 강조하게 된 것이죠.

부산예중에서 촬영에서는 뇌병변장애를 겪고 있는 하은이가 초대되었습니다. 하은이는 중1음악교과서에서도 대단원 표지 사진에 종종 등장하고 있는 아이인데, 웃는 모습이 참 어여쁜 아이였습니다. 더군다나 사진 촬영에도 익숙해서인지 또래 아이들 중 어느 아이보다 환하게 웃어주었고, 장시간의 지루하고 힘든 촬영 과정을 아주 잘 견뎌냈지요. 

하은이의 촬영을 위해 오가는 과정에서 시설들에서 느껴지는 고충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촬영이 있던 부산예중의 교실은 5층에 있었는데, 승강기가 없어서 어른 셋이서 휠체어에 탄 하은이를 들어서 이동해야 했죠. 어른들이 힘든 것은 그렇다쳐도 하은이도 꽤 무서웠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즐거워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학교에 장애인이나 약자를 위한 승강기가 없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비록 촬영을 보조하고 돕는 역할만 했지만, 하은이와의 촬영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또 사진 촬영 계획부터 하은이를 고려하고 배려하였던 음악교과서 담당자의 속깊은 마음도 느껴졌던 시간이었죠.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며,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 이런 내용들을 교과서에 담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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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하기 전, 택배로 받은 공간박스와 선반을 이용해 문쪽에 있는 내 옆의 책상을 장식해 보았다. 물론 문을 통해 들어오는 다른 이들의 직접적인 시선을 피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 공간박스는 G마켓에서 6,800원에 2개짜리 두셋트를 샀고, 선반은 13,700원에 80cm짜리 3개 한셋트를 샀는데, 선반의 폭이 공간박스와 많이 차이나는 것이 좀 흠이다. 그러나 그런 흠을 줄줄이 늘어서 있는 화분들이 가려주고 있다. 사진 속 화분들은 여러 직원들의 것이며 내 것은 3개에 불과하다.

회사 업무를 하면서 자비를 들여 공간을 꾸민다는 게 과연 올바른 행동인가 자문해 보지만, 그렇다고 하루의 1/3이상을 보내는 내 공간을 그냥 방치한다는 것도 나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제 더이상 이 공간에 사사로이 물건을 들이거나 치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화분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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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당신에게는 어떤 시간인가?

이 시간이 오면 업무를 마무리 짓고 퇴근을 준비한다. 부서 배치와 업무 분담에 따른 행운인지 다른 직원에 비해 일거리가 확 줄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약간의 잔업과 야근을 하는 것에 비해 거의 매번 제시간에 퇴근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야 정시 퇴근, 이른바 칼퇴근을 하지만, 실상 OECD평균 최장노동시간의 기록을 보유한 한국인들에게 정시퇴근은 직장인의 꿈이 된지 오래다. 물론 매번 늦게 끝나는 건 아니라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불규칙하게 이어지는 야근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무엇(동호회나 학원 등)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또, 퇴근 후 직장 동료들이나 업무 관계자와의 잦은 술자리도 회사원들의 자기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다.

2007년에 다니던 직장도 야근이 별로 없어서 못 하던 수영을 배웠던 기억이 참 좋아서, 이번에도 무엇을 해 볼까 고민하던 차에 회사 내에 농구 동호회를 만든다는 말을 듣고, 가입원서를 제출했다. 매주 목요일 업무 끝나고 근처 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모임을 가진다. 모임 시간은 대게 9시 전에 끝나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간단히 맥주 한 잔 정도 한다.




보통 동호회 모임은 이렇게 진행된다. 실내 체육관에 도착하면, 동호회 총무가 준비한 초코파이와 생수로 간단히 요기를 한다. 물론 따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오는 사람도 있다. 체육관에 들어온 사람들은 먼저 몸을 풀고, 개인 연습을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총무가 사람들을 모아 적당히 나누어 반코트 게임을 시작한다. 항상 4:4로 나누어 게임을 하며, 한번 꾸려진 팀으로 계속 상대팀을 바꿔가면서 진행한다. 시간이 되면 5:5나 6:6 풀코트 게임도 진행한다.

정기적으로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 중에서, 내 나이는 상위 10%에 속하지만 실력은 하위 10%에 속한다. 이러다 보니 참 민망할 때도 많고, 어색할 때도 있다. 게다가 정작 교과서편집부에 소속된 동호회원이 없고 대부분 본관의 지원부서 직원들이 많다 보니 관계맺기도 쉽지 않다. 물론 애초부터 관계맺기가 아닌 몸 관리 차원에서 등록한 거라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지만, 업무로서 가까운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만큼 교과서 편집부 사람들은 업무에 바쁘다는 실증이기도 하다.






지난주에는 처음으로 모임이 끝나고 맥주 한잔씩 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총무의 적극적인 제안도 있었지만, 약 두 달여 가까운 기간 동안 서로 몸을 부딪치고 땀을 흘린 사이라 그런지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시간이 더 지나 다시 나에게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가 오면, 나 역시 동호회에 참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 신나게 농구를 즐기고 싶다. 슛성공률 4할대를 노리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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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책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미국의 어린이 과학책이 눈에 띄더군요. 실장님과 교과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책을 보여주면서 우리도 교과서를 이렇게 만든다면 아이들이 과학에 대해 더욱 흥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것과 교과서 편집자들도 이런 독특한 아이디어들을 담은 책을 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했죠. 천편일률적이고 보수적이며 재미없는 교과서를 탈피하기 위해 교육과정에 대한 충실한 해석과 함께 독특하고 재치있는 아이디어들을 책에 담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말이죠.

지금 소개하는 책은 미국의 'KLUTZ'라는 출판사의 어린이 과학도서입니다. 이 책은 최소한 책이 보고 읽는 것만을 넘어 만지고 느끼고 직접 경험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책을 만들었더군요.



우리말로 '지구탐색'이라고 해야 할까요? 표지에 있는 둥근 원은 빙빙 돌아가게 했습니다. 원은 북극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구를 나타내는 거죠.




책에 모래시계를 넣었습니다. 대충 해석해 봤을 때 저 모래시계는 윗층의 모래시계가 다 떨어질 때까지 10초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44명의 사람들이 지구에 태어나고 17명이 죽는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좀더 흥미롭게 생각해 보지 않을까요? 인지적 요소를 풍부하게 하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요소라고 봅니다.

 
오른쪽의 길찾기는 제가 직접 해봤는데, 이거 정말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는데 아주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 오른쪽 지도를 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았던 지도와는 아주 다릅니다. 네, 남반구 중심으로 지도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색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지도죠.



왼쪽에는 지구가 오른쪽에는 종이에 틈을 새겨놓았습니다. 틈이 새겨진 쪽으로 왼쪽으로 넘기면,



뒤쪽 지도와 앞쪽의 틈을 낸 종이로 위도 경도, 적도 표시를 설명하고 있군요.



터미네이터 아저씨가 있는 쪽 아래에 지도가 있습니다. 이 지도 뒤에 뭔가가 있네요. 올려보면,



평면지도가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설명하는 사진이 있군요. 터미네이터 아저씨의 둥근 얼굴이 평면화되었을 때의 모습을 통해 둥근 지구와 평면지도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 쉽죠~잉~



책을 떼어내서 직접 둥근지도를 만들어 보게 했습니다.



투명한 셀로판지에 등고선 표시를 해놓았습니다.



네 원래는 이렇다는 건데, 참 신기하네요.




오른쪽 각도기 같은 건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하는 건데, 우선 책 윗쪽 코일에 열쇠를 실로 묶어 매달고, 책등의 둥근 코일 사이로 북극성을 관찰하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하면,



그렇게 하여 열쇠와 실이 책에서 내려온 선의 눈금을 통해 적도를 기준으로 자신이 지금 서있는 위치를 짐작해 보는 장치죠.




이건 아까 터미네이터 아저씨랑 비슷한 형식이죠. 종이를 올려보면,



화산 폭발 전과 화산 폭발 후의 지형 모습을 비교해 보여줍니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지진 효과도 설명하고 있네요.



이 지면은 지구의 인구문제를 이야기하는 장입니다. 1페니로 시작해 2배수로 도박이 결국 1백만달러를 잃게 한다는 내용의 우화를 이야기하는데요.

1로 시작해서

2배수로 늘어나면

공책 끝에서는 536,870,912가 된다는 사실.






그러면서 식량문제도 이야기합니다. 쌀 한봉지의 칼로리와 어린이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칼로리, 그리고 그러한 최소한의 칼로리도 얻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네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저 쌀한봉지의 가치를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뒷표지에는 세계지도와 함께 세계 각국의 동전을 박아놓았습니다.

 


 
진짜 동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실상 다른 나라 동전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니... 여하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료가 될 수 있겠군요.

다양한 재책 방식과 편집 아이디어를 동원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와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어야겠지요. 우리의 과학교과서도 저렇게 만들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차피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니 교과서 가격이 올라가는 건 국고에서 지원해 준다면 소비자 부담은 없는데요. 우리 교과서의 내용은 훌륭합니다만, 기껏해야 종이질을 좀더 좋게하고 표지 코팅이나 책 사이즈 정도만 고민할 수밖에 없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우리의 교과서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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